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니우’ 굿즈 싹쓸이 우려
암표 시장 구조화 가능성
전문가 “법·제도 보완 시급”

중국인 단체관광객의 비자 빗장이 풀렸다. 경제적 효과가 기대되지만 중국발 전문 되팔이꾼의 폐해도 우려된다.
법무부 등에 따르면 지난달 29일부터 내년 6월 30일까지 국내·외 전담 여행사가 모객한 3인 이상 중국인 단체관광객은 비자 없이 15일 범위에서 국내 관광을 할 수 있다.
방한 시장 1위인 중국의 입국 편의를 위해 관광 활성화에 나선다는 취지다. 정부가 이번 정책 시행으로 예상하는 중국인 추가 관광객은 내년 상반기까지 100만명이다.
정부의 중국인 단체 관광객 무비자 입국 허용 정책은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최근 발생한 NCT WISH(위시) 굿즈 싹쓸이 사건 같은 부작용 또한 예상될 뿐 아니라 핵심 소비층인 국내 팬덤의 박탈감을 심화시키는 구조적인 문제 또한 낳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직접적인 악영향은 ‘전문 되팔이꾼’으로 불리는 ‘황니우’(黄牛) 활동이 극심해질 것이 우려되고 있다. 최근 NCT 위시 팝업 스토어에서 발생한 사건은 ‘전조 증상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중국인 되팔이 업자가 NCT 위시 팝업 스토어 자판기 상품을 ‘싹쓸이’해 가는 장면이 담긴 영상이 공개돼 팬들의 반발을 샀다.
중국어를 쓰는 남성과 여성이 커다란 가방에 굿즈 상품을 담고 있다. 이미 자판기는 텅텅 빈 상태였다. 이에 줄을 서고 대기하던 한국인이 “정신 차리라. 줄 서 있는 사람이 있다” “양심 없다” 등 소리치며 항의했지만 이 중국인들은 상품을 쓸어 담으며 오히려 항의하는 한국인에게 소리치기도 했다.
K팝이 중국 내에서 한한령의 한파를 뚫고 주요 콘텐츠로 소비되고 관련 굿즈 등에 프리미엄이 붙으면서 판매 차익을 노린 황니우들이 대거 몰리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한국에서 관련 물량을 대량으로 확보해 자국에서 비싸게 되파는 행위를 지속한다.
이들의 조직적인 행위는 굿즈 상품 되팔이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황니우들은 팬 사인회 응모 등을 위해 수천, 수만장의 앨범을 구매했다가 되파는 행위를 반복하고 있어 앨범 판매량의 ‘거품 수요’로 작용하고 있다는 문제점도 있다.
이는 K팝 산업의 중요한 성공 지표들을 왜곡시킬 뿐만 아니라 순수한 팬덤에게 악영향을 끼칠 뿐 아니라 아이돌 팬덤 규모의 중요 수치인 ‘초동 판매량’의 착시 효과 또한 불러 일으키고 있다.
가장 우려되는 지점은 암표 시장의 구조화다. 관광객으로 위장한 황니우들이 무비자 입국으로 국내에 단기 체류하며 전문적으로 암표 거래에 나서는 조직이 확대될 것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국대중음악공연산업협회 고기호 부회장은 “중국인이든 한국인이든 암표거래가 너무 쉽게 돼 있는 법과 체계가 문제고 중국의 K팝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현재의 한한령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콘텐츠진흥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공연 암표 신고 주요 현황’에 따르면 NCT 위시, 에스파, NCT 도영, 블랙핑크, 보이넥스트도어, 라이즈 등 K팝 가수들의 공연은 정상 티켓가 대비 최대 51배 높은 가격으로 재판매 사이트에서 판매되고 있었다.
NCT 위시의 경우 데뷔 첫 단독 콘서트는 원가 19만 8000원짜리 티켓이 970만원에, 에스파 단독 콘서트와 지난 6월 열린 NCT 도영 콘서트는 15만 4000원 상당의 표가 800만원에 판매한다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이미 천정부지로 오른 티켓 되판매 가격이 더욱더 오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무비자 입국으로 황니우들의 활동이 더욱더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되며 국내 팬덤과의 갈등 및 역차별 문제점 등과 관련한 대응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법무법인 LKB평산 정태원 변호사는 “현행법이 미흡하다. 공연법 제4조2 제2항은 매크로로 티켓을 구매해 되팔면 1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지만 적발 자체가 어렵다”며 “암표를 정가 초과로 팔면 20만원 이하 벌금, 구류, 과료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억대에 이르는 암표 수익에 비하면 ‘솜방망이’”라고 했다.
또한 “우리도 대만이나 일본 사례처럼 단순 벌금형을 넘어 폭리 규모에 상응하는 고액 벌금, 실형 가능성을 도입해야 하고 본인 확인 강화, 구매 수량 제한, NFT 티켓 같은 기술적 장치도 필요하다”며 “결국 국내 팬덤 보호와 산업 건전성을 위해 법·제도 전반의 강력한 보완이 시급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