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서 저항의 상징된 ‘원피스 해적 깃발’

2025-08-07

권위주의적 통치로 비판받는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독립기념일을 앞두고 국민들에게 국기 게양을 촉구하자 시민들이 만화 <원피스> 속 해적 깃발을 들고 반발하고 있다.

7일(현지시간) BBC·안타라 통신은 최근 인도네시아 곳곳에 일본 만화 <원피스>에 등장하는 밀짚모자 해적단을 상징하는 깃발이 내걸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만화 속 밀짚모자 해적단은 자유와 우정, 억압에 대한 저항을 상징하는 인물들이다.

수비안토 대통령은 지난달 말 오는 17일 인도네시아 독립기념일에 맞춰 8월 한 달간 “붉은색과 흰색 국기를 게양하자”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취임한 수비안토 대통령이 과거 군부 통치 시절로 역행하는 정책을 시행해 비판받는 가운데 애국심 고취를 목적으로 국기 게양을 제안하자, 시민들은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원피스 깃발’을 통해 표현하기 시작했다. 시민들은 문과 자동차, 벽 등에 국기와 함께 해적 깃발을 걸기 시작했다.

이에 정부는 깃발 사용 제재에 나섰다. 나탈리우스 피가이 인권부 장관은 지난 3일 “국기와 함께 원피스 깃발을 게양할 시 법적 위반이자 심지어 폭동 행위”라고 경고했다. 이어 자카르타주 경찰은 원피스 깃발 게양 감시에 나선다고 밝혔다.

정치계는 감시와 처벌의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인도네시아 최대 정당인 투쟁민주당의 데디 예브리 시토루스 의원은 “정치적 위협이라기보다는 상징적인 항의의 한 형태”라며 “민주주의 사회의 일부인 비판의 공개적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비마 아리아 수기아르토 내무부 차관도 안타라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 한 민주주의 사회에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국기 관련 법률은 개인 소유지에 조직적·문화적 상징물을 게양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지 않다. 다만 인도네시아 국기가 다른 깃발과 함께 게양될 경우 국기가 가장 높이 위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의회의 외교 정책 분석 보좌관이었던 파르한 리즈쿨라는 온라인 출판 플랫폼 미디움에 올린 글에서 “원피스 깃발을 든 시민들은 ‘루피(원피스 주인공)의 꿈’, 즉 자유롭고자 하는 단순하고 변함없는 욕망이 정부가 진심으로 두려워하는 것이란 점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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