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아침에] 신화 속 AI , 문명의 선물로 진화하려면

2025-02-19

그리스 신화에는 최초의 인공지능(AI) 로봇이 등장한다. 신들의 왕인 제우스가 지혜의 여신 메티스 사이에 아테나를 낳자 아내 헤라가 샘이 났다. 헤라는 제우스 몰래 혼자서 헤파이스토스를 낳는다. 불의 지배자이자 대장장이 신이 된 헤파이스토스는 올림포스 신들을 위해 솜씨를 발휘했다. 아킬레우스에게 갑옷과 투구를 만들어줬고 아르테미스에게 활과 화살을 선물했다.

헤파이스토스의 걸작품 중 하나는 인간 형상을 닮은 자동기계장치다. 그는 탈로스라는 청동 거인을 만들었는데 오늘날 AI 로봇의 원형에 가깝다. 스스로 움직이는 안드로이드(인간 형태 동작 로봇)인 탈로스는 크레타섬을 방어하는 임무를 맡아 자신의 몸을 뜨겁게 달궈 적의 함선을 불태우거나 병사를 태워 죽이는 능력을 발휘한다. 미국의 고전학자 에이드리엔 메이어는 저서 ‘신과 로봇’에서 탈로스를 최초의 AI 안드로이드로 평가했다.

중국의 스타트업이 내놓은 생성형 AI 모델 ‘딥시크’가 전 세계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저비용·고성능의 딥시크 출시에 자극받은 챗GPT 개발사 미국 오픈AI는 AI 전용 단말기와 자체 반도체 개발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딥시크의 개인정보 침해 우려가 커지자 차단령을 내리는 국가와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다.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에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서비스 중단 및 보완 조치를 권고하자 뒤늦게 딥시크는 서비스 잠정 중단을 선언했다. 이미 유출된 개인정보가 중국의 거대 플랫폼 ‘틱톡’에 넘어간 사실이 확인됐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공산당의 통제를 받는 중국 기업의 특성상 유출된 정보가 중국 정부에 넘어갈 가능성이다. 딥시크를 쓰면 사용자의 개인정보가 중국 플랫폼은 물론 공산당 정부에 악용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경고는 기우(杞憂)가 아니었다.

AI로 무장한 로봇이 신화 속 허구가 아닌 현실이 돼가고 있는 지금, 인류는 엄청난 도전 앞에서 고민에 빠졌다. AI는 인류에게 행복과 번영을 가져올 문명의 선물인가, 아니면 파괴와 멸망으로 이끌 악의 전령사인가. 국내에서는 그다지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지난주 프랑스 파리에서는 AI 정책 변화와 관련한 중요한 회의가 열렸다. 전 세계 여러 정상과 주요 인사들이 모인 ‘제3차 AI 행동 정상회의’는 11일 파리 선언문을 채택하고 막을 내렸는데 ‘사람과 지구를 위한 지속 가능하고 포용적인 AI에 관한 선언문’에 프랑스·중국·독일·한국 등 58개국과 유럽연합(EU) 등이 서명했다.

정작 주목을 받은 건 선언문에 서명을 거부한 미국의 J D 밴스 부통령이었다. 그는 폐막 세션 연설에서 “AI에 대한 과도한 규제는 막 도약하려는 혁신 사업을 죽일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AI 주도권을 쥐고 있는 미국이 중국·EU 등 후발 주자의 추격을 허용할 수 있는 규제안에 순순히 서명하지 않으리라는 건 충분히 예상 가능한 대목이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남들이 전진하는 상황에서 규제법 시행을 위해 노력하는 결정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냉정히 생각해보라”며 EU의 행태를 비난했다.

행사를 주최한 프랑스와 유럽은 미국·중국에 뒤처진 AI 기술 개발에 올인해야 한다는 절박한 현실을 깨달았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AI에 164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고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도 AI에 300조 원을 동원하겠다고 했다. 냉혹한 AI 생태계는 우리도 엄정하게 받아들여야 할 현실이다. 올해 AI 분야에 쓰일 예산은 1조 8000억 원으로 전체 예산(673조 3000억 원)의 0.27%에 그친다.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부 장관은 에릭 슈밋 전 구글 CEO 등과 함께 쓴 ‘AI의 시대: 그리고 인류의 미래’라는 저서에서 AI가 1940년대 원자폭탄 개발보다 더 큰 충격파를 몰고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AI가 전 세계의 이슈로 떠오르기 전에 그 파장과 의미를 지적한 키신저의 통찰이 놀랍다. 국정 리더십 공백 상황에서 쥐꼬리만 한 예산과 지원으로는 미래의 충격파에 제대로 대비할 수 없다. AI는 경제·안보 등 여러 분야에서 국가의 미래를 좌우할 핵심 역량으로 부상했다. AI는 이제 피할 수 없는 인류의 과제이자 기회다. 여야는 물론 정부는 말잔치에 그치지 말고 한마음 한뜻으로 AI 혁신 생태계 지원에 발 벗고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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