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아파트 ‘제로에너지’ 의무화…건축비보다 절감 효과 크다

2025-06-03

다음달부터 민간 아파트도 냉난방·조명 등 에너지 사용을 최소화하는 ‘제로에너지건축물(ZEB)’ 설계 기준을 의무적으로 적용해야 한다. 그동안 공공주택에만 해당되던 이 제도가 민간으로 확대되면서 건설업계는 건축비 상승 우려와 함께 새로운 기술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제로에너지건축물이란 건축물에 필요한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고, 태양광·지열 등 신재생에너지로 소비 에너지를 대체해 에너지 소비량과 생산량의 합을 ‘제로(0)’에 가깝게 만드는 개념이다. 정부는 2021년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한 뒤 국토교통부 주도로 관련 로드맵을 수립하고, 지난해부터 공공주택에 ZEB 5등급 인증을 의무화했다.

이번 제도 변경으로 6월 30일 이후 인허가를 신청하는 민간 공동주택도 제로에너지 설계 기준을 반드시 충족해야 한다. 다만 민간 아파트에는 공공보다 완화된 기준이 적용된다. 예컨대 공공은 연간 단위면적당 1차 에너지소요량이 90kWh/㎡ 이하여야 하지만, 민간은 100kWh/㎡ 이하다. 에너지 자립률도 공공 2040%에서 민간은 1317% 수준으로 조정됐다.

건설사들의 가장 큰 고민은 늘어나는 건축비다. 국토교통부는 전용면적 84㎡ 아파트 기준, 세대당 약 130만 원의 비용 증가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는 3.3㎡당 약 5만 1000원이 추가되는 수준이다. 그러나 국토부는 에너지 절감 효과를 고려하면 평균 5년 7개월 안에 투자 비용 회수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인증이 아닌 설계 기준만 충족하면 되도록 해, 규제 수위를 낮췄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업계는 이마저도 현실적인 부담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건설 자재비와 인건비가 이미 상승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친환경 설비 적용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건설사들은 에너지 저감 기술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ZEB 기술은 단열재와 고성능 창호 등을 활용해 에너지 손실을 줄이는 ‘패시브(passive)’ 기술, 고효율 냉난방 및 조명 설비를 적용하는 ‘액티브(active)’ 기술, 그리고 태양광·지열 등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한 자체 생산 방식으로 구분된다.

GS건설은 최근 IoT 기반 스마트 제어 기능을 갖춘 초고효율 LED 조명 시스템을 개발해 기존 대비 에너지 소비를 30~50% 절감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고단열 창호와 태양광 시스템 등 다양한 친환경 기술도 함께 도입할 계획이다.

현대건설은 2019년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완공된 ‘힐스테이트 레이크 송도’에서 국내 최초로 고층형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을 받았다. 이 단지는 에너지 자립률 23.37%를 기록했으며, 인공지능(AI) 기반 건물에너지관리시스템(BEMS)을 통해 전기 사용량은 지역 평균 대비 51%, 난방에너지는 43% 줄이는 데 성공했다.

업계는 향후 민간 아파트에도 점차 인증을 받는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내다본다. 인증을 받으면 건축비가 더 들지만, 그만큼 인센티브도 주어지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ZEB 5등급 인증을 받은 공동주택은 용적률 최대 11% 완화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용적률 상한이 200%인 택지에서 222%까지 적용이 가능하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에너지 저감 기술이 어느 정도 상용화된 만큼, 기술력과 시공 경험이 있는 회사들은 오히려 용적률 인센티브를 감안해 자발적으로 인증에 나설 것”이라며 “결국 제로에너지는 선택이 아니라 미래 경쟁력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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