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전통식품 김치류·떡류 없애는 식약처 개편에 논란

2025-10-11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절임류(김치류)를 농산가공식품류로 통폐합하고 벌꿀류를 당류로 흡수하는 등의 식품 분류 체계 개편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식약처는 20개가 넘는 식품공전 대분류와 300여개의 식품유형을 소비자 편의를 위해 간소화하는 거란 입장이다. 하지만 일부 식품업계 요구에 소비자 알권리와 전통 한식 문화가 훼손된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회 농림축삭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12일 식약처 산하 식품안전정보원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식약처는 올해 3월 식품안전정보원에 의뢰해 식품공전 개정 10년 만에 대대적 개편 작업을 진행 중이다. 식품공전은 식품의 제조·가공·보존 방법 등에 관한 규격 등을 정리해놓은 기준서다. 식품안전정보원은 올 5월부터 8월까지 5차례에 걸쳐 ‘식품공전 분류체계 및 기준·규격 개선’ 산업계 자문단 회의를 진행하며 개편을 구체화했다.

이번 개편은 현행 24개 식품군(대분류), 102개 식품종(중분류), 290개 식품유형(소분류)로 이뤄진 식품분류체계를 대거 통합 및 축소하는 게 골자다. 우선 중분류인 식육간편조리세트는 즉석식품류로, 화분가공품류는 기타식품류에 흡수된다. 벌꿀류는 없어지고 당류로 통합한다.

또 절임류(김치류), 떡류, 두부류, 코코아가공품류, 초콜릿류 등은 ‘농산가공식품류’로 한데 묶는다. 이에 권대영 전 한국식품연구원장은 “김치가 절임류 안에 분류된 것도 문제인데 절임류마저 없애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200가지가 넘는 김치는 김치류로 별도로 분리해야 한다”고 했다.

유가공품류에서도 다양한 가공유와 발효유가 대거 통폐합된다. 중분류인 우유류, 가공유류, 산양유는 액상유류로 합쳐진다. 국산 원유가 99% 가량 사용되는 강화우유와 유산균첨가우유는 가공유로 통합된다. 유산균음료, 효모음료, 기타발효음료와 같은 식품유형이 포함됐던 중분류인 ‘발효음료류’는 아예 없어질 처지다. 식약처는 발효음료류가 타 중분류에 비해 판매실적이 높지 않다는 이유를 내세우지만 기능에 맞게 구분해 먹었던 소비자들의 불편을 초래할 전망이다.

장류를 살펴보면 한식메주와 개량메주로 분리됐던 식품유형은 ‘메주’로 통칭된다. 마찬가지로 한식간장과 양조간장은 ‘간장’으로, 한식된장과 일반된장은 ‘된장’으로 묶인다. 특히 현행 식품공전상 우리나라 간장은 한식간장·양조간장·혼합간장·산분해간장·효소분해간장 등 5종으로 분류되는데 이러한 분류도 모두 사라지게 된다. 그간 일부 기업은 복잡한 분류가 생산과 수출에 걸림돌이 된다며 간장 유형 통합을 요구해왔지만 전통 방식으로 만든 장류를 대량 생산 제품과 동일시해 장문화가 위축될 거란 비판이 제기된다.

식용유지류에서는 31개 식품유형을 17개 식품유형으로 대폭 축소를 추진한다. 참기름과 들기름 식품유형은 그대로 유지되지만 콩기름·옥수수기름·채종유(유채유·카놀라유) 등은 ‘식물성유지’로 통합된다. 식약처는 참기름과 들기름을 제외하면 모두 식물성 원료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하지만 이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인 '유전자변형식품(GMO) 완전 표시제'와 대치된다. 이 대통령은 올해 대선에서 페이스북을 통해 농림축산식품 분야 정책 공약을 발표하며 "GMO 완전표시제를 단계적으로 도입해 소비자의 알권리와 선택권을 보장하겠다”고 한 바 있다. GMO 완전표시제는 GMO를 사용한 식품이면 제품에 GMO 단백질이 남아 있지 않아도 GMO 식품이라고 표기하는 것이다. 콩·옥수수·카놀라 등은 대표적 수입 GMO다.

아울러 식약처는 분쇄가공육제품을 양념육으로 통합하는 안도 검토 중이다. 분쇄가공육제품은 양념육의 최종형태와 유사해 구분이 어렵다는 논리다. 그러나 고기를 갈아서 양념하는 햄버거 패티와 같은 분쇄가공육제품과 고기를 양념에 절이는 양념육은 제조 공정부터 엄연히 다르다고 축산업계는 설명한다. 송 의원실 측은 “현재 한국이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제한하고 있는데 이와 관련된 안전성 문제가 나올 수 있는 대목"이라고 봤다.

송 의원은 “윤석열 정부에서 비롯한 식약처의 연구 사업이 우리 전통식품, GMO 완전표시제 대상 품목과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과 관련한 민감 품목에 불필요하게 과도한 초점이 맞춰졌다"며 "우리 전통식품산업과 농축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민감한 논의가 이렇게 소홀하게 다뤄져선 안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감 품목의 식품 유형 자체를 없애 식별조차 할 수 없게 만들 게 아니라 관계 부처, 시민사회와 충분하게 소통해야 한다”며 “전통식품 산업을 체계적으로 육성하기 위해서 농림축산식품부는 전통식품 전담 부서를 설치해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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