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지 한 달이 지났다. 그런데도 내란을 완전히 진압하지 못하고 있다. 왜 그런가? 전문직종이라 불리는 우리 사회의 비민주적 지배 엘리트 집단이 일상을 포획하고 있어서다. 내란을 기획하고 실행하고 동조하는 이들이 하나같이 ‘일류대학’에서 전문교육을 받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코넬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육군사관학교를 나왔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서울대 법학과를 나왔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서울대 정치학과를 나와 버지니아대에서 국제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콜로라도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를 나왔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고려대 법학과를 나왔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를 나와 서울대에서 행정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무력을 동원한 이들은 어떤가? 박안수 계엄사령관, 여인형 방첩사령관, 곽종근 특수전사령관, 이진우 정보사령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모두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박종준 경호처장, 조지호 경찰청장,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은 경찰대학을 나왔다. 계엄에 동조하고 민주주의 회복을 방해하는 국회의원들도 하나같이 일류대학 출신이다. 국가인권위원회를 비롯한 비민주적 의사소통을 자행하고 있는 온갖 공적 조직의 수장들도 학력이 화려하기는 마찬가지다. 아무리 내란 수괴 대통령을 탄핵하고 체포하고 구속한다 해도 일상의 비민주성은 굳건하다. 경제, 정치, 교육, 종교 등 사회적 삶의 모든 영역을 비민주적인 전문직종이 깡그리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대학교육에 뭔가 근본적인 결함이 있는 것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게 된다. 대학은 전문직종을 길러내는 현대 사회의 핵심 제도로 여겨져 왔다. 특히 기능주의 사회학으로 이름 높은 파슨스는 전문직종을 현대성의 상징으로 찬양했다. 대학에서 과학 교육을 받은 전문직종은 무엇보다도 비합리적인 전통적 가치에 맞서 합리적 가치를 따른다. 새로운 기술 지식을 도입해서 미래를 앞당기는 선봉자이기도 하다. 사업가 및 고위관료와 함께 전문가 집단은 모두를 아우르는 보편 가치에 기반한 사회를 만든다.
하지만 전문직종에 대한 경험적 연구는 이러한 전망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전문직종은 권력을 사용하여 자신의 보상과 특권을 극대화한다. 다른 직종은 전문직이 아니라며 배제한다. 전문성은 직업의 시장 가치를 보호하고 향상하기 위해 진입자의 공급을 제한하고 통제하도록 설계된 전략에 불과하다. 전문직종은 특정한 기능을 수행한다는 이유를 들어 특정 지식과 직업을 독점한다. 이 과정에서 일상의 삶과 단절되어 자기들만의 폐쇄된 세계를 구축한다. 이 안에서 지식의 위계를 만들어 전문직종과 비전문직종 사이의 비민주적 의사소통을 자행한다.
한때 전문직종은 조직 이론의 프리마돈나로 불릴 만큼 주목받는 연구 주제였다. 하지만 지금은 사실상 죽었다는 비판적 평가가 다수다. 전문직종이 현대 사회의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주된 세력이라는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한국의 대학교육은 이러한 비민주적 전문직종을 키워내는 것을 자랑하고 있다. 전문직종 진출을 근거로 일류대학과 비일류대학을 구분한다. 폐쇄적 전문직종 안에서 조직 논리에 따라 살아가는 것을 넘어 민주주의라는 일반화된 공동의 준거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지 못하고 있다. 불법 계엄이 선포되는 자리에서도 그 잘난 전문직종 무리가 단 한마디도 못하고 동조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