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길 먼' K-밸류업.. 금투업계, 금융당국 행보에 신뢰도 '뚝'

2025-01-20

당국, 가상자산 ETF 관련 보수적 태도 취해

거래소 내 법인 실명계좌 허용안도 '안갯속'

美, 비트코인 현물 AUM 지난달 1290억달러 달해

트럼프 2기, 가상자산 시장 '호재'... 업계 관심↑

韓 유관기관장 주요 신사업 '가상자산 ETF' 언급

업계·투자자 관심 높지만... 자본시장법 개정 요원

"'밸류다운' 불가피... 법 개정 시간 오래 걸릴 것"

최근 금융당국 행보에 국내 금융투자업계의 신뢰도가 떨어진 모습이다. 금융위원회 주관 회의에서 가상자산 원화거래소의 법인 실명계좌 발급에 대한 논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업계가 새로운 수익원으로 주목하고 있는 가상자산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보수적 태도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현재까지 정치 리스크가 상존하고 있는 만큼, 국내 자본시장의 '밸류업'에 '갈 길이 멀다'는 의견이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8일 '2025년 경제 1분야 주요 현안 해법 회의'에서 주요 업무 추진 계획을 통해 법인 대상 가상자산 거래를 단계적으로 허용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다만 해당 계획에는 가상자산 ETF 관련 내용은 담겨져 있지 않았다.

이어 지난 15일, 업계에서 기대를 걸고 있었던 금융위 산하 가상자산위원회의 2차 회의에서는 법인 가상자산거래소 실명계좌 허용안에 대한 결론이 도출되지 못했다. 추가 논의를 이어 간다는 방침이었다.

이 같은 흐름에 금융투자업계에서 주목해 왔던 가상자산 ETF 사업에 대한 기대는 한 번 더 꺾인 모습이다. ETF는 편입 자산을 신탁 기관에 보관하기 때문에 법인 계좌 허용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을 허용하면서 해당 ETF에 대한 국내외 관심이 치솟았다. 승인 뒤 1년도 되지 않아 이 상품에는 약 35억달러(한화 약 51조원)를 웃도는 자금이 몰렸고, 지난달 비트코인 현물 ETF 운용자산(AUM) 규모는 1290억달러(약 185조원) 수준까지 성장했다.

외신에서는 비트코인 현물 ETF가 제도권 안착은 물론, 안정적인 자산군으로 자리했다는 평가를 보이기도 했다.

특히 트럼프 2기 행정부 도입은 가상자산 시장에 호재다.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을 가상자산의 중심지로 육성할 것"이라는 의지와 함께 취임 후 가상자산 규제 완화를 약속했다. SEC 위원장으로 산업에 우호적인 인물을 신규 선정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국내 금융투자업계에서도 비트코인 현물 ETF를 비롯한 가상자산 ETF에 대한 관심을 여과 없이 드러내고 있다. 자본시장 주요 유관기관인 한국거래소, 금융투자협회 모두 신년 들어 새로운 수익원으로 가상자산 ETF를 언급했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신년 증시 개장식을 통해 "가상자산 ETF 등 자본시장의 새 영역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도 신년사를 통해 "가상자산 ETF 비즈니스 확대를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투자자 관심도 높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종목 매수 상위 50개에는 가상자산 관련 종목, 상품이 다수 포함됐다.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 거래 금액은 2조원을 웃돌며, 가상자산 ETF의 대체 투자처로 자리한 비트코인 관련 선물 ETF 매수 금액은 6조원을 돌파했다.

그러나 국내 투자자와 업계의 수요가 반영되기까지는 요원해 보인다.

현재 국내에서는 자본시장법상 비트코인 현물 ETF가 금융투자상품에 해당하지 않고, 이 때문에 관련 상품 거래, 산업 영위 등을 위해서는 법 개정이 동반돼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현재 가상자산 ETF에 관해 보수적인 입장을 드러낸 것은 물론, 정치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 속 법 개정만을 기다리다 보면 뒤처지기 십상이란 의견도 다수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자본시장 선진화 흐름을 놓치게 된다면 그만큼 경쟁에서 뒤처질 가능성이 높고, 종국적으로 국내 자본시장의 '밸류다운'으로 이어지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의 가상자산 사업은 폭발적인 성장을 보이게 될 거고, 이를 쫓아가야 한다는 점은 누구나 다 알 것"이라며 "국내에서도 관련 제도를 빠르게 다듬어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물론 미국과 같은 양상을 띨 수 없다는 점은 알지만 정부가 국내 자본시장 가치를 올린다며 추진해 온 '밸류업'과는 상충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운용업계 관계자 A 씨는 "법 개정부터가 어렵지 않을까 전망한다"며 "따라오는 유동성공급자 문제, 리스크 관리 등 실무적 요소들은 애초에 허용이 필요한 것"이라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리스크를 가장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제도적인 정비와 함께 법 개정 논의도 이어지는 것인데, 그러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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