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해각서 체결’이란 표현에 대해 두 가지 유감이 있다. 하나는 ‘양해각서’, 즉 ‘문서’를 ‘체결’한다는 표현이 주는 어색함에 대한 것이고, 또 하나는 ‘양해각서’를 줄여 ‘MOU’라고 적는 데 대한 것이다. 어느 날 경제부 선배가 ‘양해각서를 체결했다’는 표현을 ‘교환했다’로 수정해 달라고 했다.
‘체결하다’는 계약이나 조약을 공식적으로 맺는다는 말이다. “항공협정을 체결했다” “평화조약을 체결했다” “매매계약을 체결했다”처럼 약속을 뜻하는 말과 어울린다. ‘양해각서’는 국가 간에 합의한 내용을 확인해 기록하는 문서일 때도, 민간 기업 사이에 본계약 체결 전에 서로 양해된 사항을 기록하는 문서일 때도 있다. ‘각서를 썼다’ ‘각서에 서명했다’고 하듯 ‘양해각서’ 뒤에도 ‘쓰다’ ‘서명하다’가 와야 자연스럽다. 서명한 뒤 주고받는 행사를 했다면 ‘교환했다’고 해야 자연스럽게 통한다. 하지만 ‘양해각서’를 ‘협약’ 정도로 넘기고 ‘체결하다’로 받는 문장이 흔하다.
지난달 22일 우리나라와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인공지능산업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를 ‘교환’했다. 이때도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한 언론 매체가 대부분이었다. ‘교환했다’는 극히 일부였다. 지난 1일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가 왔을 때도 거의 “양해각서를 체결했다”였다.
이어지는 문장들에서 ‘양해각서’는 다른 문자, 다른 말로 나타난다. MOU. ‘Memorandum of Understanding’의 약칭이다. 한 글자 줄였는데, 어떤 경제성이 있는지 의문이다. 어려울 수 있다. ‘양해각서’로 이어 가는 게 독자들은 더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