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규제 장벽에 둘러싸인 한국은 전 세계 시장에서 ‘모빌리티 혁신의 무덤’으로 불린다. ‘타다 사태’ 등 택시 업계의 반발에 부딪힌 정치권이 중재에 실패해 눈치만 보다 신사업이 무산되는 일은 반복되고 있다. 모빌리티 업계 전반의 분위기가 위축되며 자율주행이라는 미래 기술도 한국에서 제대로 뿌리를 내리기 어렵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2009년 미국에서 설립된 우버는 2014년 8월 한국에서도 차량공유 서비스 ‘우버X’를 시작했다. 하지만 정부와 서울시는 우버를 불법으로 간주하며 단속에 나섰다. 특히 서울시는 우버를 신고하면 포상금 100만 원을 내걸어 결국 우버는 2015년 2월 우버X를 무료로 전환했고 같은 해 3월 중단했다.
2015년 콜버스는 심야에 애플리케이션 이용자들이 목적지와 탑승 시간을 입력하면 비슷한 경로의 승객을 모아 운행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우버X의 버스 버전이었다. 하지만 택시 사업자들이 위법이라며 반발에 나섰고 콜버스는 결국 해당 사업을 약 2년 만에 접은 후 전세버스 예약 중개로 방향을 틀었다.
풀러스는 출퇴근 시간대에만 제공하던 카풀 서비스를 2017년 24시간으로 확대했다. 서울시는 불법 유상 운송이라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카풀 관련 조항이 담겨있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81조에는 출퇴근에 한해서는 허용한다고만 명시돼 있을 뿐 구체적 시간대 등을 규정하고 있지 않았지만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네이버와 미래에셋의 합작펀드인 신성장기술펀드와 옐로우독·SK 등에서 220억 원 규모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던 풀러스는 결국 문을 닫았다. 카카오모빌리티도 2018년 2월 카풀 스타트업 ‘럭시’를 252억 원에 인수한 뒤 같은 해 12월 카풀 서비스를 시범 시작했지만 다음 달 서비스를 결국 포기했다.
11인승 승합차 호출 서비스를 내놓았던 타다는 변화를 거부한 정치권이 모빌리티 혁신에 어떻게 집단 배임 행위를 했는지 보여준 역사적 사건이 됐다. 타다는 2018년 ‘11인승 이상 승합차는 기사 알선이 가능하다’는 여객 운수사업법의 예외 조항을 근거로 ‘타다 베이직’ 서비스를 선보였다. 하지만 택시 업계의 거센 반발에 편승한 정치권이 2020년 ‘타다 금지법’을 통과시켜 서비스는 강제로 멈춰 섰다.
검찰은 타다 베이직이 옛 여객자동차법상 금지되는 ‘불법 콜택시 영업’에 해당한다며 2019년 10월 이재웅 전 쏘카(403550) 대표와 타다 운영사였던 VCNC 박재욱 전 대표를 불구속 기소했다. 1·2심은 두 사람에게 무죄를 선고했고 대법원도 하급심의 판단이 옳다고 최종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