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일국 "누굴 탓해요"…'삼둥이 아빠' 그 뒤 8년간 생긴 일

2024-10-13

오늘의 더중앙플러스 - 더,마음

우울증으로 병원 치료를 받는 사람이 연간 100만명을 넘어섰습니다. 자살률은 OECD 국가 중 제일 높죠. 더중앙플러스의 ‘더, 마음’ 시리즈는 아픈 마음을 위로하고,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전달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은 무엇일까. 정신건강 전문가에게 듣는 마음 치료법. 혹은 지식인, 멘토가 전하는 삶의 지혜. 다양한 '마음챙김 솔루션'이 준비돼 있습니다.

오늘은 중앙일보 독자들을 위해 '더 마음' 시리즈의 송일국 편을 전문 무료로 공개합니다.

▶ 더, 마음

‘슈퍼맨이 돌아왔다’ 출연 이후 8년 경력 단절을 겪었어요. 드라마도, 행사도 아예 섭외가 안 들어오더라고요.

배우 송일국(52)은 2000년대 ‘국민 배우’로 통했습니다. 드라마 ‘애정의 조건’(2004, KBS), ‘해신’(2004, KBS)으로 스타덤에 올랐고, 최고 시청률 49.7%를 기록한 ‘주몽’(2006, MBC)에서 연기력과 흥행력을 다 갖춘 배우로 성장했어요. 결혼 후에는 예능 ‘슈퍼맨이 돌아왔다’(KBS, 이하 ‘슈돌’)에서 누구보다 헌신적이고 따뜻한 아버지로 등장했죠. 세쌍둥이 아들 대한·민국·만세와 유쾌한 부자 관계를 보여주며 국민적 사랑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슈돌’ 하차 후, 배우 송일국은 TV에서 사라집니다. “왜 보이지 않았냐”는 질문에 그는 “섭외가 뚝 끊겼다”며 담담히 고백합니다. 그에겐 어떤 일이 있었을까요. 분명한 건 “지난 시간에 후회가 없다”는 건데요.

배우 27년 차, 50대에 접어든 송일국은 계속해서 나아갑니다. 떨어질 각오로 뮤지컬 오디션을 보고, 무대에서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고 있죠. 연극 ‘맥베스’에 이어 10월에는 글로벌 흥행작인 뮤지컬 ‘애니’의 주역으로 돌아오는데요. 영광의 시절에 기대지 않고 계속 도전할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일까요?

경력 단절기의 불안은 어떻게 이겨냈는지, 송일국 부부의 육아·교육 철학은 무엇인지, 삼둥이가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자랐으면 하는지도 물었는데요. 그는 이 모든 질문에 현명한 대답을 들려줬습니다.

✅1. “여보, 애들 태어나면 내가 다 키울게”

최근 ‘유 퀴즈 온 더 블럭’(tvN, 이하 ‘유 퀴즈’)에 삼둥이와 함께 출연했습니다. ‘유 퀴즈’ 최고 시청률(6.8%)을 기록했어요.

‘슈돌’에 출연한 지 마침 10년이 됐더라고요. 이렇게 많은 관심을 주실 줄 몰랐는데 감사했어요. 대한·민국·만세도 유재석씨, 조세호씨 사인을 자기 책상에 붙여 놓을 정도로 너무 좋아했어요.

방송에서 인생의 우선순위를 말한 게 화제가 됐어요. ‘가족’이 최우선이라고요.

저는 가진 것에 비해 100만 배 이상 성공한 사람이에요. 예전엔 단순히 운이 좋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10년 넘게 김좌진 장군 기념사업회를 통해 대학생들과 항일 유적지 투어를 다니면서 알게 됐어요. ‘아, 내가 잘 된 건 조상 덕이구나.’ 내가 받은 걸 어떻게 사회에 보답하지 생각했죠.

기본을 지켜야겠더라고요. 국가의 최소 단위는 가정이잖아요. 내 가정부터 행복하게 꾸리고 바르게 살자. 그래서 인생 목표를 첫째로 아내한테 좋은 남편, 둘째로 자식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버지, 셋째로 내 일에 충실하게 사는 것으로 결정했어요. 기본만 지키고 살 뿐이에요. 대단한 것 없어요.

2012년 삼둥이가 태어났어요. 커리어를 착실히 쌓아 왔는데, 아이들이 태어나고 어땠나요?

아내가 임신했을 때 제가 이렇게 말했거든요. “여보, 걱정하지 마. 출산까지가 여보 일이야. 애들 태어나면 내가 다 키울게.” 막상 아이들이 태어났는데, 너무 힘들더라고요. ‘슈돌’ 촬영 막바지에 드라마 ‘장영실’(2016, KBS)을 동시에 찍었는데, 육아와 일을 병행하니 정말 힘들었어요. 연습량이 압도적으로 부족하다 보니 신인 때보다 NG를 많이 냈어요.

어떻게 이겨냈나요.

어떻게 해요? 물리적인 시간이 안 되는데, 그냥 이겨내야지. 내가 아빠인데 집에 안 들어갈 수도 없잖아요. 어떻게든 해야죠. 이건 모든 일하는 부모가 가진 딜레마잖아요. 버텨야죠. 요즘도 흔들려요. 여전히 밸런스가 고민이에요.

‘장영실’ 이후, 8년간 경력 단절을 겪었어요. 불안하거나 두렵진 않았나요.

혼란보다는 애들 때문에 정신이 없어서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모르겠던데요. 배우는 선택받는 직업이잖아요. ‘삼둥이 아빠’ 이미지가 강하기도 하니까, 배우로서 경쟁력이 떨어졌으니 드라마도, 행사도 섭외가 안 오더라고요. 누굴 탓할 수가 없어요. 육아하면서 자기 관리를 못 해서 100kg 넘게 살이 쪘거든요. 제가 눈앞에 음식이 보이면 못 참아요. 애가 셋이니까 집에 먹을 게 넘치거든요. 아이들 먹을 때, 하나씩 뺏어 먹었죠(웃음).

그런데도 ‘육아에 전념한 것에 후회는 않는다’고 말씀하셨어요. ‘슈돌’은 어떻게 출연했나요?

제가 ‘슈돌’ 찍기 전에 굉장히 지친 상태였거든요. 아이가 셋이니까 외출도 제대로 못 해서 미안했는데, 이참에 아이들과 추억 쌓으려고 출연했어요. 몇 번 찍고 그만두려 했는데,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을 줄 몰랐죠. 덕분에 우리 아이들 예쁜 모습을 고화질로 남겨 놓을 수 있어 너무 감사하죠. 지금도 힘들 때마다 유튜브에 삼둥이 영상 찾아봐요.

✅2. 삼둥이에게 매일 100번씩 뽀뽀해

배우로서 커리어에 더 욕심이 날 때는 없나요?

매일 그래요. 주어진 환경에서 최대한 하려고 노력해요. 그나마 숨통은 트인 게 삼둥이가 이제는 자기들끼리 반나절은 버틸 수 있어요. 최근에 아내 허락받고, 집에 작은 작업 공간을 만들었어요. 연습도 하고, 제 노래를 녹음해서 들어보기도 하고요.

집에서 연습이 잘 되던가요.

연습하고 있으면 5분마다 3명이 번갈아가면서 와요. “아빠~ 이거 뭐예요?” 물어봐요. 제 육아 철칙 중 하나가 ‘아이들이 말 끝날 때까지 들어주기’거든요.

오은영 박사의 부모 십계명을 지갑에 넣고 다니잖아요. 제1 원칙이 ‘아이의 말을 중간에 끊지 마세요’였죠.

어머니(김을동 배우이자 前 의원)가 밤을 새우더라도 제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셨거든요. 그 기억이 지금도 좋게 남아 있어요. 아이들이 독립해서 제 곁을 떠나는 날이 곧 올 거잖아요. 미주알고주알 자기 얘기 하는 거? 며칠 안 남았어요. 지금 안 들어주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아요.

대한·민국·만세가 이제 사춘기에 접어들겠네요.

민국이가 딱 사춘기 경계에 와 있어요. 요즘 아이들에게 매일 뽀뽀 100번씩 해요(웃음). 만세는 원래 애교가 많아서 뽀뽀를 좋아하는데, 대한이랑 민국이는 너무 싫어해요. 아직은 져주는 척하며 아빠 뽀뽀를 당해주는데 엄청 귀여워요. 이런 날이 얼마 남지 않았겠구나, 생각해요.

요즘 가장 중시하는 육아 철칙이 있다면?

솔직히 매일 시행착오를 겪어요. 우리 가족만의 방향을 찾아 나가는 과정이고요. ‘아이들을 어떻게 키우냐’보다 더 중요한 건 ‘부모의 행복’이라 생각해요. 부부가 행복하면 아이들은 따라와요. 제 인생 목표가 아내에게 좋은 남편인 이유가 있어요. 아이들이 나중에 방황하거나, 엇나갈 수도 있죠. 하지만 저는 가정이 잘 서 있고, 부부가 행복하면 아이들은 반드시 바른길로 돌아온다고 믿어요.

삼둥이가 어떤 모습으로 컸으면 좋겠나요?

기대치가 없어요. 하고 싶은 걸 마음껏 하며 살았으면 좋겠어요. 제가 10대 후반부터 20대 초반까지 정말 방황했는데요, 어머니가 한 번도 잔소리를 안 하셨어요. 미대 4수도 도와주실 정도로.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했던 그때의 경험이 배우로서 큰 자산이 됐거든요. 우리 아이들도 아직까지 미술 학원, 피아노 학원 다니거든요. ’인생의 낙’이라니까. 학원에 초등 고학년은 우리 애들밖에 없대요(웃음). 대한이·민국이는 곧 피아노 콩쿠르도 나가요.

육아와 일을 병행하며 고군분투하는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제가 늘 생각하는 건 ‘천국은 마음 안에 있다’는 거에요. 그러니 위 보지 말고, 아래 보지도 말고 지금, 여기를 살자. “나는 왜 조연이지” 나보다 더 나은 형편인 사람과 자꾸 비교하면 내 인생이 얼마나 초라해져요. 반대로, 지금 내가 가진 것도 누군가는 간절히 바라는 것일 수 있고요. 그러니 지금, 여기 살자고 전하고 싶어요.

그리고 육아하는 남자분들에게 꼭 하고 싶은 얘기. 아내에게 지는 게 이기는 겁니다. 그리고 아내는 임신·출산까지, 제 할 일 다 한 겁니다. 육아는 아빠 일입니다.

✅3. 배우는 불확실을 견디는 직업

2006년 사극 드라마 ‘주몽’(MBC)에서 주몽 역할을 맡아 연기 대상을 받았어요. 당시 최고 시청률이 49.7%였습니다. 18년째 ‘주몽 ’ 이미지, 배우로서 부담스럽지 않나요? 과거의 나를 뛰어넘는 게 어렵진 않은지.

‘주몽’은 저에겐 큰 의미가 있는 작품이에요. 항일 유적지를 탐방할 때, 고구려·발해 유적지도 가는데요, 주몽이 고구려를 세우며 첫 수도로 삼았던 졸본성도 갑니다. 그때마다 청년들에게 이야기해 줘요. 대한민국 영문 이름인 Korea는 고려에서 나왔고, 고려는 고구려를 계승한 나라다. 고구려는 우리 민족의 자존심이자 근간이 되는 중요한 역사다. ‘주몽’을 통해 고구려 역사를 전 국민에게 알린 것만으로도 제 인생의 사명을 다 했다 생각해요. 그러니 18년째 따라다니는 ‘주몽’ 이미지는 제가 감내해야죠.

배우는 ‘선택받는 직업’이잖아요. 인생의 불확실성을 어떻게 이겨내고 계속 새로운 도전을 하시나요?

저의 원동력은 ‘부족함’에 있어요. 부족함은 축복이에요. 전 스스로를 잘 알아요. 미술 하려다 운 좋게 배우가 된 사람이잖아요. 끼로 똘똘 뭉친 배우들, 주위에 얼마나 많아요. 그에 비해 저는 정말 부족함이 커요. 지금도 작품 하면 조언을 구하기 바빠요. 공연 때마다 온 가족 불러서 피드백을 꼭 받아요. 제 장점은 마른 스펀지처럼 피드백을 ‘쫙쫙’ 잘 받아들이는 거예요. 그렇게 조금씩 자신을 발전시키는 거죠. 뮤지컬 오디션을 직접 보기도 하고요.

뮤지컬 배우로 새로운 도전을 하고 계신데요, 지난해 말에 참여한 뮤지컬 ‘맘마미아’도 직접 오디션을 봤다고요. 여러 오디션에서 떨어졌다는 이야기가 놀라웠습니다.

당연한 거예요. 뮤지컬 업계에선 검증 안 된 ‘중고 신인’이잖아요. 이제는 떨어지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실패하는 과정에서도 분명 배우는 게 있거든요. 미친 척하고 뮤지컬 ‘레미제라블’ ‘시카고’ 오디션도 봤어요. 떨어졌죠. 그래도 오디션을 계속 보는 이유는 실력이 몇 배로 늘기 때문이에요. 연습실에서 혼자 노래 수십 번 부르는 것보다 오디션을 준비할 때 실력이 확 늘어요. 그 경험을 초석으로 또 다른 뮤지컬에 도전하고. 제 실력이 부족하니까 이렇게 하나씩 나아가는 수밖에요.

10월에 뮤지컬 ‘애니’로 돌아옵니다. 억만장자 ‘워벅스’ 역할을 맡았습니다.

캐스팅 제의가 왔을 때, 배우 전수경 선배에게 전화드렸더니 “너한테 딱이야!” 하며 추천해 주셨어요. ‘워벅스’는 무뚝뚝하지만 따뜻한 억만장자예요. 대통령과 독대할 정도로 부유하죠. 하지만 가난한 어린 시절을 이겨내고자 오로지 돈을 위해서 치열하게 산 인물이기도 해요. 그러다 고아 소녀 애니를 만나 삶의 의미를 깨닫고, 마침내 애니를 입양해서 가정까지 이루게 되는데요. 어려운 시기를 극복해냈기 때문에 거친 면모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캐릭터예요. 저만의 ‘송벅스’를 찾는 중이에요.

뮤지컬 '애니'

1924년 해롤드 그레이의 만화 ‘작은 고아소녀 애니’가 원작이다. 1930년대 대공황 시대를 배경으로 고아원에 맡겨진 소녀 애니와 억만장자 올리버 워벅스의 연대를 그린 작품이다. 1977년 브로드웨이 초연 이후 32개국에서 공연되며 글로벌 스테디셀러로 사랑받았다. ‘보니 앤 클라이드’의 찰스 스트라우스가 음악을 맡았다. 10월 1일~29일, 유니버설아트센터 대극장.

뮤지컬은 ‘브로드웨이 42번가’ ‘맘마미아’에 이어 세 번째 도전입니다.

저는 참 더딘 배우예요. 무대에서 두 발로 서 있는 감각을 알기까지 10년 걸렸거든요. 올 초에 ‘맘마미아’ 하면서 연기하며 춤추는 것을 겨우 익혔는데, 이번엔 주연으로 극을 이끌어야 하니 참 어려워요. 한편으로는 배우 인생 2막 같아요. 계속 새로운 도전이 주어지거든요. 아내가 저에게 “하늘에서 커리큘럼 짜주는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웃음).

‘애니’는 희망의 메시지가 강렬한 작품입니다. 관객에게 무엇을 전하고 싶은가요.

“아무리 돈이 많아도 인생을 함께할 누군가가 없다면, 그건 돌아갈 집이 없는 것과 같다는 걸.” 극 후반부에 워벅스가 애니에게 자신의 과거를 들려주며 나오는 대사예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게 ‘함께하는 것’이라 생각해요. 한자 人(사람 인)이 두 사람이 서로 기대고 있는 모습이듯, 더불어 사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전하고 싶어요.

‘배우 송일국’의 목표가 있나요?

인생이 계획대로 되던가요. 전 미래를 생각할 여유가 없어요. ‘애니’를 끝마치면 다음 단계가 보이지 않을까요? 이번 작품의 목표는 있어요. ‘배우’ 송일국이 아닌 ‘뮤지컬 배우’ 송일국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싶어요. 아니, 달 거예요. 완벽하진 않지만 ‘뮤지컬 배우’ 타이틀이 부끄럽지 않도록 목숨 걸고 열심히 하고 있거든요. 첫 뮤지컬 공연 때는 정말 환불해 드리고 싶을 정도로 부족했는데요. 이번엔 관객들이 몰입할 수 있는,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뮤지컬을 만들려고 다 같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민국이가 좋은 꿈을 꿨대요. 뮤지컬 잘되라고, 돈 주고 꿈을 샀어요. 안 판다고 했는데, 제가 졸라서 샀네요(웃음).

더,마음 - 더 자세한 내용은 더중앙플러스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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