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살인 비디오…나는 금지된 것을 욕망한다

2024-10-16

떼시스

감독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

성우 아나 토렌트, 펠레 마르티네즈, 에두아르도 노리에가

상영시간 125분

제작연도 1996년

영화를 사랑하고, 특히 호러 영화를 사랑하는 기자가 ‘호달달’ 떨며 즐긴 명작들을 소개합니다. 격주 목요일에 찾아갑니다.

대학생 앙헬라(아나 토렌트)는 ‘영상물의 폭력’에 대한 학위논문을 준비한다. 논문 지도 교수에게 TV에서 방영하지 못하는 아주 폭력적인 장면을 영상자료실에서 빌려달라고 부탁한다. 폭력 영화 매니아로 알려진 학생 체마(펠레 마르티네즈)에게도 도움을 청한다. 교수는 영상자료실에서 비디오를 보다 돌연 사망한다. 비디오는 여성이 괴한에게 잔혹하게 살해당하는 ‘스너프 필름’(실제 살인을 촬영한 불법 영상)이었다. 앙헬라와 체마는 살해당한 여성이 2년 전 실종됐던 바네사(올가 마갈로)라는 사실을 밝혀내고 범인을 추적한다. 앙헬라는 바네사의 친구였던 보스코(에두아르도 노리에가)를 의심하면서도 위험한 매력을 느낀다.

예술가의 정수(精髓)를 데뷔작에서 발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데뷔작은 예술의 꽃씨가 발아할 때의 가장 원초적인 모습을 담는다. 어려운 환경을 이겨내며 공들여 만들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영화 <떼시스>(1996)는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 감독이 24살에 찍은 데뷔작이다. 데뷔작으로 ‘스페인의 아카데미상’이라고 불리는 고야상의 7개 부문을 수상했다. 이후 <오픈 유어 아이즈>(1997)와 <디 아더스>(2001)로 세계적인 유명세를 탔다.

프랑스의 정신분석학자인 자크 라캉은 ‘인간은 금지된 것을 욕망한다’고 주장했다. <떼시스>가 보여주려는 대상은 스너프 필름이 아니라 필름을 보는 관객들이다. 앙헬라와 체마의 흥분된 표정을 비춰 ‘금지된 욕망’에 매혹되는 인간을 보여준다. 스너프 필름 내용은 거의 보여주지 않는다. 피해자의 찢어지는 비명 소리가 심장이 쾅 내려앉을 만큼 폭력적이다. 1~2초 스쳐가는 필름을 보면서 부지불식간에 ‘끔찍하다’면서도 ‘감질난다’고 생각하는 자신을 깨닫고 말았다. 아마도 이런 은밀한 감정이 <떼시스>가 겨냥하는 핵심일 것이다.

누구에게나 금지된 것을 탐하는 은밀한 욕망이 있을까. 앙헬라는 ‘폭력 영화는 논문의 연구 주제일 뿐 나는 폭력에 관심이 없다’고 수차례 말한다. 하지만 첫 장면에서 앙헬라는 지하철 선로에 뛰어들어 자살한 사람의 시신을 보려고 다가가다 역무원에게 제지당한다. 끔찍한 폭력 영화에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면서도 손가락 사이로 눈을 반짝이며 호기심을 감추지 못한다. 스너프 필름을 시청자의 알권리를 위해 공개하겠다는 방송 코멘트와 형식적인 경고 문구로 끝나는 결말은 매우 직설적이다.

<떼시스>는 약 70만 유로(약 10억원)의 저예산으로 만들어졌다. 촬영 기간은 5주에 불과했다. 열악한 조건에서도 알레한드로 감독은 반전을 거듭하며 심장을 조이는 서스펜스를 탁월하게 뽑아냈다. 사건의 주요 무대인 학교는 마치 무한한 미로가 펼쳐진 듯한 기묘한 느낌을 준다. 앙헬라가 학교 복도에서 도망치는 장면은 카메라를 손으로 잡아 덜컹거리는 ‘핸드 헬드’(Hand-Held) 기법으로 촬영하고 극단적으로 빠른 리듬으로 편집했다. 불이 꺼진 복도를 성냥불에 의지해 헤매는 씨퀀스도 스릴러의 기본에 충실하다. 스페인 호러 영화사상 가장 뛰어난 데뷔작이라고 불러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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