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시 반려동물 테마파크 그리고 스토리텔링

2025-04-24

[전남인터넷신문]전남 나주시가 추진 중인 ‘영산강 반려동물 테마파크’는 단순한 시설 이상의 가치를 담고 있다. 이 공간은 반려동물과 사람이 함께 어울리는 도시, 나주의 새로운 정체성을 상징할 중요한 출발점이다.

내년 상반기 착공을 목표로, 총사업비 110억 원이 투입되는 이 사업은 ‘테마파크 건립’에서 시작해 ‘반려동물 산업 활성화’, 그리고 ‘관광자원 연계를 통한 반려동물 친화 관광도시 조성’으로 이어지는 3단계 계획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 대형 프로젝트의 성패는 물리적 건축물의 규모나 완성도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그 공간이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는가이다. 사람들이 반려동물과 함께 찾아와 시간을 보내는 그 순간, ‘왜 이곳인가?’라는 질문에 납득할 만한 서사가 있어야 한다. 결국, 공간을 채우는 것은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반려동물 스토리텔링의 출발점은 의외로 단순하다. 바로 이름의 유래다. 반려동물의 이름은 때로는 그들의 외모나 성격, 역할에서 비롯되고, 때로는 그 지역의 문화나 환경과 맞닿아 있다. 예를 들어 ‘포인터(Pointer)’는 새를 향해 앞발을 들고 방향을 가리키는 개의 사냥 본능에서 유래했고, ‘리트리버(Retriever)’는 사냥감을 되찾아오는 데서, ‘스패니얼(Spaniel)’은 덤불 속 새를 몰아내는 데서 비롯된 개이름이다.

고양이 역시 ‘미치오(Micio)’처럼 쥐를 사냥하는 습성에서 비롯된 이름을 갖고 있다. 영어권에서는 ‘마우서(Mouser)’라는 별명이 널리 쓰이는데, 이 역시 고양이가 쥐를 잡은 역할을 이름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쯤에서 떠오르는 질문 하나. 그렇다면 나주에서 반려동물은 어떤 존재였을까? 나주는 예로부터 풍요로운 곡창지대였다. 나주평야에서 생산된 곡식을 보호하는 데에도 동물들이 은연중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배밭에서 새를 쫓던 개, 곡식 창고에 들끓는 쥐를 잡던 고양이, 멍석 위에 널어놓은 곡식을 지키던 노견들. 이들은 단순한 반려동물이 아니라, 지역 공동체의 삶과 맞닿아 있던 작은 일꾼이자 이야기의 주인공이었다.

이처럼 반려동물과 지역의 관계를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낸다면, 단순한 테마파크를 넘어선 문화 자산으로 발전할 수 있다. 예컨대 ‘배밭 지킴이 개’를 테마로 한 마스코트 개발, 반려동물 이름 유래를 공모하는 전시회, 고양이 마을 조성 등은 시민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나주만의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품고 있다.

이름도 없이 마을을 지키던 늙은 개, 해 질 녘 쥐를 쫓던 고양이. 이들은 나주 사람들의 삶 속에 조용히 스며 있던 존재였던 그들의 이야기를 우리가 이어가면 지역 공동체의 회복에도 기여한다. 반려동물을 매개로, 지역민들 사이에 기억이 공유되고 이야기가 오간다. 세대를 잇고, 낯선 사람을 친구로 만드는 힘이 바로 ‘이야기’에 있다.

테마파크 건립은 시간이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이야기는 지금 당장이라도 시작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이야기가 쌓이면, 테마파크는 단순한 놀이터를 넘어, 사람과 동물, 도시와 공동체가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땅을 고르기보다, 이야기를 짓고, 소프트웨어를 충실하게 구축하는 일이다. 영산강 반려동물 테마파크가 진정한 도시의 자산이 되기 위해선, 그 공간을 채울 이야기부터 정성껏 준비해야 한다.

땅을 고르는 일은 계속되겠지만, 진짜 준비는 이야기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그 이야기가 자라나면, 테마파크는 도시의 중심에서 살아 숨 쉬는 하나의 ‘문화’가 될 것이므로 그 공간을 채울 이야기부터 정성껏 준비해야 한다.

[참고문헌]

허북구, 조자용, 이경동. 2023. 반려견 이름의 유래에 관한 연구. 한국농어촌관광학회지 26(2):133-162.

조자용, 정재훈, 이경동, 허북구. 2023. 반려묘 이름의 유래 준거에 관한 연구. 전남도립대학교 논문집 25:176-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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