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기 편집국 부국장 겸 서귀포지사장
수능이 13일 앞으로 다가왔다.
학벌 중심의 사회 구조 속에서 수험생들은 사회적으로 상위권으로 인정받는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수능에 ‘올인’한다.
어떻게 보면 고등교육을 받을 대학 진학을 위한 하나의 절차에 불과한 수능에 학생과 학부모들이 목매는 것은 여전히 진학하는 대학에 따라 인생이 달라진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대학에 따라 인생의 결과가 달라진다면 누구나 학벌사회 사다리의 맨 꼭대기로 올라가려고 기를 쓴다.
수능에서 원하는 점수를 얻지 못했다고 비관하거나 자책할 이유는 없다. 살다보면 자신의 재능을 꽃피울 기회는 언제든지 있기 마련이다.
오늘날 수능이 학생들에게 무거운 짐을 지우고 있다면 조선시대에는 ‘과거’가 있었다.
성균관 유생들은 지금을 살아가는 고3 수험생 이상으로 스트레스를 받았다.
‘생원시’와 ‘진사시’에 합격한 자, 서울의 사학(四學) 생도 중 15세 이상 소학 및 사서와 오경 중 1경에 통한 자도 성균관에 들어가 식년시에 합격하기 위해 밤낮 공부에 매달렸다.
식년시는 3년에 한 번 치렀다. 성균관 유생들은 실패하면 3년을 기다려야 했다.
왕이 성균관을 방문해 문묘에 참배할 때 치는 과거 시험인 알성시도 있었지만 선발 인원은 많지 않았다.
황감제(黃柑製)라는 특별 시험도 있었다.
진상된 감귤이 대궐에 들어오면 임금이 성균관 유생들이 귤을 나눠주며 시행했던 과거 시험이다.
학업에 매진하는 성균관 유생들의 노고를 격려는 의미에서 임금이 ‘물 건너 온’ 귀한 감귤을 나눠주고 특별 시험을 마련한 것이다.
전국에서 온갖 귀한 음식과 물품이 진상됐지만 이를 기념해 과거가 치러진 것은 감귤이 유일하다.
중종실록 81권(중종 31년)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정원에 전교하기를, “오늘 황감(黃柑) 120개, 유감(乳柑) 140개, 동정귤(洞庭橘) 320개를 보내니, 승지는 가서 관각(館閣)의 당상(堂上)에게 나누어주라”하고, 또 어비(御批)로 출제(出題)하여 내리면서 일렀다. “봉(封)해 보내어 (성균관)유생들에게 짓게 한 뒤 과차(科次)를 정하여 아뢰라” 하였다.’
황감제 합격자는 대과의 최종 시험이자 순위를 결정하는 시험인 전시에 바로 응시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파격적인 대우를 받았다. 감귤이 얼마나 귀한 대접을 받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조선왕조실록에서 황감제 기록을 검색해 보면 황감제는 중종임금부터 철종임금때 까지 시행된 것으로 나온다.
서귀포시가 직거래 농업인의 판로 확대를 위해 운영 중인 온라인쇼핑몰 ‘서귀포in정’을 통해 수능 수험생들의 꿈을 응원하는 의미를 담은 ‘황감제 특별기획전’을 진행해 눈길을 끈다.
서귀포시는 조선시대 성균관 유생에게 감귤을 나눠주며 시행한 황감제를 알리고 수험생들의 건강을 챙기기 위해 기획전을 준비했다고 한다.
수능 당일까지 이어지는 기획전 대상 품목은 12브릭스 이상 감귤, 감귤과즐, 감귤주스 등이다.
라이브커머스 진행, 20% 할인쿠폰 발급, 무료 배송, 황감제 퀴즈 등 다채로운 이벤트로 진행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바야흐로 ‘감귤의 계절’이다. 수능을 앞둔 수험생들에게 피로 회복에 도움이 되는 감귤을 선물하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