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아파트 화재 이면엔 보수공사 업계 탐욕···입찰 담합·불량 자재 사용 등 만연”

2025-12-03

홍콩 아파트 화재 참사의 근본적 원인이 입찰 담합, 공사비 부풀리기 등이 만연한 홍콩의 노후 아파트 보수(리노베이션) 공사 시장의 부패라는 폭로가 3일(현지시간) 나왔다.

홍콩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전직 업계 관계자와 전문가들을 인용해 이번 화재가 홍콩 보수공사 업계의 탐욕이라는 “공공연한 비밀”을 드러냈다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이번 화재는 지난해 7월부터 보수공사 중이던 32층짜리 아파트 ‘웡 푹 코트’ 7개 동에서 지난달 26일 발생했다. 희생자는 최소 156명이다.

당국 조사 결과 그간 공사 중인 건물을 감싸고 있던 비계(고층 건설 현장의 임시 구조물)와 보호망 일부가 방염 기준에 미달해 있었다. 특히 지난 7월 태풍 피해 이후 업체 측이 비용을 아끼기 위해 일부 그물망을 방염 기능이 없는 ‘반값’ 제품으로 교체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사에 투입된 비용이 낮은 것은 아니었다. 내부 문건을 보면 화재가 난 아파트의 보수공사 예산은 2023년 9월 초기 입찰 분석 당시 1억5200만 홍콩달러(약 287억원)였으나 단지 측이 최고급 옵션을 선택한 결과 지난해 최종 금액은 3억3600만 홍콩달러(약 634억원)로 대폭 늘어났다고 SCMP는 전했다.

투입 비용과 사용된 자재 가격의 불일치 사이엔 리노베이션 업계의 ‘꼼수’가 자리해 있다. 홍콩에서 노후 건물은 의무 보수 대상이다. 당국은 매년 30년 이상 된 건물 600곳 가량에 대해 전문 컨설턴트를 고용해 점검하고 도급업체를 통해 보수하도록 하고 있다. 컨설턴트가 저가로 계약을 따낸 다음 도급업체와 공모해 실제 비용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보수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사례가 흔하다고 ‘입찰담합 반대 부동산소유자 연맹’(연맹) 관계자는 SCMP에 전했다. 저가 자재를 이용하면서 불필요한 추가 작업과 비싼 기술 사용으로 이익을 취하는 것이다.

‘홍콩 내장공사 종업원 공회’ 관계자는 “업자들이 저가에 입찰한 뒤 여기저기 비용을 더한다”며 최저가를 써내야 공사를 따낼 수 있다 보니 정작 안전·품질은 낮추는 ‘바닥 경쟁’이 초래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1만 홍콩달러가 적절한 작업을 8500 홍콩달러에 수주하면 어떻게 하겠는가. (기준 미달) 자재를 쓰거나 공정을 생략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킹 밸류 부동산투자 컨설팅’의 리키 웡은 프로젝트를 따내기 위해 한 회사가 다른 회사를 여럿 세워 입찰하는 관행도 있다고 전했다.

연맹 관계자는 2016년 입찰 담합을 막기 위한 기관이 출범했지만 역할이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계약 최종 승인이 이뤄지는 소유주 조합 총회에서 ‘대리 투표’ 등을 통한 결과 조작이 가능할 수 있다고 그는 짚었다. 그러면서 “구조적 문제가 됐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며 “어떻게 대중의 신뢰를 회복해 적정 업체가 시장에 돌아오도록 할 것인지가 문제”라고 했다.

SCMP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전체 민간 빌딩의 20% 이상인 9600채가량이 50년 이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보수 대상 건물이 많은 가운데 홍콩은 “부도덕한 계약자들이 쉽게 착취할 수 있는 금광”이 됐다고 SCMP는 짚었다.

‘홍콩 빌딩안전학회’ 관계자는 정부가 나서 보수공사 과정 등을 감독할 기관을 만드는 등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벌금, 징역형 등 처벌 강화를 통한 억제 효과와 정부의 감독 강화 두 차원 접근이 모두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짚었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