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 소속 추미애 법제사법위원장이 12일 대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조희대 대법원장의 서면 답변서(A4용지 88쪽 분량)를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범여권 법제사법위원에게만 공유하고, 국민의힘 측에는 알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12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조 대법원장은 이날 추 위원장 명의로 신청한 서면 질의에 대한 답변서를 국회 ‘의정자료전자유통시스템’에 등록하는 방식으로 제출했다. 추 위원장은 이 자료를 다운로드해 범여권 소속 법사위원들에게만 SNS 대화방을 통해 공유했다. 그러면서 “대법원장이 출석할 수 있게 최대한 노력 중”이라며 “만약 서면 답변서가 외부로 유출되면 지금까지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것이다. 내일 법사위 감사 시작 전까지는 필히 비공개 원칙을 지켜달라”며 함구령을 내렸다. “만약 언론에 공개되면 대법원장은 인사조차 하지 않을 것이다”는 경고성 당부도 함께 담았다.

조 대법원장이 서면 답변서를 제출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국민의힘 소속 박준태, 주진우 의원은 같은 시스템을 통해 법원행정처에 자료 제출을 신청했지만 답변서를 제공받지 못했다. 법원관계자는 “위원장이 비공개 요구를 한 자료라 야당 위원들도 위원장에게 건네받아야지 법원이 개별 제공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통상 피감기관이 ‘의정자료전자유통시스템’에 등록한 의정 자료는 해당 상임위원 전체가 다운로드할 수 있는데, 추 위원장이 이번 요구에 대한 답변을 ‘비공개’로 설정해 임의로 국민의힘 소속 의원에게 전달할 수 없다는 취지다. 애초부터 추 위원장이 조 대법원장의 서면 답변서를 본인만 받을 수 있게 설정해 놓고, 국민의힘 소속 위원들에게는 공유되지 않도록 ‘잠금장치’까지 걸어둔 셈이다.
국민의힘 소속 법사위원들은 “의정활동 방해”라며 추 위원장을 맹비난했다. 박준태 의원은 “국회에서 국정감사를 하는데 위원장의 권위를 활용해서 야당에는 정보를 제한하고, 여당에만 필요한 자료를 공유해 국정감사를 하려는 시도 자체가 정상적인 의정 활동이 아니다”고 날을 세웠다. 주진우 의원은 “야당의 의정 활동을 명백히 방해한 것이다. 추 위원장이 법사위를 정쟁의 장으로 만들고, 본인의 정치적 욕심을 위해 사유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법사위는 13일 대법원 국정감사에 조 대법원장을 증인으로 부를 계획이다. 조 대법원장은 출석해 인사말을 한 뒤 이석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