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회> 부정선거를 보는 국회의 시선 ②
더불어민주당 김성회 의원 인터뷰
부정선거 일종의 ‘신앙’, 어떤 증거도 믿지 않을 듯
尹 의혹 제기, 민주당 의석 가짜라는 정치 레토릭
국민의힘, 달리는 호랑이 등에 올라타 하차 불가
선관위 개혁 필요하나 정치적 도구로 삼아선 안돼
지구(地球)가 평평하다는 주장이 있다. 우리가 사는 지구가 사실은 공 모양이 아니라 투명한 돔으로 덮인 납작한 원반 형태라는 것이다. 이를 ‘지평설(地平說)’이라고 한다. 지평설을 믿는 사람들은 지구가 둥글다는 수많은 과학적 증거를 단순히 음모로 치부해 버린다. 이는 개인적인 신념의 문제로 볼 수도 있지만, 타인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놀랍게도 지평설을 믿는 사람들의 모임은 20세기까지 존재했고, 지금도 극소수가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 김성회 의원은 지난달 초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한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부정선거를 믿는 이들을 지평설론자와 같다고 비유했다.
김 의원은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사람들에게 지구가 둥글다고 말하면 ‘사진이 조작됐다’, ‘저 사람이 매수됐다’는 식으로 배척하고 신앙생활을 유지해간다”며 “이처럼 부정선거 신앙촌에 살고 싶은 사람들은 증거를 보여줘도 믿지 않으려는 또 다른 이유를 만들어 낼 것이다. 신앙의 자유는 있지만 그 사이비 종교가 실제 국민들의 인생에 영향을 미친다면 그때부터는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에도 부정선거 음모론은 계속되고 있다.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9일 부정선거론이 제21대 대통령 선거에 악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전담반을 신설하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그럼에도 부정선거가 있었다고 믿는 이들은 접었는데 빳빳하게 다시 펴진 투표지인 ‘형상 기억 종이’와 날인이 뭉개져 찍힌 ‘일장기 투표지’, 투표용지가 겹쳐 인쇄된 ‘배춧잎 투표지’ 등 증거가 쏟아진다는 주장이다. 김 의원은 일개 사례를 다 반박하려 해선 이 논쟁을 끝낼 수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3000만~4000만명이 진행한 투표에서 문제가 있는 한두 개의 이상한 사례를 찾아내 전체를 뒤집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일개 사례를 다 반박하려 해서는 이 논쟁을 끝낼 수 없다. 역대 선거에서 부정선거가 의심돼 법원에 공탁금을 내고 재검표한 결과 당락이 바뀐 사례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실제로 김 의원은 2000년 제16대 국회의원선거에서 서울 동대문을 지역구에 출마한 새천년민주당 허인회 후보의 캠프에 있었을 당시 재검표를 경험한 바 있다. 한나라당 김영구 전 의원에게 11표차로 낙선한 허 후보 측이 당선 무효소송을 제기해 이뤄진 재검표에서 표차가 3표로 줄었으나, 당락이 뒤바뀌진 않았다. 다만, 김 전 의원 측이 친인척 등을 위장 전입한 사실이 인정되면서 대법원의 원고 승소 판결에 따라 김 전 의원은 의원직을 상실했다.
김 의원은 “당시 선관위 명부를 일일이 전수 조사해 장안동 장미아파트 24평에 12명이 사는 위장전입 문제를 포착해냈고, 김 전 의원이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면서 “그 과정을 통해 오히려 선거 관리가 얼마나 엄격하게 되고 있는지를 개인적으로 배우는 계기가 됐다”고 회고했다.
관련 의혹을 입증할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잇따랐음에도 윤 전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의 정당성으로 부정선거 의혹을 꺼내든 것을 두고는 “22대 국회가 민의에 의해 구성된 곳이 아니라는 정치적 명분, 일종의 레토릭(수사학)을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며 “계엄군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투입된 것도 민주당 의석 자체가 가짜라는 논리를 만드는 도구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초 국민의힘은 선거와 투·개표 시스템을 점검하기 위한 특별법(일명 선거제도 건강검진법)까지 발의했다. 윤 전 대통령을 포함해 극우층을 두둔하기 위한 정치적 목적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는 가운데, 김 의원은 “국민의힘의 꼬락서니는 호랑이 등에 올라타 도중에 내릴 수 없는 ‘기호지세(騎虎之勢)’의 형국”이라고 평가했다.
김 의원은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이들의 표를 받아 국회의원이 돼야 하는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호랑이 등에 타서 갈기를 붙잡고 있지 않으면 다음 선거에 떨어질지 모른다는 공포감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자녀 특혜채용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선관위에 대해서는 “부정부패를 바로잡고 독립적인 선거사무관리기관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관리감독 제도를 마련하는 데 동의한다”면서도 “선관위의 비리를 정치적 무기 삼아 부정선거 신앙촌으로부터 공격받게 두는 일은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극단적 이념 갈등과 시민사회 분열로 한국의 민주주의가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 의원은 “부정선거를 믿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대한민국의 정체성이 뿌리째 흔들리는 심각한 사태가 초래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문제 해결의 키(key)를 쥐고 있는 집단은 국민의힘”이라며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그는 “양식 있는 진보와 보수, 사회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한 팀으로 연대해 부정선거론자들을 소수로 만들고 고립시켜야 한다”며 “국민의힘은 지금이라도 부정선거 신앙촌의 단물을 그만 마셔야 한다”고 촉구했다.
<관련기사>
<1회>부정선거 불복의 역사
①[단독] 23년 간 지속된 선거불복 소송…그때의 기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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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보수는 왜 사전투표를 믿지 못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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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회>부정선거 주장 팩트체크
①분류 때마다 달라지는 개표 숫자 ‘오류’ 아닌 ‘정밀함’…결론은 사람 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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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선거인명부도 조작했다?…117세가 명단에 있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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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우리가 중국 해커라고요?”… 선관위 간첩 체포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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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소쿠리’부터 ‘특혜 채용’까지…불신 자초한 선관위, 감시·견제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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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회>선거의 시작, 여론조사가 불안하다
①[단독] 과태료 50만원 내면 그만?…‘믿지 못할’ 여론조사업체, 관리감독도 ‘엉망’
https://n.news.naver.com/article/022/0004027022?ntype=RANKING&type=journalists
②들쭉날쭉 여론조사… 민심인가 조작인가
https://n.news.naver.com/article/022/0004027121?type=journalists
<4회>부정선거를 보는 국회의 시선
①“소송은 부정선거 의혹 해소 적합한 방식 아냐…정치권이 나서야”
https://n.news.naver.com/article/022/0004027148?cds=news_media_pc
②“부정선거, ‘지평설’과 유사…국민의힘 신앙촌 정치 중단해야”
이현미∙국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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