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세상을 바꾸는 하이브리드 기업론’
SPC 10년, 468개 사회적기업에 715억원 인센티브 지급하며 약 5000억원 가치 발생
SK하이닉스 시총 300조원 돌파해도 환경평가 놓지 않아, 제주도 등 전국 지자체 확산
다보스포럼·하버드 비즈니스스쿨 등 해외서도 호평, 다음 10년 지향 ‘내러티브 경영’

존 롤스 하버드대 교수가 제시한 ‘무지의 베일(veil of ignorance)’이라는 개념이 있다. 예를 들어 ‘내가 재벌 회장의 아들로 태어날지 노숙자의 딸로 태어날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원하는 사회상을 골라보라는 일종의 ‘게임’이다. 이러면 대다수는 아마도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하기 위해, 사회적 약자에게 가장 온정적인 사회 시스템을 선택할 확률이 높다. 바로 이 관점은 롤스의 대표작 〈정의론〉의 이론적 토대를 구성한다.
여기서 ‘정의’의 영역은 경제적 양극화, 기후 환경, 장애인을 비롯한 취약계층 고용, 지방 소멸 등의 사회 문제를 포괄한다. 그동안 우리는 이 모순을 교정할 수 있는 유일한 기관은 정부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비록 효율적이지 못하더라도 정부만이 공공선(公共善)을 추구하는 속성을 지니기 때문이다.
이런 통념을 향해 SK그룹은 우리가 ‘가본 적 없었던 길’을 대안으로 제안하고 있다. ‘기업이 이윤 추구뿐 아니라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수행할 수 있다’는 철학적 실천론이 그것이다. 가히 기업의 존재 이유(레종 데트르, Raison d’être)에 관한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SK그룹의 리더인 최태원(65) 회장은 2018년 베이징포럼 개막 연설에서 이런 통찰을 남겼다.
“오래가는 기업이 되려면 사회적가치에 눈을 돌려야 한다. 오늘날 경영 환경은 기업들이 경제적 가치 창출뿐 아니라 ‘사회 시민’으로서 사회적가치 창출과 같은 더 큰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 SK는 기업의 목적에 사회적가치를 포함하는 근본적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SK는 ‘사회적가치’, ‘사회적기업’이라는 용어를 쓸 때 띄어쓰기를 하지 않는다. 하나의 고유명사처럼 내재화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SK의 사회적가치를 취재할 때마다 유독 귀에 박히는 키워드 중 하나가 “디스커버리(discovery)”다. “기업이 우리 사회의 문제를 ‘발견’해서 ‘치유’해야 한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이론적이고 토론에 능한 SK의 기업 문화는 사회적가치를 ‘돌연사(sudden death)’와 연관시켜 나름 절박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아무리 SK가 거대 기업일지라도 사회적 모순과 부조리에 무심하다면, 예기치 않은 모멘트로 인해 돌연 쇠락할 수도 있다고 경계하는 것이다.
“이타적 인간의 혁신이 세상을 구한다”
SK그룹 공식 자료에 의하면, 최 회장이 사회적가치에 관해 최초로 ‘행동’한 시점은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최 회장은 2009년 신문 광고를 보고 무작정 찾아간 ‘사회적기업 국제 콘퍼런스’에서 사회적기업이라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았다. 이후 그는 ‘사회적기업에 투자하면 효과적으로 사회적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란 가설을 세웠다. ‘착한 일만 하는 게 아니라 이를 통해 돈을 벌 수 있다면 선순환이 이어지리라’는 기대였다.”
최 회장의 이런 철학은 선친 최종현 선대회장이 꺼낸 “기업의 이익은 처음부터 사회의 것”이라는 지론과 비슷한 결을 지닌다.
이후 최 회장은 2014년 10월 〈새로운 모색, 사회적 기업〉이라는 책을 펴내며 사회적가치에 관한 이론을 정립했다. 이는 지금까지 그가 쓴 유일한 저서다. 그리고 2019년 5월 28일, SOVAC(Social Value Connect)에서 최 회장은 내면적 변화의 계기를 고백했다.
“선대 회장이 갑자기 돌아가시고 회장으로 취임했다. IMF 외환위기가 있었을 때로 상당히 어려운 시기였다. 전쟁 끝에 선 나는 착한 사람하고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반대로 지독한 기업인이었다. 살아남기 위해서 무엇이든 했다. 솔직히 나는 공감 능력이 제로였다. 어떻게 하면 살아남을까, 어떻게 하면 돈을 더 벌까…. 사람을 보지 않고 모든 것을 일로 봤다. 그러다 보니 가슴속은 텅 비어버렸다. ‘어떻게든 배워서 이 세상에 있는 문제를 통해 사람에게 다가가는 방법이 무엇일까’, 이것이 나한테 목표가 됐다. 그래서 사회적기업이 무엇인지 배우기 시작했다.”
사상가가 아닌 경영자가 본업인 최 회장은 결심 이후 ‘왜 해야 하나’에서 그치지 않고, ‘어떻게 해야 하나’로 무게중심을 민첩하게 옮겨갔다. “실천만이 진리를 검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덩샤오핑의 경구처럼 최 회장은 ‘사회적 가치’를 굴러가게 만드는 에너지에 집중했고, 그가 찾은 답은 “측정”이었다.
“측정하지 못하면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향한 첫걸음을 내딛지 못할 것이다. 이해관계자가 누구인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가치 향상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이런 것들을 알아냄으로써 우리는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인간을 움직이는 동기는 두려움, 이해관계, 선의로 분류할 수 있다. 여기서 SK는 선의에만 의존하지 않고, 이해관계를 자극해 사회적가치를 현실에 반영하려는 ‘사회 실험’에 돌입했다. 그렇게 추출된 개념이 SPC(사회성과인센티브)다. 풀어쓰면, 사회적기업이 창출한 사회적가치를 화폐로 측정하고 보상하는 프로젝트다. “측정할 수 없다면 관리할 수 없고, 관리할 수 없으면, 개선할 수 없다”는 미국의 경영 구루 피터 드러커의 격언에서 추출된 아이디어다.

기업 구조의 리디자인(Re-Design)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 SK가 만든 비영리재단 사회적가치연구원(CSES)은 2025년 4월 창립 10주년을 맞았다. 최 회장도 직접 참석한 10주년 기념행사에서 나석권 사회적가치연구원 대표이사는 “SPC를 통해 창출된 사회적가치는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며 “이 숫자들은 일자리 창출, 취약계층 지원, 환경 보호, 지역사회 활성화 등 다양한 형태로 우리 사회 곳곳에서 선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고 결산했다.
‘돌 위에서 3년(石の 上にも 3年)’이라는 일본 속담처럼 어떤 일이든 3년 이상 계속하면 그 진정성을 인정받을 만하다. 심지어 SK의 SPC는 10년 넘게 지속 중이고, 그 온기가 사회적기업, 지역사회, 정부, 공공기관 등으로 서서히 퍼지고 있다.
SPC 개념은 2013년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서 최초로 등장했다. SPC는 사회적 성과와 경제적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사회적기업을 지향한다. 기업이 창출한 사회적가치를 화폐로 측정하고, 그 성과를 보상한다면 사회문제 해결에 더 많은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는 ‘선순환 생태계’가 그 골격을 이룬다.
돌이켜보면, SK의 사회적가치는 그룹의 아이덴티티와 깊은 관련성을 갖는다. SK가 정리한 그룹사(史)를 연대기로 구분하면, 1953년부터 1998년까지를 도전기(challenge spirit)로 지칭한다. 이어 1998년부터 2023년까지는 전환기(deep change), 2023년 이후는 수확기(big reap)로 규정했다. 5가지 DNA가 SK그룹의 성장을 지탱했고, 그 DNA는 도전과 응전이라는 시대 흐름에 따라 진화해왔다.
가령 도전기의 ‘사업다각화 M&A’는 전환기와 수확기에는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등 ‘비즈니스 모델 혁신’으로 변모했다. 또 전환기의 ‘사업보국 사회적책임’은 전환기와 수확기에 ‘사회적가치 ESG’로 버전업했다.
SK의 ‘사회적가치 DNA’는 EPC(환경보호크레딧), 사회적기업, 지배구조 등 3종류로 나누어져 있다. 음미할 지점은 environmnet 스토리, social스토리, government 스토리처럼 항목마다 ‘스토리’라는 용어가 들어간 대목이다. 기업 경영에서도 ‘서사’를 중시하는 최 회장의 가치관이 반영된 결과라 볼 수 있다.
서사는 독자 혹은 청중의 공감대를 끌어내야 힘이 생긴다. 그러려면 꽃길만 걸어가는 것이 아니라 역경과 치부까지도 포함돼야 한다.
이에 해당하는 대표적 사례가 SK하이닉스의 ‘환경성과’ 지표다. 환경성과는 긍정적 어감과 달리 기업이 도드라진 성과를 산출하기 극히 어려운 분야다. SK 주력사인 SK하이닉스만 해도 곽노정 대표이사 사장 체제에서 2025년 상반기 영업이익 15조2123억원이라는 천문학적 실적을 찍었다. 지난해 7조8541억원 대비 무려 93.7% 증가한 숫자다. 삼성전자의 아성을 깨고 SK하이닉스는 국내 상장사 중 영업이익 전체 1위로 올라섰다. 반도체 슈퍼사이클 기대감 속에 10월 10일 SK하이닉스 시가총액은 316조원을 돌파했다. HBM 기술력을 앞세워 SK하이닉스 매출액은 2024년에도 2023년 대비 두 배 성장한 바 있다.
이렇게 역대급 퀀텀 점프를 거듭하고 있지만, SK하이닉스의 2024년 환경성과는 (-)8097억원이었다. 마이너스였지만, SK는 이 숫자를 공표했다. 그러면서 “2023년 (-)7835억원에서 3% 수준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매출액 대비 환경성과 비율이 약 50% 개선된 것”이라는 스토리를 부각한 것이다. 아울러 SK가 고성장에 도취돼 있지 않다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無에서 有를 창조한 SPC 10년
사실 SK그룹 내부에선 ‘아무리 애써도 마이너스밖에 나오지 않는 환경성과를 굳이 공개해야 하느냐’는 회의론도 없지 않았다. 실제 SK의 사회적가치 측정은 경제 간접 기여성과, 사회성과, 환경성과 등으로 구성돼 있다. 환경성과를 가려도 티가 확 나지 않는다.
하지만 최 회장은 “부끄러운 기록도 올리라”고 독려했다. 고전을 면치 못하는 분야에서 훗날 어떤 반전 스토리가 나올지 추세를 지켜보겠다는 복안인 셈이다.
심지어 SK는 SPC에 관한 소스(계산법)까지 개방했다. “사회적가치의 진정성과 의미를 알리고 다른 기업들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라고 SK 관계자는 설명했다.
SK가 집계한 산출법에 의하면, 10년간 468개 사회적기업에 715억원의 인센티브를 지급했다. 그리고 이들 사회적기업이 창출한 사회적가치는 약 5000억원으로 추산됐다. 이는 사회적기업에 종사하는 취약계층 2만1367명의 연봉에 해당하는 액수다.
사회적가치연구원은 지난 4월 1일 대한상의 국제회의장에서 ‘SPC 10주년 기념식’을 개최했다. 여기서 공로상에 해당하는 SPC 제도정착상 수상자로 제주특별자치도를 선정했다. 제주도는 2024년 7월 ‘사회성과 측정 및 보상 사업’ 조례(국내 최초)를 제정한 바 있다. 제주도청 담당자는 “사회적 성과 보상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함으로써 지방소멸에 대응하고 고용과 납세에 기여하자는 취지”라고 밝혔다.
실제 조례 시행 첫해인 2024년 제주도 내 총 8개 사회적기업이 참여해 약 12억4000만원의 사회적 성과를 창출한 것으로 추산된다. 그 대표적 사회적가치 기업으로 일배움터(장애인 대상 일자리 창출), 한라산바이오(가축 분뇨 발효로 바이오 열병합 발전) 등이 꼽힌다.
이들 기업은 사회적가치의 11.5%에 해당하는 금액을 현금성 인센티브로 받았다. 조례 지정까진 아니지만, 이미 SPC 모델은 전국 지자체로 확산 중이다. 경기도 화성시는 2022년부터 시작했고, 서울시·춘천시·경남도·전남도 등의 69개 사회적기업도 동참 중이다.
이 밖에 SPC 10주년 기념식에선 성과창출 부문과 혁신포용 부문으로 나눠서 상을 수여했다. 특히 자원 순환과 폐기물 감축 등 지속가능한 환경에 기여한 기업에 주는 ‘SPC 넷제로 챌린저상’은 수퍼빈(김정빈 대표)이 수상했다. 또 취약계층 일자리 제공과 돌봄 서비스로 포용적 가치를 창출한 기업으로는 ‘SPC 포용사회 리더상’은 “정보 접근 격차 해소를 목표로 하는” 피치마켓(함의영 대표)이 뽑혔다.
끝으로 사회 문제를 혁신적으로 해결하며 성과를 창출한 기업을 격려하는 ‘SPC 사회문제 이노베이터상’은 시각장애인의 정보 접근성에 집중한 닷(김주윤·성기광 대표)을 선출했다. 이 밖에도 암 투병 경험을 콘텐트로 풀어낸 ‘박피디와 황배우’, 시각장애인을 위한 AI 서비스 기업 ‘투아트’, 장난감 자원 순환 기업 ‘코끼리공장’, 장애아동 이동권 개선 기업 ‘토도웍스’ 등이 세션에 참여했다. 10년 후 개봉 예정인 타임캡슐 세리머니도 열렸다. SK의 SPC 지속가능 의지를 강하게 드러낸 것이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의 화두로 입지 다진 SPC
기업이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할 때 성장과 혁신도 개화할 수 있다는 발상은 우리나라보다 서구 선진국에서 먼저 보편화된 이론이다. 그들에게도 SK의 SPC 방식은 유의미하게 거론되고 있다.
2021년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은 SPC를 기업사례 연구 교제로 채택했다. 이어 2024년 사회적기업 관련 최고 권위 학술지로 평가받는 〈스탠퍼드 소셜 이노베이션 리뷰(SSIR)〉도 SPC를 전 세계 최초의 민간 기업 주도 성과기반 보상제도라고 소개했다. 2022년 10월엔 세계 최고 권위의 〈매니지먼트 사이언스〉에 정선문 동국대 교수와 신재용 서울대 교수의 SPC의 효과성을 다룬 논문이 게재됐다.
이어 2025년 1월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는 세계경제포럼(WEF)-딜로이트 재단 공동 보고서를 통해 SPC를 ‘기업과 사회혁신 간 파트너십 우수 사례로 조명했다. SK의 SPC는 세계 최대 맥주회사 안호이저-부시 인베브의 스타트업·사회적혁신기업 펀딩 프로그램과 함께 유이하게 언급됐다.
최 회장은 2025년 6월 WEF 슈왑재단 총회에 참석해 “SPC를 본격화하면 사회 변화를 일으키고 일자리 창출 등 사회문제 해결이 가능하다고 믿는다”며 “사회적가치를 거래 가능한 가치로 전환한다면 이것이 기업의 이윤이 되고, 더 많은 사회적가치를 창출할 수 있게 된다”고 설파했다.

최 회장 책에 고양이 그림이 있는 이유
최 회장의 구상과 유사한 현실 세계의 성공 모델이 영국 피터버러 교도소 케이스다.
2010년 당시 1년 미만 복역 후 출소자의 재범률이 60%에 달하자 골머리를 앓던 영국 잉글랜드 정부는 ‘교도소의 사회성과 연계채권’ 도입을 실험했다. 비영리기관 소셜파이낸스가 록펠러재단 등 17개 민간 투자기관으로부터 500만 파운드의 기금을 모아 단기 수형자 재활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실제 3년 뒤 재범률이 9% 감소했고, 그만큼 사법 비용을 절감하게 된 정부는 인센티브를 채권 투자자들에게 지급했다. 정부, 투자자, 출소자 모두 행복한 결말이 나온 것이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는 ‘내러티브 경제학’이라는 신조어를 퍼뜨렸다. ‘이야기가 경제적 임팩트를 만든다’는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그가 꺼내 든 예는 비트코인의 서사다. 실체가 없음에도, 비트코인의 이야기를 믿는 군중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듯, 사회적가치연구원도 SPC의 역사를 10가지 사건으로 축약하며 믿음을 전파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2019년 SOVAC의 출범이다. 2024년부터 대한상의 대한민국 사회적가치 페스타와 공동 주최하며 대중과 SPC의 소통하는 무대로 기능한다. 2023년에는 한·중·일 협력 세션을 열기도 했다.
최 회장의 책 〈새로운 모색, 사회적 기업〉 초판 표지 아래에는 ‘생뚱맞게’ 고양이 그림이 있다. 그 맥락을 이해하려면 이 책의 프롤로그에 나오는 ‘쥐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마을’ 이야기를 읽어봐야 한다. 쥐를 잡기 위해 사자와 개를 들였지만, 상황은 개선되지 않았다. 여기서 사자는 정부, 개는 영리기업을 상징한다. 낙담한 마을 사람들 앞에 우연히 시키지 않아도 쥐를 잡는 고양이가 눈에 들어왔다. 심지어 고양이는 사자나 개보다 비용도 적게 들었다. 이를 두고 최 회장은 ‘우공이산(사람들의 선의)’으로는 한계가 있는 현대 사회에서 고양이(사회적기업)야말로 ‘맞춤형 해결사’라고 진단한다. 사회적가치연구원의 마스코트가 고양이 ‘세즈’가 된 배경이다. 세즈의 뿌리는 최 회장이 책에서도 언급한 덩샤오핑의 ‘흑묘백묘론’과 연결된다.

사회적가치를 향한 SK의 진정성은 이미 스포츠 후원에서도 증명된 바 있다. 2021년 1월 SK는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 종목인 프로야구단을 매각했다. 반면 2008년 12월 맡은 비인기종목 핸드볼협회장 직함은 2025년 1월까지 유지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에게 다음 회장직을 맡겼으니 SK의 핸드볼 생태계 지키기는 현재진행형이다.
처음에는 최 회장이 IOC 위원을 원해서 맡았다는 루머가 돌았지만, 이제는 아무도 그런 말을 할 수 없다. 그의 재임기 SK가 핸드볼을 위해 투입한 돈만 1500억원 이상이었다. 송파구 올림픽공원에 SK핸드볼경기장도 건립했다. 남녀 실업팀이 해체되면 SK 계열사에서 인수해 선수단을 구제해줬다. 그 덕분에 한국 핸드볼은 국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최 회장의 핸드볼 유니폼 백넘버는 22번이다. 한자 행복(幸福)의 획수다. SK 사회적가치의 종착역인 ‘이타적인 사람들의 더 나은 사회 만들기’는 그가 추구하는 행복과 동일한 방향성을 갖는다.
김영준 월간중앙 취재팀장 kim.youngjo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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