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0주년 광복절을 앞둔 가운데 패션에서부터 주류, 뷰티 업계까지 일본 브랜드들이 적극적으로 한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제품 수입액이 수 년 간 꾸준히 증가하는 등 과거 일본의 수출 제한 조치 여파로 확산했던 ‘노 재팬’이 자취를 감추고 ‘예스 재팬’ 현상이 급부상하고 있다.
11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일본 의류 수입액은 전년 동기 대비 6.7% 증가한 6787만 달러로 집계됐다. 일본 의류 수입액은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일던 2020년 8024만 달러까지 감소했다가 2021년 9564만 달러로 19.2% 늘었고 이후 2022년 13.4%, 2023년 14.8%, 2024년 3.3% 등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맥주도 마찬가지다. 올 상반기 일본 맥주 수입액은 전년 동기 대비 9.4% 증가한 3530만 달러로 전체 국가 중 1위를 차지했다. 일본 맥주의 수입액은 지난해에도 전년 대비 21.5% 증가했는데, 올 들어서도 증가세가 이어진 것이다. 한국의 일본 맥주 수입액 순위는 2021년 9위, 2022년 6위로 밀려났지만 2023년 1위로 올라선 이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일본 맥주 판매량도 급증하고 있다. 편의점 GS25에 따르면 일본 맥주 판매량은 지난해 31.6% 증가한데 이어 올해 상반기 17.4% 늘었다. 아사히캔은 올해 GS25 수입맥주 카테고리 전체 매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CU 기준으로도 일본 맥주 매출은 지난해 33.3% 늘어난 데 이어 올해 1~7월에도 2.1% 증가했다.
한국에 진출하는 일본 브랜드도 업종을 가리지 않고 늘어나면서 예스 재팬 현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의류의 경우 올 4월 롯데백화점 잠실 에비뉴엘에서 패션 브랜드 ‘빔스’의 팝업스토어가 열렸다. 아웃도어 브랜드 ‘골드윈’도 신세계백화점 등에서 팝업스토어를 열었으며, 비숍은 한남동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었다.
주류의 경우 하이트진로가 지난달 일본 기린그룹의 즉석음용(RTD·Ready To Drink) 주류인 ‘효케츠 모모'와 위스키 ‘후지’ 시리즈 4종을 출시했다. 하이트진로는 앞서 후지 시리즈 2종을 국내에 들여왔는데 품목을 대폭 늘린 것이다. 일본 맥주 매장도 들어서고 있다. 엠즈베버리지는 지난달 서울 성수동에 삿포로맥주 최초의 해외 매장인 ‘삿포로 프리미엄 비어스탠드’를 열었다. 2023년부터 매년 국내에서 팝업 매장을 열고 있는 산토리 맥주는 올해도 지난달부터 서울에 2곳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전년 대비 두 배 이상의 고객이 방문하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일본 캐릭터와 손을 잡는 사례도 늘고 있다. 대표적인 게 산리오 캐릭터즈다. 이디야커피는 세 차례에 걸쳐 산리오와 협업한 음료와 굿즈 등을 출시했는데, 일부 굿즈는 하루 만에 품절되는 등 인기를 끌었다. CJ올리브영도 지난달부터 산리오와 컬래버한 제품을 출시했으며 다음달에는 산리오를 테마로 한 러닝 행사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티머니와 SSG랜더스, 에버랜드 등도 산리오와 컬래버를 진행했다.
이 밖에 GS25가 지난달 8일부터 이달 1일까지 여의도 더현대서울에서 일본 종합잡화점 '돈키호테' 팝업 스토어를 운영하는 등 유통업계도 일본 브랜드 들이기에 앞장서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노 재팬 운동이 처음 등장한 2019년 이후 코로나19 등 더 시급한 문제들이 등장하면서 소비자들의 우선 순위가 달라졌다”며 “특히 엔저로 일본 여행을 가는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자연스럽게 불매운동도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