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후임에 아첨꾼·정치꾼…트럼프에 1% 금리 갖다바칠 것”

2025-12-14

📈강남규가 만난 해외 전문가

안토니오 파타스 프랑스 인시아드(INSEAD)대 교수는 금융통화 전문가다. 단순 이론가가 아니라 금융통화 현장을 잘 아는 이코노미스트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정책 결정에 앞서 그를 늘 찾다.

무엇보다 파타스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방준비제도(Fed)의 다음 의장 후보로 살펴보고 있는 사람들이 어떤 인물인지를 잘 안다.

글로벌 머니가 화상으로 연결했을 때 파타스 교수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통화정책 전문가들의 콘퍼런스에 참석 중이었다.

과학을 무시하는 트럼프

통화정책 전문가들의 콘퍼런스여서 Fed와 제롬 파월 의장에 대해 트럼프가 한 말과 행동을 두고 많은 이야기가 나왔을 듯하다.

(씁쓸한 표정과 함께 허탈한 웃음을 보이며) 트럼프의 말과 행동이 너무 어이없어 이코노미스트들이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아쉽다. 전문가들의 평을 들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최근 중앙은행가라는 비선출 권력에 대한 민주적 지배 측면에서 트럼프의 말과 행동을 지지하는 전문가를 인터뷰한 적 있다. 이제 정통 이코노미스트로서 경제 연구 결과를 존중하지 않는 트럼프를 보며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궁금하다.

개인적으로 마음의 상처를 받은 적이 없다. 개인적 차원의 실망감보다 인류가 입을 피해가 걱정된다. 트럼프는 경제학만 무시한 게 아니다. 과학 자체를 존중하지 않는다. 미국이 세계 과학을 이끌어왔다. 이런 나라의 대통령이 과학을 경시하는 것은 글로벌 차원에서도 좋지 않다.

“글로벌 차원에서도 좋지 않다”는 게 무슨 뜻인가.

트럼프의 눈에 전문가들은 정치적 동물로 비친다. 그들의 전문성이 무엇인지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연구개발(R&D) 예산을 삭감하는 데 거리낌이 없다. 암을 극복하고, 기후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싹을 없애버릴 태세다. 아주 위험한 상황이다. 이런 판국에 경제 이론을 무시하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2025년 12월12일자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케빈(Kevin)과 케빈이 있다. 난 두 명의 케빈 모두 훌륭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 말한 두 명의 케빈은 바로 케빈 워시 전 Fed 이사와 케빈 해셋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다. 두 명 가운데 한 명이 2026년 5월부터 Fed를 이끈다는 점을 사실상 공개한 셈이다.

해셋: 21세기 어빙 피셔

Fed 다음 의장 자리를 놓고 벌이는 경쟁이 이파전으로 압축된 듯하다. 먼저 해셋 위원장은 이코노미스트 세계에서 어떤 평을 듣고 있는가.

해셋은 한때 이코노미스트로서 활동했다. 주로 국가 재정 이슈에 대해 학술 논문을 쓰곤 했다. 그 순간만은 이코노미스트였다.

지금은 이코노미스트가 아니란 얘기인가.

해셋이란 이름이 학술 논문 때문에 알려진 게 아니다. 1999년 공동으로 쓴 『다우 3만6000: 다가오는 증시 상승에서 이익 보는 새로운 전략(Dow 36,000: The New Strategy for Profiting From the Coming Rise in the Stock Market)』 때문에 유명해졌다. 책이 나왔을 때 다우지수는 1만1000포인트 언저리에 있었다.

출판 타이밍이 절묘했다. ‘21세기 어핑 피셔’인 듯하다.

맞다. 많은 사람이 닷컴 주가가 거품이라고 우려할 때 해셋은 “다우지수가 3만6000포인트까지 더 상승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그의 책은 베스트셀러가 됐다. 하지만 이듬해인 2000년 3월 주가는 정점을 찍은 뒤 닷컴 거품이 파열했다. 기자 말대로 해셋이 1929년 대공황 직전에 “주가가 고원의 경지에 올라 있다(떨어질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의미)”고 한 경제학자 어빙 피셔와 비슷하다.

닷컴 거품이 붕괴한 이후 해셋은 어땠나.

대중이 원하는 말을 해줘 많은 인세 수입을 올렸다. 하지만 닷컴 거품이 붕괴한 이후 그는 주변 이코노미스트들 사이에서 웃음거리가 됐다. 그는 모습을 사실상 감췄다. 그런데 트럼프 첫 임기 때인 2017~19년 경제자문위원장으로 모습을 다시 드러냈다. 이후 그는 트럼프를 대변하고 그의 주장을 옹호하고 있다. 나는 해셋을 이코노미스트로 보지 않는다. 그는 트럼프 곁에 머물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는 인물이다.

“트럼프 곁에 머물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는 인물”이란 말이 의미심장하게 들렸다. 해셋이 파월의 뒤를 잇는다면, 트럼프의 청구서대로 통화정책을 할 가능성이 아주 커 보여서다.

워시: Fed 정치꾼

또 다른 후보 케빈 워시는 한국에선 쿠팡의 미국 법인 이사로 알려져 있다.

워시는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에 의해 36세 때인 2006년 Fed 이사가 됐다. 2011년까지 이사로 일했다. 사실 워시가 이코노미스트가 아니어서 그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잘 모른다.

Fed 이사가 되기 전엔 워시는 무슨 일을 했나.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에서 인수합병(M&A) 전문 투자은행가로 일했다.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했다. 내가 알기로는 경제학은 부전공 수준으로 공부했다.

파월도 경제학을 전공하지 않았는데 Fed 의장으로 지명됐다. 트럼프가 정통파가 아닌 사람을 좋아하는 듯하다.

앞서 트럼프가 과학 자체를 부정한다고 하지 않았는가. 워시는 Fed 이사 시절에 경제 지식이나 분석 결과를 활용해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일보다는 월가 금융인들과 네트워크를 활용해 Fed의 뜻을 관철하는 일을 주로 했다. 정치에 능한 사람이란 얘기다. 트럼프가 무엇을 원하는지 간파하는 데 아주 능해 그의 눈에 든 듯하다.

내년 美 금리는 트럼프 뜻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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