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압 블로킹에 가로막힌 겨울철 북서풍
화요일인 4일은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8도까지 떨어지며 매우 춥겠다. 입춘(立春)인 3일도 최저기온이 영하 12도까지 떨어지며 전국이 꽁꽁 얼어붙었다.
이번 주 내내 매서운 한파가 이어지는 가운데 6일까지 서울을 비롯한 일부 지역은 최고기온이 ‘영하’를 기록할 전망이다.
입춘 한파, 왜?
이번 추위의 주범은 한반도 북동쪽에 자리한 ‘저기압’이다.
한반도 동해에서 북동쪽으로 태평양을 타고 쭉 올라가면 러시아의 ‘캄차카 반도’와 베링해가 나오는데, 이 지역에 자리한 상층 저기압이 며칠 째 제자리를 맴돌고 있어서다. 일종의 ‘저기압 블로킹’이다.
하늘에도 해류처럼 공기가 흐르는데, 한반도 북쪽에는 서쪽에서 동쪽으로 ‘제트 기류’가 흘러간다. ‘공기의 강’인 셈이다.
이 제트 기류는 2차 세계대전 당시 투하된 폭탄이 제트 기류를 타고 목표 지점을 벗어나면서 처음 발견됐다.
지금 문제는 한반도 북동쪽에 버티고 있는 저기압이 대기를 꽉 누르며 제트 기류를 가로막고 있는 점이다. 겨울철 매서운 북서풍을 안고 한반도 위쪽에서 빠르게 지나가야 할 제트 기류가, 저기압에 막혀 한반도 쪽으로 하강, 굽이쳐 흐르게 된 것이다.
제트 기류는 여름에도 불고 겨울에도 흐르지만, 겨울철의 차고 건조한 북서풍이 한반도 동쪽에 자리한 저기압에 가로막힐 때면 한파의 주범이 된다.
대기 하층에선 지금 우리나라를 기준으로 서쪽에 고기압, 동쪽에 저기압이 자리하는 ‘서고동저’ 기압계가 형성된 상태다.
날씨 언제 풀리나
러시아 동쪽 끝의 저기압이 제자리를 맴도는 건 북미 서부의 거대한 기압능(온난한 성질의 안정된 공기 덩어리) 때문이다. 이 기압능이 오래 정체하면서 연쇄적으로 우리나라 북동쪽에 자리 잡은 저기압도 빠져나가지 못하게 됐다.
기상청에 따르면 북미발 기압능은 다음 주 월요일쯤 정체가 풀릴 전망이다. 순차적으로 한반도 북동쪽 저기압이 풀어지고 제트 기류가 제자리를 찾아 흐르는 시간을 감안하면 입춘 한파는 사나흘 정도 더 지속되다 누그러질 것으로 보인다.
그 사이 한반도는 냉각기가 이어지겠다.
특히 4일은 추위가 절정에 달하겠다. 4일 아침 최저기온은 -18∼-4도, 낮 최고기온은 -7∼2도로 예보됐다. 서울의 경우 아침 기온은 영하 13도지만, 체감 추위는 영하 20도로 올 겨울 들어 가장 춥겠다.
호남과 제주에는 많은 눈도 내릴 예정이다.
충남 서해안과 전북, 전남 서부를 중심으로 4일 새벽부터 시간당 1∼3cm의 강하고 많은 눈이 내리겠다. 5일까지 예상되는 눈의 양은 제주 산지 최고 40cm 이상, 전북 서해안∙남부 내륙 최고 25cm 이상, 충남 서해안 15cm 이상이 되겠다.
서울시는 4일 오전 9시부터 6일까지 수도계량기 ‘동파 경계’ 단계를 발령한다. 동파 경계는 일 최저 기온이 영하 10도 미만인 날씨가 이틀 이상 지속되면 발령된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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