군 참모총장은 각 군의 최선임으로, 전시·계엄 상황 등 비상사태 시 막강한 권한을 가질 수 있다. 그럼에도 현행 인사청문회법에서 참모총장은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합참의장은 청문회를 거치지만, 12·3 계엄 사태에서 합참의장이 배제되고 육군참모총장이 계엄사령관에 지정된 사례를 보면, 참모총장이 독립적으로 결심을 행사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국가안보와 국민 생명 보호의 중추인 참모총장 역시 국회 검증을 받아야 한다.
미국은 군 문민통제를 철저히 적용해 합참의장뿐 아니라 각 군 참모총장과 주요 장성도 상원 군사위원회의 인준 절차를 거친다. 청문회는 공개·비공개를 병행해 도덕성·리더십·정책 방향은 공론장에서 검증하고, 작전·기술 관련 군사기밀은 비공개로 다룬다. 의원들은 필요에 따라 비밀취급 인가를 부여받아 1급 기밀(Top Secret)에 접근할 수 있다. 이렇게 공개와 비공개 절차를 적절히 혼합해 기밀은 보호하면서 군 수뇌부에 대한 검증을 한다. 한국도 이 모델을 참고해 공개와 비공개를 병행, 군 지휘부 권한을 투명하게 점검할 필요가 있다.
일부에선 “합참의장이 청문회를 받으니 참모총장까지 검증하는 것은 중복”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합참의장은 통합 작전권을 총괄하고, 참모총장은 각 군을 실제로 운영·관리하며 인사·예산 등 군정권을 책임진다. 특히 인사권은 군 조직의 권력 핵심이다. 장관이 문민통제의 최종 책임자라고 해도, 부대 이동이나 장비 도입 등 실질적 실행은 참모총장 없이는 불가능하다. 더구나 12·3 계엄 사태와 같은 긴급 상황에서 합참의장이 배제되고 참모총장이 계엄사령관이 될 수도 있음을 고려하면, 참모총장도 별도 검증이 필요하다.
“청문회 과정에서 군사기밀이 유출되면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우려가 있다. 하지만 정보기능을 가진 경찰청장·국정원장도 청문회 대상이다. 국회는 비공개회의를 열고, 의원들에게 비밀취급 인가를 부여해 제한적인 범위에서만 기밀 자료를 확인하도록 함으로써 기밀정보를 보호할 수 있다. 미국도 이런 방식을 통해 비공개 세션을 다수 운영하고, 공개 청문회에서는 후보자의 정책적 비전과 자질을 중심으로 질의한다.
결국 제도 설계가 중요하다. 비공개 검증과 공개 검증을 병행해 안보를 지키면서도 국민적 신뢰를 확보하는 길을 택해야 한다. 또한 단계적 접근이 현실적일 수 있다. 예컨대 국회 국방위와 국방부가 공동 검증 패널을 만들어 후보자의 능력·도덕성 등을 비공개 브리핑으로 검토하고,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면 공개 청문회를 진행하는 이중 구조를 마련할 수 있다. 기밀 문제는 패널과 비공개회의에서 사전 점검 후, 공개 청문회에선 정책철학과 윤리의식 등을 집중 질의하는 식이다. 또한 검증 완료 기한을 법적으로 명시해 인사 지연에 따른 공백 우려도 줄일 수 있다.
군의 조직문화에서 특정 사관학교 기수나 지역 출신에 대한 인사 편중이 발생한다는 지적도 꾸준하다. 계엄 사태 같은 비상 상황 시 독단적 결정을 내릴 위험이 더 커진다는 것이다. 인사청문회를 통해 참모총장 후보의 인사철학, 과거 기록, 계파 논란 등에 대해 다양한 질의가 있어야 한다. 이를 통해 불합리한 인사 편중을 방지할 수 있다.
결국 참모총장 인사청문회는 군 내부 견제를 보완하고, 계엄 사태 같은 긴급 상황에서 독단적 권력 행사를 막으려는 것이다. 미국 등 여러 민주국가에서 군 고위직 청문회를 실시하는 것은 단지 형식적 절차가 아니라, 군이 ‘국민의 군대’로서 책임을 다하도록 하는 핵심 장치다. 단계적 도입을 통해 기밀 보호와 검증을 병행한다면, 군 수뇌부 인선에 대한 국민적 동의와 신뢰를 높여 안보 역량과 민주적 정당성을 함께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