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육대 백정혜 교수, ‘한국어 공간·거리 표현’ 연구 국제저명학술지 게재

2025-08-29

삼육대 교양교육원 백정혜 교수는 한국어의 독창적인 공간·거리 표현 방식을 규명한 연구 성과를 세계적 권위의 언어학 학술지 ‘Studia Linguistica’에 게재했다. 이번 연구는 중국 화중사범대 소속 이탈리아 학자인 프란체스코 알레시오 우르시니(Francesco-Alessio Ursini) 연구교수와 공동으로 수행했다.

‘Studia Linguistica’는 A&HCI(예술 및 인문학 논문 인용색인) 등재 저널이자, 언어학·인문학 분야 Q1(상위 25%)에 속하는 국제 최상위 학술지다. 논문 제목은 ‘Measure Phrases and Spatial Categories in Korean: The Compositional Roots of Measurement(한국어 수량구와 공간 범주: 측정 의미의 구성 원리)’이다.

본 연구는 삼육대 재학생을 대상으로 한 원어민 실험과 대규모 한국어 말뭉치 분석을 통해 한국어 공간·거리 표현의 독특한 특징을 검증하고 밝혀냈다.

공간과 거리를 표현할 때, 한국어는 단순히 ‘앞·뒤’와 같은 공간 명사의 존재보다는 격조사의 성격이 핵심 요인으로 작용한다. 예를 들어, “철수가 자동차에 1미터 앞에 있다”처럼 단순 위치격 ‘-에’를 사용하면 공간적 거리 표현이 어색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철수가 자동차로부터 1미터 앞에 있다”처럼 출발점이나 방향을 나타내는 격조사 ‘-로부터’를 사용하면 문장이 자연스러워진다. 즉, 한국어에서는 특정 격조사가 공간과 거리를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반면, 영어는 주로 전치사를 사용해 공간과 거리를 표현한다. 예를 들어, “John sits five meters in front of the car.”에서 in front of라는 전치사는 위치와 거리를 명확히 전달한다. 그러나, “John sits five meters at the car.”라고 하면 거리 표현과 어울리지 않는 전치사 at에 의해 표현이 어색해진다. 이처럼 영어는 전치사 선택이, 한국어는 격조사 선택이 거리 표현 허용 여부를 결정짓는 주요 요소라는 점에서 두 언어의 차이가 뚜렷함을 알 수 있다.

본 연구는 이론적으로 기존 생성문법의 ‘카토그래피(Cartography)’ 접근과 차별화된 ‘어휘통사(Lexical Syntax)’ 이론을 새로운 분석 틀로 제시했다. 카토그래피 이론이 문장의 구조적 배치에 초점을 맞춘 ‘설계도식 설명’ 접근 방식이라면, 어휘통사 이론은 그 구조 속에서 왜 특정 요소가 의미를 형성하는지까지 분석하는 접근 방식이다.

다시 말해, 기존 이론이 건물의 평면도를 제시하는 방법에 그쳤다면, 이번 연구는 그 건물 안에서 사람들이 실제로 어떻게 상호작용하며 의미를 만들어내는지를 함께 보여주는 다이내믹한 이론에 기초해 분석한 연구이다.

백 교수는 “공간과 거리를 표현하는 방식은 단순한 문법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세상을 어떻게 인식하고 설명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한국어는 특정한 단어나 문법구조를 통해 거리를 측정하고 구체화하는 독특한 방식을 가진 언어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특징은 언어학적으로 언어 보편성과 개별 언어의 차이를 밝히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성과는 약 5년에 걸친 장기 연구의 결실이기도 하다. 실험과 말뭉치 분석, 해외 연구자와의 협업, 특히 논문 심사 과정에서의 끊임없는 피드백과 수차례 보완 요구, 엄격한 검증을 거치며 연구를 더욱 정교하게 만들 수 있었다. 그 치열한 과정이 연구의 완성도를 끌어올리며 세계적 저널 게재라는 성과로 이어졌다.

백 교수는 “이번 연구는 한국어의 고유한 특성을 세계 학문 담론의 보편적 맥락 속에 성공적으로 통합시킨 점에서 의의가 크다”며 “영어 중심의 기존 연구 구도에 독자적인 한국어 자료와 분석 모델을 도입해 한국어 연구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전환점이 됐다”고 평가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한국어 교육, 자연어처리, 인공지능 언어 모델 개발 등 실용 영역에서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할 전망이다. 특히 한국어 학습자와 AI가 한국어를 더 자연스럽게 이해하고 활용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인지언어학자인 백 교수는 앞으로 한국어 공간 표현 연구를 문장 차원을 넘어 담화 맥락과 의미 해석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백 교수는 ”통사 구조와 담화 구조가 통합적으로 작동하는 과정을 밝힘으로써, 한국어 연구를 국제 담화 및 의미론 분야로 넓혀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