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문민통제 원칙 새로 정립해야

2025-01-15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비판과 질문이 많이 제기되고 있다. 왜 군은 위헌적 계엄에 쉽게 동원됐나, 왜 군 장성들은 불법적 명령을 거부하지 않았나, 계엄 사태의 주역들은 또다시 육군사관학교 출신들인가 등등. 이런 비판을 들으며 군 장성 출신으로서 가슴이 아프고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아울러 군이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게 된다. 대한민국 국군은 ‘국민의 군대’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며, 헌법과 민주적 가치를 수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사태의 교훈을 찾아 군의 오류와 부족함을 보완하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

국민의 군대, 헌법·민주 수호 의무

군의 오류와 부족함 돌아보고

정치적 중립에 담긴 의미 새겨야

하지만 군과 시민사회는 본질적으로 상이한 가치를 지닌다. 시민사회는 자유와 개인의 권리를 중시한다. 군은 질서와 복종, 그리고 희생을 근간으로 한다. 그래서 과도한 비판으로 군의 본질적 역할을 훼손하거나 군 전체를 부정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서는 안 된다. 꼬리가 몸통을 삼키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일이다.

미국 하버드대 정치학 교수를 역임한 새뮤얼 헌팅턴(1927~2008)은 저서 『군인과 국가』에서 군사적 전문성과 민주적 통제는 서로 상충하지 않으며, 상호 보완적 관계라고 주장했다. 군이 민주적 지휘권 아래에서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하고, 문민정부는 군의 전문적 판단과 효율성을 존중함으로써 민주주의와 안보가 동시에 강화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문민 지도자가 군사 운영에 과도하게 개입하면 군의 독립성과 전문성이 약화하고 정치적 목적에 휘둘릴 수 있음을 동시에 지적했다.

이번 12·3 비상계엄 사태는 이러한 위험성을 여실히 보여줬다. 우리의 미래를 위해 ‘건강한 문민통제’ 원칙의 보완이 필요하다. 군 통수권자와 군 지도부는 군을 정치적 도구로 사용하지 않겠다는 확고한 의지와 행동을 보여야 한다.

정치 지도자가 이를 왜곡하거나 악용하지 못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국회와 시민사회가 이를 감시해야 한다. 군 내부적으로도 정치적 영향을 철저히 배제하고, 오직 군사적 전문성에 기초한 의사결정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이러한 군의 합리적 의사가 국가 리더십의 결심 체계에 충분히 반영될 수 있어야 한다. 군의 정치적 중립은 ‘군이 정치에 관여하지 아니한다’라는 의미와 함께 ‘특정 정파의 이념이나 군사정책에 군이 중립을 지킨다’는 뜻도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군에서 ‘명령에 대한 절대적 복종’은 필수적 가치다. 만약 부하들이 명령의 적법성 여부를 적극적으로 판단하게 된다면, 이에 따라 발생하는 시간 지체 때문에 군사적 호기를 놓칠 수 있다. 이는 전시에 치명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명령 복종의 가치가 흔들리는 일은 결코 있어선 안 된다. 다만, 명백히 불법적인 명령에 대한 양심적 거부와 책임 있는 판단은 필요하다.

특히 장성급 이상 고위급 지휘관들은 정치적 소양과 헌법적 가치에 따른 용기와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명령 복종과 적법성 판단의 균형은 어려운 문제다. 하지만 군사적 효율성과 민주적 가치의 조화를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를 뒷받침할 제도적 정비와 교육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12·3 계엄 충격 이후 새로운 길을 모색하면서 꼬리가 몸통을 삼키지 않도록 군의 본질적 역할과 책임을 되새겨야 한다. 이 순간에도 50만 국군 장병 대다수는 국가와 국민을 위해 본연의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며 헌신하고 있다. 극히 일부의 일탈을 군 전체 또는 특정 학교 출신 전체의 문제로 일반화하는 것은 군의 사기를 떨어뜨릴 것이다. 뿐만 아니라 객관적이고 공정한 논의의 기초를 흔들 수 있다.

군은 민주주의의 한 축으로서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통렬히 자성하고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군 전체에 대한 지나친 비난이나 존재 자체를 위협하는 공격은 민주주의와 국가안보 모두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민주주의는 우리 모두의 노력으로 성장한다. 군은 국가 방위를 넘어 민주주의의 든든한 버팀목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군이 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안보와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새로운 전통을 세울 때 한반도를 넘어 세계 평화를 위한 역할도 꿈꿀 수 있을 것이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안병석 평택대 특임교수·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