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필수·신속’에 방점을 찍은 12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편성한 가운데 ‘무기질비료 가격보조사업’ 등 농업계가 요구해온 예산은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농기계 임대사업’ 등 산불 대응 차원의 농림축산식품부 소관 예산도 사실상 전무했다. 국회 심사에서 증액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시국무회의를 열고 12조2000억원 규모의 추경안을 의결했다. 정부는 시급한 현안과 직접 관련되고 효과성이 높으면서 신속하게 집행 가능한 사업 중심으로 추경안을 편성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재난·재해 대응’에 3조2000억원이 반영됐다. 재해대책비 보강과 피해 주민 주거 지원 등에 1조4000억원이 투입되고, 산림 헬기 6대 등 산불 진화 장비·인력·인프라 보강에도 1조7000억원이 활용된다.
정부는 ‘통상·인공지능(AI) 경쟁력 강화’에 4조4000억원, ‘소상공인 지원’에 4조3000억원을 편성했다.
다만 농식품부 소관 예산은 소상공인 배달수수료 완화를 위한 ‘공공배달앱 할인 지원사업’ 650억원과 소비자 장바구니 부담 경감을 위한 ‘농축산물 할인 지원사업’ 500억원 등 도합 1150억원에 그쳤다.
올해 본예산에서 빠져 추경엔 반드시 반영돼야 한다고 농업계가 목소리를 내온 ‘무기질비료 가격보조사업’ 등은 담기지 않았다. 농협과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올해 무기질비료 가격 인상분 일부를 지원하고 있지만, 지난해까지 이뤄지던 정부 보조는 끊기면서 농번기를 앞둔 농가는 발만 구르는 상태다.
산불 피해농가의 생업 복귀를 위해 필요성이 제기된 ‘농기계 임대사업’ ‘과수 고품질시설 현대화사업’ 예산 추가 확보도 불발됐다. 이들 사업은 모두 긴급성이 요구되고 정당간 이견도 없어 ‘필수·신속’ 방침과 부합하지만 모두 재정당국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공이 국회로 넘어간 가운데 농업계는 증액이 꼭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낸다. 국회 논의에 따라 최종 추경규모는 다소 확대될 수 있는데, 더불어민주당에선 최소 15조원은 돼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앞서 민주당이 만들어 제안한 35조원 규모의 추경안에는 1조3000억원의 농업예산도 포함됐다”면서 “12조원을 최소 15조원까지 늘리면서 농업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국민의힘과 치열하게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35조원 규모의 민주당 안에는 255억원의 ‘무기질비료 가격보조사업’ 외에 올해 농사용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에 대비한 ‘농사용 전기요금 차액 보전사업(2196억원)’, 도축장 전기요금 할인특례 종료에 따른 ‘도축장 전기요금 특별지원사업(400억원)’ 등이 반영됐다.
국민의힘 관계자도 “시급성이 인정되는 무기질비료 예산 등은 국회 단계에서 반영되도록 힘쓸 것”이라고 했다.
추경안은 22일 국회에 제출될 전망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23∼24일 전체회의와 예산결산심사소위를 열고 소관 예산을 들여다보겠다는 계획이다.
강정현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생산비 오름세에 최근 산불까지 겹치면서 농가경영이 위기에 처했지만 이번 추경안에 농민 피부에 와닿는 예산은 전무하다”며 대안을 촉구했다.
양석훈 기자 shakun@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