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내수 진작을 위해 올해 역대급 신속집행(중앙재정 67%)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책 수요자에게는 와닿질 못하고 있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高) 위기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영세 소상공인을 돕겠다”며 시작한 배달·택배비 지원 사업은 80%의 명목상 집행률과 달리, 체감도는 5%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정부가 올해 1분기(1~3월) 추가경정예산(추경)안 편성보다 신속집행에 집중했던 것을 감안하면 맥이 빠지는 수준이다.
21일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실이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제출받은 ‘소상공인 배달·택배비 지원 예산 집행 현황’ 자료에 따르면 총 사업비 2037억 원 중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교부한 금액은 3월 말 기준 1630억 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집행률로 환산하면 80%에 달하지만 실상은 딴판이다. 이 가운데 보조사업자인 소진공을 거쳐 소상공인 등에게 실집행된 액수는 99억 6000만 원에 그친다. 실집행률은 4.9%에 불과한 셈이다.
이 사업은 지난해 7월 발표한 소상공인·자영업자 종합 대책 후속 조치의 일환으로 배달·택배비를 최대 30만 원까지 한시 지원하는 게 골자다. 올 2월 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 등 배달플랫폼사 및 배달대행사로부터 지난해 배달 실적을 넘겨받아 소상공인의 별도 증빙자료 제출없이 간편 신청할 수 있도록 ‘신속지급(13만 개사, 390억 원 예상)’을 개시했다. 중기부는 신속지급을 신청한 약 8만 개사 중 지원 요건을 만족한 약 3만 개사에 총 77억 7000만 원이 3월 31일 기준 지급됐다고 밝혔다.
이날부터는 퀵서비스, 심부름센터 등을 주로 이용하거나 소상공인 대표 또는 직원이 직접 배달하는 경우에도 지원금을 신청할 수 있도록 ‘확인지급(55만 개사, 1647억 원 예상)’에 나서지만 절차가 간단치 않아 얼마나 호응을 받을런지는 미지수다.
우선 소상공인이 사업자등록번호와 계좌번호 등의 정보를 입력해 신청하면 정부가 업종, 매출액, 개·폐업 여부 등 지원 요건을 검증한 결과(지급대상 여부)를 알림톡으로 통보할 예정이다. 대상자로 확인되면 2024년 1월 1일부터 2025년 12월 31일까지 배달 또는 택배 실적에 대한 증빙자료를 시스템에 업로드하면 된다.
배달·택배 서비스 이용시 전자세금계산서, 택배운송장, 배달 정산내역서 등을 제출하면 되고 직접 배달하는 경우에는 ‘직접배달 인프라’와 ‘배달실적’을 함께 제출해야 한다. 직접배달 인프라로는 차량등록증, 이동식 카드단말기 계약서, 포장용기 구매내역서, 배달 표시가 있는 간판이나 전단지 중 하나를 제출하면 된다. 배달실적으로는 상품을 고객에게 전달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배달 완료 문자·사진, 인수증(협·단체 포함), 배달 장부 등을 제출하면 된다. 직접배달은 1건당 5000원으로 인정해 지급할 예정이므로 30만 원을 받기 위해서는 총 60회의 배달실적을 확인할 수 있는 증빙자료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