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봉준호 감독, 로버트 패틴슨 주연의 영화 ‘미키17’이 개봉했다. 봉준호 감독은 일련의 작품에서 노래를 적절히 사용해 흥미를 더해왔다. 첫 작품 ‘플란다스의 개’는 동명의 노래가 있고, ‘옥자’에서는 팝 가수 존 덴버의 ‘Annie’s Song’을 삽입했다.
출세작 ‘살인의 추억’에서는 요절한 가수 유재하의 ‘우울한 편지’를 연쇄살인 사건을 해결하는 중요한 실마리로 사용했다. 유력한 용의자 박현규(박해일 분)가 살인 직전 라디오 방송국에 ‘우울한 편지’를 신청한다는 설정이다. 원래 살인의 모티브로 사용하려 했던 곡은 모차르트의 ‘레퀴엠’이었다. 그런데 촬영 단계에서 좀더 대중적이면서도 내용상 적절한 것이 ‘우울한 편지’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 곡은 가수 유재하의 유작인 1집 앨범에 수록돼 있다. 유재하가 교통사고로 생을 마감하고 나서 세상에 알려지기 전까지, 상당수의 음악 관계자가 히트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한 음반이다.
유재하는 한양대학교 작곡과를 다니면서도 대중가요에 관심을 두고 데뷔를 준비했다. 뛰어난 피아노 실력으로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의 키보드 멤버로 들어가 활동하는 한편, 언더그라운드에서 전설로 추앙받던 김현식 등과도 가까이 지냈다.
유재하는 세션(공연이나 녹음을 위해 하는 연주 활동)이 아닌 자신의 음악을 하기 위해 1987년 자신이 작사·작곡·편곡을 한 10곡을 담아 음반을 발표했다. 하지만 방송가에서 별로 대접받지 못했다. 그 당시 성인가요와 달리 3분이 넘는 긴 노래가 많았고, 가요계에서 많이 쓰는 반주 형식이 아닌 클래식한 화성과 멜로디로 만들어졌기 때문이었다. 상업성을 중요시했던 관계자들은 이를 두고 선구적이라 평가하기보다 현실에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몇몇의 실력파 가수와 작곡가들은 유재하를 높이 평가했고 그의 음악이 언젠가는 빛을 발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1987년 11월1일, 유재하가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이후 그의 음반은 다시 평가받기 시작했다. 음반 타이틀곡은 ‘사랑하기 때문에’였지만 음반이 불티나게 팔리면서 모든 곡이 주목받았다.
한편 1990년 11월 1일 유재하와 가까이 지낸 김현식이 간암으로 생을 마쳤다. 5년 후인 1995년 11월 20일엔 그룹 ‘듀스’의 멤버 김성재가 솔로 앨범 발매 공연 다음날 사망했다. 이즈음부터 생겨난 것이 11월의 괴담이었다.
박성건 대중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