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딩 비서부터 여행 설계까지…버티컬 앱 'AI로 살아남기'

2025-12-12

[비즈한국] 국내 크라우드 펀딩 시장 점유율 1위 와디즈는 올 7월 펀딩 개설·관리 전 과정을 지원하는 인공지능(AI) 상담 에이전트를 선보였다. ‘메이커센터(판매자 채널)’에서 이용 가능한 ‘와이(WAi)’는 와디즈의 방대한 정책과 가이드라인, 성공 사례 등을 학습해 판매자의 질문을 실시간으로 해결해준다.

와이에 ‘접이식 주방 수납도구’로 첫 펀딩을 준비 중이라고 밝히고 “추가로 챙겨야 할 실무 체크리스트를 알려달라”고 하자 “오픈예정 기간(최소 7일~최대 15일)과 본 펀딩 기간(최소 7일 이상)을 합산해 전체 일정을 설계하고, 여러 개 펀딩 시 분할 배송 기능 활용도 고려하라”, “프로젝트 제목과 태그에 ‘주방’, ‘수납’, ‘접이식’, ‘공간활용’ 등 단순하고 직관적인 키워드를 포함하라” 등의 팁을 알려줬다. ​​

와이는 챗GPT API를 기반으로 와디즈가 자체 개발한 에이전트다. 자사 데이터와 정책을 접목해 펀딩 환경에 최적화했다. 와이는 제품의 가격 책정 방법 문의에 원가와 마진, 비용 등을 고려한 기본 산정 원칙을 알려준 뒤 “배송비를 제품 가격에 포함하는 게 구매 전환율을 높이는 데 효과적이다. 제품이 소모품일 경우 ‘3개월 팩’, ‘10일 패키지’ 등 사용 기간을 명확히 안내하면 구매자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와 같은 설명을 이어갔다.

#첫 펀딩 막막한 초짜, 전용 AI가 가격·마케팅·심의 챙긴다

급변하는 기술 트렌드와 치열한 플랫폼 경쟁 속에서 예약·펀딩 등 국내 특화(버티컬) 앱들이 AI를 전면 도입하고 있다. 단순 부가 기능을 넘어, AI를 통해 지능형 플랫폼으로 거듭나거나 사업 주요 축을 전환하는 구상까지 그린다. 와디즈는 지난 1년간 AI 심사와 번역 기능을 도입하고 와이를 출시하면서 플랫폼에 AI 기술을 본격적으로 접목했다. 야놀자는 여행 앱 운영사에서 나아가 AI를 탑재한 글로벌 여행 테크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2012년 설립된 크라우드 펀딩(온라인에서 개인들에게 투자 자금 확보) 기업 와디즈는 지난해 11월 AI 심사 기능 도입 이후 본격적으로 AI 기술에 집중하고 있다. AI 심사 기능은 펀딩 프로젝트 상세 페이지 내 문구를 광고 심의 기준과 정책에 맞춰 자동 점검해 오해 소지가 있는 표현을 사전에 걸러낸다. 판매자는 AI 심사를 펀딩 개시 전 최대 5회까지 이용할 수 있는데 실제 사용 횟수는 평균 4.4회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4일 정도 소요되던 심사 기간은 하루로 단축돼 시간·업무 효율이 향상됐다고 한다.

AI 다국어 번역은 제품 페이지의 일반 텍스트 외에 이미지 내 텍스트까지 자동으로 바꾼다. 국내외 판매자가 다른 문화권 후원자(구매자)에게 프로젝트 내용을 전달하기까지 별도의 작업이 필요 없어진 셈이다.

크라우드 펀딩은 일반적인 이커머스나 유통 채널과는 차이가 있다. 이미 완성된 제품을 판매하는 게 아니라 아이디어 단계의 제품을 시장에 처음 선보이고 후원자를 모아 생산 자금을 조달하는 식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판매자는 상품 등록을 넘어 잠재 후원자를 설득할 수 있는 구체적인 스토리텔링이 필요한데, 개인 창작자나 초기 스타트업들은 자금 계획, 복잡한 심의에서부터 막히기 일쑤다.

와이는 현재 판매자 문의를 평균 84% 이상의 정확도로 소화한다. 와디즈는 앞으로 AI 기능을 확대, 고도화한다는 방침이다. 와디즈 관계자는 “판매자들이 더 쉽게 펀딩에 도전하고 프로젝트를 시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진입장벽을 낮춰 잠재 판매자의 첫 펀딩을 촉진하고 성공률을 높인다면 전체 거래액과 수수료, 데이터 풀이 확대돼 플랫폼 경쟁력을 기대할 수 있다.

#야놀자, 데이터·시스템 파는 기업으로

2005년 숙박 예약 앱으로 출발한 야놀자는 올 들어 여행 분야 AI 기술 기업으로의 전환을 띄우고 있다. 2021년 신설한 야놀자클라우드 법인을 주축으로 전 세계 숙박·여행 분야를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로 공략하는 등 버티컬 AI로 승부를 보겠다는 계획이다.

현재의 여행 플랫폼 시장은 사실상 가격 비교 경쟁에 그친다. 공급자(호텔·리조트·레저)의 운영과 관리를 다방면으로 돕는 엔터프라이즈 사업을 연계, 이를 AI로 받쳐준다면 데이터를 팔고 시스템을 제공하는 인프라·솔루션 기업으로의 위상 전환이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플랫폼 사업은 전 세계에서 쌓이는 거래·예약 데이터를 수집하는 채널로 뒷받침해주는 구조다.

야놀자는 지난 9월 국내 여행 업계에서 처음으로 챗GPT 엔터프라이즈를 도입했다. 이를 기반으로 예측 및 실시간 요금 조정, 고객 맞춤형 여행 상품 추천, 호텔 운영 효율성 제고 등 AI 기반 데이터·운영 솔루션을 고도화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리더십과 조직 구조도 손봤다. 야놀자는 지난 3일 B2B 서비스 ‘야놀자클라우드’, 지주사 ‘야놀자코퍼레이션’, 지난해 12월 분사한 컨슈머 플랫폼 ‘놀유니버스(인터파크트리플과의 통합 법인)’의 수장을 모두 교체했다. 야놀자는 이번 인사를 두고 “모바일 시대를 넘어 본격적인 AI 전환(AX) 시대로 진입하는 시점에 맞춰 고객 가치 중심의 사고와 기술 혁신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전략적 결정”이라고 명했다.

놀유니버스 리더 자리에 아고다, 클룩 등 글로벌 플랫폼을 거친 이철웅 대표를 선임하는 등 고객 접점이 재편되는 상황에서 시장 주도권 강화를 위해 공격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난다. 놀유니버스는 최근 대화형 AI 기술을 활용해 고객 맞춤형 패키지 후보를 추천해주는 베타 서비스를 공개했다. “100만 원으로 가까운 해외여행을 가고 싶다”고 입력하면 검색 필터 설정 없이도, 여행 테마·지역·​주요 옵션 등을 단계적으로 반영해 해외패키지 상품을 제안하는 서비스다.

#AI가 차별화 카드 될까

AI가 성장 정체와 수익성 압박을 겪고 있는 특화 서비스의 돌파구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유사한 상품을 다수의 플랫폼이 중개하는 시장은 광고나 수수료 인하, 일회성 프로모션만으로는 차별화가 어렵고 추가적인 성장의 레버리지도 제한적이다. 다른 곳에서 출시한 적 없는 제품 위주로 거래되는 펀딩 플랫폼 역시 고도화된 지원 기능을 통해 시장 및 경쟁력 확대를 기대해볼 수 있다.

버티컬 스타트업이 AI 전환에 속도를 내는 배경에는 기업 가치 극대화와 상장(IPO) 성공이라는 전략적인 계산도 깔려 있다. 투자 시장은 단순한 중개 수수료 기반의 플랫폼보다는 혁신 기술과 확장성을 가진 기업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한다. AI를 통해 기술 프리미엄을 인정받으면 가치를 높이기 유리하다. 미국 나스닥 상장을 목표로 하는 야놀자, 내년 상장을 노리는 와디즈 역시 기업 가치를 입증해야 하는 상황이다.

야놀자는 앞으로 AI 기능을 확대, 고도화한다는 방침이다. 놀유니버스 관계자는 “분절된 고객의 여가 생활을 연결하고자 한다”며 “여행에만 그치지 않고 레저, 문화생활 등 여가 전 분야를 연결해 어디서 어떻게 놀지에 대한 고민을 덜어주는 게 지향점”이라고 말했다.

와디즈 관계자는 “스토리와 데이터 부문 에이전트도 현재 개발 중으로 내년 초 론칭 예정”이라고 밝혔다. 스토리 에이전트는 판매자의 아이디어와 펀딩 제품을 바탕으로 프로젝트 상세 페이지 초안을 자동으로 구성해주는 기능이다. 데이터 에이전트의 경우 와이에게 자신의 펀딩 관련 데이터를 문의하면 복잡한 대시보드를 보지 않아도 실시간 펀딩 현황과 유입 경로, 분석 인사이트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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