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비용 차주 전가 '제동'···달라지는 금리산정 공식

2025-12-15

은행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은행권의 대출금리 산정 공식이 크게 달라지게 됐다. 예금자보험료, 보증기금 출연금, 교육세 인상분 등 법적비용을 차주에게 떠넘겨온 관행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일각에선 수수료율 인상 등 '풍선효과'가 나타나지 않도록 금융당국의 관리·감독이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은행 대출금리 산출시 법적비용을 가산금리에 반영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이 담긴 은행법 개정안이 지난 1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간 은행권은 대출금리 산출시 은행연합회 자율규제인 '대출금리 체계의 합리성 제고를 위한 모범규준'에 따라 가산금리에 신보·기보 등 보증기금 출연금을 법적비용 항목으로 반영해 왔다.

이 규준에 따르면 대출금리는 기준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하고 우대금리를 차감하는 방식으로 산출된다. 가산금리에는 업무 원가와 리스크 프리미엄, 자본 비용, 목표 이익률뿐 아니라 법적비용 항목이 포함돼 왔다. 법적비용에는 보증기금 출연금과 교육세 등이 대표적으로 들어간다.

특히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 지역신용보증재단 등의 출연금은 정책보증대출을 취급할 때 일정 비율로 부과되며, 은행들은 이를 가산금리에 그대로 반영해 왔다. 예를 들어 신보·기보·지신보 출연금이 합산 0.4%라면 해당 비율이 대출금리에 추가되는 방식이다.

문제는 이 같은 금리산정 방식이 포용금융과 정책금융의 취지와 충돌한다는 점이다. 정부는 서민·취약계층과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정책보증과 보증대출을 확대해 왔지만 그 비용이 다시 차주 금리에 반영되면서 실질적인 금융 부담 경감 효과가 제한된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자금 사정이 열악한 차주가 정책금융을 이용하면 오히려 비싼 값에 돈을 빌려야 한다는 얘기다.

정책금융 수익자부담 원칙 왜곡···사회적 책임 회피 비판도

이에 따라 정책금융의 수익자부담 원칙이 왜곡되고 은행이 사회적 책임을 비용 전가 방식으로 회피하고 있다는 지적도 뒤따랐다. 자율규범에 맡겨진 금리 산정 방식을 뜯어고친 것이 핵심 배경이다.

은행법 개정에 따라 은행들은 앞으로 대출금리에 법적비용을 반영할 수 없게 됐다. 다만 개별 법률에 따라 부과되는 보증기금 출연금의 경우 출연료율의 50% 이하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 미만까지는 예외적으로 반영이 허용된다. 교육세 역시 최근 국회를 통과한 교육세법 개정으로 인상된 세율 부분은 대출금리에 반영할 수 없도록 했다.

자율규범에 맡겨졌던 금리 산정에 감독 권한을 부여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은행은 대출금리 산정 과정에서 법적비용 반영 금지 준수 여부를 연 2회 이상 점검하고 그 결과를 기록·관리해야 한다.

이 같은 의무는 내부통제 기준에 반드시 반영해야 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 은행뿐 아니라 임직원에게도 행정제재가 부과될 수 있다. 대출금리 산정 업무가 상시적인 관리·감독 대상이 된 셈이다.

전문가 "은행 수익성 악화 불가피···소비자 부담 전이 점검해야"

전문가들은 이번 은행법 개정안에 대해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평가했다. 은행이 법적비용을 차주에게 전가해 온 관행을 바로잡아 정책금융의 본래 목적을 회복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일각에선 은행들이 수수료율 인상 등을 통해 대출 마진 감소분을 보전하려 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법적비용의 차주 전가를 막겠다는 취지와 달리 소비자 부담이 다른 경로로 이전될 경우 제도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뉴스웨이와의 통화에서 "은행이 법적비용을 가산금리에 반영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소비자 입장에서 필요한 부분"이라면서도 "하지만 은행 입장에서는 대출마진이 줄어들기 때문에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은행들은 가산금리를 올리는 대신 수수료 비용을 인상하거나 신규로 수수료를 걷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런 풍선효과를 막기 위해서는 다른 형태의 소비자 부담 이전이 발생하는지도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법적비용을 대출금리에 반영해 온 정도는 은행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비중이 컸던 은행에 대해서는 보다 강도 높은 관리가 필요하고, 상·하반기 정기 점검을 통해 문제가 확인될 경우 영업정지 등 강한 행정제재가 뒤따라야 실효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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