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탄핵 등 정치적 불안정이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주요 호텔에서 크리스마스 연휴를 즐기려는 수요는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호텔들도 직원들이 산타클로스로 변장해 투숙객에게 선물을 주거나 추첨을 통해 스위트 객실을 제공하는 등 각종 이벤트를 진행해 연말 분위기를 달구고 있다.
17일 호텔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호텔들의 객실이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모두 예약 마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파라다이스는 크리스마스이브(24일) 파라다이스시티의 예약이 크리스마스 연휴를 2주가량 앞두고 이미 다 찼다. 이달 10일부터 글로벌 호텔 체인 아코르의 프리미엄 브랜드 ‘그랜드머큐어’를 달고 정식 영업을 시작한 임피리얼팰리스서울강남도 이미 성탄절 전후로 예약률이 만실을 기록했다. 가족 단위 투숙객을 겨냥해 21일부터 25일까지 산타클로스가 방문하는 패키지를 판매하는 레고랜드호텔은 이달 초 판매하기로 한 객실의 절반가량을 이미 판매 완료했다. 레고랜드호텔 측은 “그간 판매 현황을 보면 크리스마스 열흘 전부터 판매 속도가 빨라졌다”며 “올해도 크리스마스 전후로 만실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크리스마스 기간 호텔 예약이 이처럼 빠르게 차는 데는 올해 색다른 이벤트를 준비하는 호텔들이 늘어난 점도 영향을 미쳤다. 파라다이스시티는 25일까지 ‘산리오 캐릭터즈 크리스마스 트레인’을 운영한다. 헬로키티·마이멜로디·쿠로미·시나모롤 등 산리오 캐릭터들로 꾸며진 기차가 실내 대형 광장 플라자 상부를 순환 운행하는 서비스다. 탑승객은 플라자 일대를 가득 채운 기차 여행 콘셉트의 크리스마스 마켓 팝업을 구경할 수 있다.
제주신라호텔은 로비와 후정 등 호텔 전역에 역대 최대 규모의 대형 트리를 장식했다. ‘제주로 겨울 여행을 떠나온 윈터 신라베어’를 콘셉트로 꾸며 100여 마리의 신라베어가 호텔에 등장한다. 4만 4000㎡의 넓은 부지의 ‘숨비정원’ 내 숨은 포토 스폿인 비밀의 정원과 후정 등에 수천 개의 크리스털 비즈로 장식된 크리스마스트리 22그루도 설치했다. 웨스틴조선서울은 ‘타임리스 화이트 크리스마스’ 패키지로 예약한 고객에게 럭셔리 크리스마스 오너먼트 브랜드 ‘본델스’의 오너먼트 2종을 선물한다. 이 제품은 일상에서도 크리스마스 감성을 담은 인테리어 아이템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크리스마스 연휴 기간 여럿이 호텔에서 파티를 하고 싶은 고객을 겨냥한 곳도 있다. 최대 4인까지 투숙 가능한 ‘디플로매틱 스위트 패키지’ 판매에 주력한 파크하얏트서울이 대표적이다. 디플로매틱 스위트는 호텔에서 단 두 개뿐인 객실이다. 스팀 샤워, 천연 화강암으로 만들어진 대형 욕조, 고음질을 즐길 수 있는 뱅앤올룹슨 스피커, 다이슨 헤어드라이어, 와인 셀러 및 인덕션 등이 비치돼 있는 게 특징이다. 1박에 최소 800만 원 상당인데도 크리스마스 전 주말부터 성탄절 당일까지 객실 예약이 다 찼다. 파크하얏트서울은 23일까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추첨을 통해 당첨자에게 디플로매틱 패밀리 스위트 패키지 1박을 제공하는 이벤트도 운영하고 있다. 파라스파라서울도 최대 8인까지 투숙 가능한 파인 스위트 객실을 중심으로 ‘트윙클리 크리스마스 라이트’ 패키지를 판매 중이다. 이 상품은 객실 테라스에 자리한 주목나무에 크리스마스 장식을 연출해 객실에서 크리스마스트리를 실컷 볼 수 있다. 이 상품은 매일 단 두 객실 한정으로 이달 말까지 판매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크리스마스 기간에는 내국인의 숙박 수요가 많아 어수선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도 숙박 예약이 차고 있다”며 “연말까지 그 분위기를 이어가도록 하는 게 과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