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텔레콤(017670)이 해킹 사고를 겪은 지 한달 만에 소비자 신뢰 회복을 위한 전담기구를 만들었다. 정보 유출 우려와 부실 대응 논란으로 회사 신뢰가 떨어지면서 한달 간 가입자 30만여 명이 이탈한 데다 향후 인공지능(AI) 서비스 등도 차질 우려가 커지자 SK텔레콤이 본격적인 수습에 나선 것이다. 유심(UISM) 물량도 추가로 확보해 대리점 현장에서 나오는 소비자 불만도 해소하겠다는 방침이다.
SK텔레콤은 18일 서울 중구 삼화타워에서 해킹 사고 대응 일일브리핑을 열고 ‘고객신뢰위원회’를 출범했다고 밝혔다. 고객신뢰위는 외부 전문가 5인으로 구성된 독립기구로 SK텔레콤의 다양한 소비자 신뢰 회복을 위한 활동을 검증하고 자문하며 사태 수습을 지원할 방침이다.
위원장은 안완기 한국공학대학 석좌교수가 맡았다. 그는 한국테크노파크진흥회 회장과 한국가스공사 부사장 등을 역임하고 국내 기업·기관의 소비자 만족 평가 컨설팅 및 교육 전문기관인 한국생산성본부 회장을 지냈다. 고객의 개념을 소비자, 협력사, 직원으로까지 확대해 고객만족도 제고와 생산성 향상을 지원한 바 있다.
위원으로는 신종원 전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장, 손정혜 법무법인 혜명 변호사,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 김채연 고려대 심리학부 교수가 참여했다. 특히 최근 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가 SK텔레콤 해킹 사고와 관련한 가입자 집단분쟁조정을 개시한 상황에서 신 위원이 고객신뢰위에 참여한 것이 눈에 띄는 부분이다. 또 손 위원은 여성·청소년 등 사회적 약자 지원과 인권 및 공익 분야다. 학계 출신인 김난도·김채원 위원은 SK텔레콤이 사고의 초기 대응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따르는 가운데 소비자학과 심리학 관점에서 보안책을 제시할 전망이다.
고객신뢰위는 이달 16일 첫 회의를 시작으로 격주로 개최돼 회사의 다양한 조치를 자문할 예정이다. SK텔레콤은 ‘고객가치혁신 태스크포스(TF)’를 중심으로 여러 관련 부서들이 제안한 신뢰 회복 방안을 고객가치혁신실을 통해 취합해 고객신뢰위에 전달하고 다시 전문가들의 피드백을 전사에 공유할 방침이다. 회사는 이를 위해 고객가치혁신실을 고객가치위의 간사 조직으로 배치했다. 고객신뢰위는 2년 간 활동하며 해킹 사고라는 현안을 넘어 중장기적 고객 신뢰 제고 방안도 논의하기로 했다.
고객신뢰위는 당장 위약금 면제 등 가입자 피해 보상 문제에 대해서도 가입자를 포함한 SK텔레콤 외부의 의견을 반영하는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SK텔레콤은 “고객신뢰위는 위약금 면제 여부 자체를 다루지는 않는다”며 “다만 고객 시각에서 의견을 반영하고 나중에 (회사의) 조치가 마련됐을 때 반영이 충분히 이뤄졌는지 자문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회사는 이르면 다음달 말 정부 민관합동조사단의 해킹 경위 조사결과가 나오면 책임 소재 등을 판단해 위약금 면제 여부도 결정할 방침이다.
SK텔레콤이 고객 신뢰에 공들이는 것은 이것이 통신사업은 물론 AI 신사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통신사업에서는 지난달 22일 해킹 사고가 알려진 후 이달 15일까지 가입자 30만 2918명이 순감했다. 지난해 3월부터 올해 3월까지 1년 간 감소한 가입자(15만 명)의 2배가 한달도 안 돼 이탈한 것이다. 새 먹거리인 AI 역시 딥페이크·가짜뉴스 등 부작용 우려가 커지며 서비스 안전성이 핵심 경쟁력이 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SK텔레콤은 데이터센터 인프라와 ‘에이닷’, ‘에스터’ 등 서비스로 AI 시장에 본격 진출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유심 부족 문제도 수습 중이다. 유심 교체를 받은 가입자는 전날까지 210만 명, 교체를 원하지만 아직 받지 못한 예약자는 669만 명이다. SK텔레콤은 전날 87만 개를 포함해 이달 말까지 500만 개, 다음달 말 추가로 500만 개를 수급해 재고를 확보하고 교체 속도를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SK텔레콤 직원이 직접 가입자에게 방문해 유심 교체나 재설정을 지원하는 ‘찾아가는 서비스’도 19일부터 시작된다. 다음달 말까지 SK텔레콤 매장이 먼 도서벽지 300여곳, 이후 연말까지는 거동이 불편한 고령자와 장애인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