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아침에 벼락 스타가 되었다가 과거 사생활 논란으로 된서리를 맞는 사례가 종종 있다. 일약 유명세를 얻으며 TV 등에서 잘 나가는 인물로 비춰 지면서 그에게 당했던 끔찍한 악몽이 되살아나 앙갚음을 하는 경우다. 작년 학교 폭력을 주제로 복수 신드롬을 일으켰던 드라마 '더 글로리'의 열풍을 계기로 이같은 인과응보 의미가 새삼 재조명됐다. 이처럼 오랜 세월 견디다 못해 응어리를 푸는 것과 달리 즉각적 반응을 보이는 대표적 사례가 직장 갑질과 부조리 고발이다. 인터넷에 올리면 삽시간에 정보가 공유되며 여론 재판의 표적이 되기 일쑤다. 이렇게 자신이 저질렀던 추악한 사실이 인터넷을 통해 손쉽게 고발이 가능해짐으로써 그에 대한 예방 효과가 적지 않다고 한다.
실시간 올라 오는 폭로성 댓글의 인터넷 파급력은 기존 조직 문화를 바꿔 놓을 만큼 두려움의 대상이다. 상사의 부당한 지시, 대우와 관련해 속앓이를 하던 시대는 옛말이 됐다. 불합리 하다고 여기면 대놓고 면전에서 시정을 요구할 뿐 아니라 이를 무시하면 곧바로 인터넷 고발로 응수한다. 이런 세태 변화를 빗대어 요즘 우스갯 소리로 길거리 범죄 해결은 CCTV가 도맡아 하고, 직장의 부조리는 인터넷 고발을 통해 해결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한다. 그만큼 디지털 시대에 걸맞는 감시망 시스템이 촘촘하다는 방증이다.
최근 이해 충돌 논란을 일으킨 도청 고위 간부의 부적절한 처신도 결국 변화 속도가 빠른 세상에 둔감한 탓이다. 보도에 따르면, 그는 자신의 업무추진비를 아들이 운영하는 업소에서 몰아치기한 데다 부인 상가 건물에 산하 단체가 입주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취임 이후 2년간 추석 선물 구입 명목으로 아들 한약국에서 4차례 1200만원 가량을 결제했다. 더욱이 자신이 관리하는 민간위탁 업체가 부인 소유 상가에 입주했는데, 더욱 기막힌 것은 위탁업체 선정 전에 임대차 계약이 이뤄졌다는 점이다. 컴퓨터 등 사무실 집기도 미리 3년치 임대 계약을 병행함으로써 의혹만 부채질한 꼴이 됐다.
얼마 전 갑질 의혹으로 한바탕 곤욕을 치른 고위 간부에 이어 이번에 터진 이해 충돌 논란도 당사자의 안이한 인식에서 비롯됐다. 설령 이해 충돌의 입증이 안되더라도 도덕성 논란은 피해가지 못할 상황이다. 아들에게 선물비를 몰아준 사례는 아무리 값 싸다고 강변한 들 설득력이 떨어진 건 사실이다. 부인의 상가 계약 사실도 처음엔 몰랐다고 해도 나중에 인지한 뒤 즉각적인 시정 조치를 취하지 않은 건 변명의 여지가 없다. 오랜 관행으로 치부하기엔 시대 흐름에 뒤떨어진 공직자의 무분별한 처신이 아쉽다. 만약 이같은 결과를 충분히 예견하고 망설였는데 멈추지 않았다면 그 또한 모럴 해저드의 전형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 이래저래 공직자의 처신에 대해 다시 한번 되돌아 보는 계기가 된다. 김영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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