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부품업체 “미 수출이 90%인데, 수입업자 관세 분담 요구”

2025-05-18

“(완성차 업체가) 이제 우리 부품 안 쓰고, 미국에서 조달하겠다고 하면 우리는 어떡하나 걱정이다. 차종별 세부 부품 찍는 틀만 해도 개당 수천만원인데, 관세 협상에서 진전이 있으면 좋겠다.”

지난 16일 부산 강서구 과학일반산업단지. 자동차 내·외장 부품 제조사 이든텍의 오린태 대표가 이같이 말했다. 산업단지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지사천 양쪽에 자동차 부품 업체 20여 곳이 모인 이곳에서 오 대표는 38년째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든텍이 생산한 스포츠유틸리티 차량용 부품들은 울산·창원의 완성차 공장에 납품된다. 부품 대부분은 미국 수출 차종이다. 오 대표는 “완성차 업체가 미국에서 공급망을 새로 확보하는 데 최소 6개월은 걸릴 거라 지금은 괜찮지만, 그 이후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3일(현지시간)부터 수입산 자동차 부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자, 국내 자동차 부품의 88%를 차지하는 1만8800여 개의 중소 부품사들이 “바람 앞의 등불 같다”며 위기를 호소했다. 미국은 지난해 한국 자동차부품 수출 225억3000만 달러(약 31조5000억원)의 36.5%를 차지하는 국가로, 이 수출길이 좁아지면 국내 부품산업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에 부품을 직접 수출하는 업체는 당장 비용이 늘었다. 경기도 화성 공장에서 차량 전조등을 생산하는 HK테크는 현지 수입업체 A사의 요구에 따라 관세 중 30%를 부담하기로 했다. 연간 40억원 규모의 거래라, 관세(약 10억원) 중 3억원을 HK테크가 부담한다. 이 회사의 윤준섭 영업총괄 대표는 “매출의 90%를 미국 수출로 버는데, 나머지 수입업자들도 관세를 나눠내자고 하면 어쩌나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관세 충격에 그대로 노출된 2·3차 부품사들은 미국 공장 근처로 동반 진출하기도 쉽지 않다.

이들이 자체 연구개발(R&D)로 위기를 타개할 가능성도 높지 않다. 자동차 부품 업계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 1800억원 미만 중소 자동차 부품사 94곳의 매출 대비 연구개발(R&D) 지출 비율은 1.4%로 대·중견기업 119곳 평균치(3.9%)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이들 중소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2.2%)은 한국은행이 집계하는 중소기업 평균 대출금리(4.8%)보다 낮았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자문위원은 “중소 부품사는 전문인력 확보와 생산성 개선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번주 시작될 한미 통상당국의 2차 관세 협상에 관심이 쏠린다. 앞서 영국·미국은 지난 9일 영국산 자동차 관세를 연간 10만대까지 25%에서 10%로 줄이는 것에 합의했다. 3차 관세 협상을 앞둔 일본에선 미국산 일본 자동차를 역수입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전문가들은 자동차 외 분야에서 제시할 협상안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 “미국은 한국의 대미 흑자를 강하게 문제 삼고 있기 때문에 자동차 분야 관세 조정에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라며 “에너지와 조선업 협력뿐만 아니라 비관세 장벽 폐지나 대미 수입 확대 등 여러 제시안을 고민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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