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AI 데이터센터 냉각 솔루션 공급 협약
쉐이커·데이터볼트와 차세대 협력...글로벌 사우스 전략 박차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가 사우디 네옴시티 옥사곤에서 건설 중인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에 냉각 솔루션을 공급하는 협약을 맺었다. 올해 들어 조주완 CEO의 세 번째 글로벌 사우스 출장이다. LG전자는 이번 파트너십을 계기로 글로벌 사우스 공략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
9일 LG전자에 따르면 조 CEO는 지난 2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LG에어컨 단독 총판이자 제조사인 쉐이커그룹 압둘엘라 아부나얀 회장, 글로벌 데이터 인프라 기업 데이터볼트 라짓 난다 CEO와 만나 협력 30주년을 기념했다. 이 자리에서 LG는 차세대 데이터센터 열 관리 솔루션을 공급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데이터볼트는 사우디에 본사를 두고 미국, 우즈베키스탄, 인도, 아랍에미리트에 지사를 운영한다. 재생에너지와 대체연료를 결합한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를 개발 중이며, 대표 사업인 옥사곤 데이터센터는 중동 최대 규모 AI 데이터센터로 조성된다. 우즈베키스탄과 방글라데시 등 아시아 지역에도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라짓 난다 CEO는 "성능과 확장성, 지속가능성을 갖춘 넷제로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있다"며 "LG와의 협력으로 세계적 수준의 냉각 기술을 통합해 사우디와 세계의 디지털 전환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모하메드 이브라힘 아부나얀 쉐이커그룹 CEO는 "LG와의 30년 협력은 사우디 냉난방공조(HVAC) 시장 성장을 이끌었다"며 "이번 협력은 고효율 냉각 기술 혁신을 선도하고 사우디의 글로벌 기술 허브 도약에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
LG는 대형 칠러와 냉각수 분배 장치를 통합한 솔루션으로 AI 데이터센터 열 관리 분야를 HVAC 사업의 새 축으로 삼고 있다. 냉각뿐 아니라 열 회수와 직류 전력 시스템 등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통합 제안 역량도 확대하고 있다.
이번 협력은 LG그룹 계열사의 역량을 아우르는 '원 LG 솔루션' 전략과도 맞물린다. 향후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LG CNS의 데이터센터 설계·운영 역량까지 연결해 그룹 차원의 네트워크를 활용할 계획이다.
조 CEO는 사우디, 나이지리아, 레반트, 마그레브 지역의 사업 성과를 점검하며 현지 맞춤 전략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중동과 아프리카는 잠재력이 크다"며 "정부 주도 산업 전환과 대규모 개발사업이 늘어나는 중동에서 AI 홈, 스마트 솔루션 같은 차별화된 제품으로 성장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LG 중동·아프리카 총괄 정필원 전무는 사우디 부동산 개발사 모하메드 알 하비브와 MOU를 맺고 현지 프리미엄 주택 프로젝트 협력 기회를 넓혔다.
조 CEO의 이번 행보는 올 들어 세 번째 글로벌 사우스 출장이다. 1월 인도, 5월 베트남·인도네시아에 이어 사우디를 찾았다. LG전자는 글로벌 사우스를 장기 성장의 핵심 축으로 삼고 있다.
중동·아프리카는 전 세계 인구의 4분의 1을 차지하며 성장 잠재력이 크다. 중동은 석유 의존도를 낮추며 산업 다각화를 가속하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 따르면 걸프협력회의 국가의 올해 비석유 국내총생산 성장률은 4%로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LG전자는 1979년 쿠웨이트, 1990년 코트디부아르 지점을 시작으로 중동·아프리카에 진출했다. 최근 5년간 지역 매출은 30% 이상 증가했다. HVAC 사업에서는 쉐이커그룹과 함께 사막 기후에 맞춘 열 교환기 제품을 선보이고 현지 합작 생산시설을 운영 중이다. 전담 자회사를 세워 유지보수 서비스망도 강화하고 있다.
s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