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달려간 한국 의사 "빚진 마음으로 왔다…우리가 도와야"

2025-04-07

"직접 와서 보니 뉴스로 보던 것보다 훨씬 피해가 심각합니다."

규모 7.7 강진의 직격탄을 맞은 미얀마 제2의 도시 만달레이에서 의료 봉사 중인 서정성 대한의사협회(의협) 부회장은 지난 5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현지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안과 전문의로 광주광역시에서 의원을 운영하는 서 부회장은 2023년 튀르키예 대지진을 비롯해 라오스·캄보디아·베트남 등 세계 각국의 재난·재해 현장을 찾아 구호 활동을 펼쳤다.

그는 "대형 재난 현장을 여러 번 경험했지만, 이번처럼 구호 물품 전달이 늦어지는 건 처음 본다"라고 말했다. 서 부회장은 지난 4일 만달레이에 도착했다. 강진의 진원지에 가까운 탓에 피해가 유달리 컸던 지역이다. "내전과 여진으로 인한 안전 문제로 못 올 뻔했지만, 현지 정형외과의사회와 연결된 덕분에 출발할 수 있었다"고 했다. 지진으로 도로가 유실된 탓에 미얀마 양곤 공항에 도착한 뒤 12시간 이상 걸려서야 만달레이에 도착했다. 여진으로 인한 붕괴 위험 때문에 숙소 대신 차 안에서 잠을 자고 있다고 한다.

미얀마 군사정권은 강진에 의한 사망자 수와 부상자 수가 각각 3564명, 5012명(6일 기준)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군정의 통제가 미치지 않는 지역까지 고려하면 실제 사상자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유엔인도주의업무조정국(UNOCHA)이 추산한 인명·재산 피해자는 900만 명이 넘는다. 서 부회장은 "군부 독재와 내전 탓에 정보가 매우 차단돼 있다"며 "다른 재난 현장에서 눈에 띄던 미국·영국 봉사단원들도 이번엔 별로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서 부회장은 자원봉사자 2명과 함께 약 2만 달러(약 3000만원) 상당의 의약품과 생필품을 현지로 공수했다. 하루 200~300명에 달하는 이재민에게 약품을 전달하면서 진료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현지인들은 한국에서 온 봉사자들에게 연신 감사의 뜻을 표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현지 의사가 많지 않고, 물자도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특히 "40도가 넘는 폭염 속에 고열, 피부병, 설사 증상까지 확산하고 있는데, 만성질환자 등 환자를 위한 약마저 매우 부족한 실정"이라고 걱정했다.

서 부회장은 오는 8일 잠시 귀국한 뒤 11일 다시 만달레이로 향할 계획이다. 항생제·소염진통제·설사약 등 현지에서 필요한 의약품 등을 추가로 보내기 위해서다. 재난 현장을 직접 방문하는 이유를 묻자 서 부회장은 "한국이 어려웠을 때 많은 국가가 도와줘 다시 일어났던 것처럼 이제는 우리가 도울 차례"라고 답했다. 그는 "빚진 마음을 가지고 만달레이에 왔다"며 "도움이 필요한 이들이 있다는 걸 알면서 오지 않을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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