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입증 어려운 ‘SKT 해킹’ 소송···‘징벌적 손해배상’ 논의 재점화

2025-05-18

SK텔레콤 유심 해킹 사태로 피해를 본 소비자들이 손해배상 소송에 잇따라 나서고 있다. 이들은 손해배상을 받기 위해 기업의 과실을 피해자가 직접 입증해야 하는 현행법의 한계를 우려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보완하고 실질적인 소비자 구제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만 손해가 불명확한 상황에서 기업에 과도한 배상책임이 지워질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지난달 22일 SK텔레콤의 유심 정보 유출 사태가 알려진 후 최근까지 공동소송에 참여한 피해자들은 18만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6일 SK텔레콤 고객 9175명은 서울중앙지법에 1인당 50만원, 총 약 46억원의 배상액을 청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무료소송’ 방침을 발표한 법무법인 대건은 최근까지 14만여명이 소송 참여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외 로펌들도 1인당 30만~10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일부 피해자들은 이번 소송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실제 받은 손해보다 무거운 배상액을 매기는 제도다. 국내에서는 일부 특별법에 부분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개인정보보호법에는 2016년 도입됐고, 고의나 중대 과실이 입증되면 최대 5배까지 배상액이 인정된다.

현재까지 개인정보 침해 사태에서 기업 등에게 징벌적 손해배상이 인정된 사례는 없다. 피해자들은 직접 기업의 고의나 중대 과실을 입증해야 하는 점에서 난관을 겪는다. 이 때문에 이번 사태에서도 피해자들이 청구한 배상액이 온전히 입증되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가해자에게 실제 손해보다 더 큰 경제적 부담을 지워 피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막는다’는 징벌적 손해배상제 취지에 맞게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디지털정보위원회 소속 김하나 변호사는 18일 기자와 통화하며 “고의나 중대 과실이 입증되지 않으면 손해액은 0원이 되기 때문에 징벌적 손해배상은 사실상 무의미한 조항이 돼 버린다”며 “입증 책임을 (기업에) 전환하고 배상액 상한선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기업에 ‘징벌’ 성격의 손해배상을 과도하게 요구하면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현행 법체계에서 불법행위 처벌은 형사 사건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이중적 처벌이 될 수 있고, 과도한 배상이 이뤄지면 기업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등 이유 때문이다. 서울의 한 부장판사는 “징벌적 손해배상은 미래 예방적 차원에서 실제 발생한 손해에 상응하는 배상을 초과해 국가가 처벌적 성격의 손해배상을 부과하는 제도”라며 “영미법에서 유래했기 때문에 국내 법체계와 모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도 아직 가시적인 피해가 드러나지 않은 상황이라 징벌적 손해배상을 주장하는 것은 조심스럽다는 의견도 있다. 공동소송을 제기한 하희봉 변호사는 “현재까지는 일반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유출 사실만으로 정신적 손해 등에 따른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논리까지 논의한 단계”라며 “(정부의) 조사 결과나 재판 진행 결과에 따라서 (SK텔레콤의) 중대 과실이 인정될 때는 징벌적 손해배상도 고려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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