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점주·시민단체 ‘갑질’ 피해사례 발표
작년 표준대리점 계약서 사용 45.3%뿐
‘계약갱신 요구권 도입’ 등 목소리 나와

LG생활건강 코카콜라 위탁 점주 A씨는 2016년부터 다른 점주들과 농협 하나로마트의 코카콜라 영업 관리를 맡았다. A씨는 영업 인력을 늘리고 사무실 창고를 더 넓은 곳으로 이전했다. 코카콜라의 농협 하나로마트 매출은 2016년 326억에서 지난해 553억으로 늘었다.
매출 정체기였던 2022년쯤부터 공급점의 태도가 달라졌다. 위탁점 지급 수수료를 10% 줄이고, 2025년 말까지만 계약을 유지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본사 측은 ‘시장 환경이 변했고 여러가지 경영사정이 있다’고만 했다. A씨는 “상생을 강조하는 회사를 믿고 투자했는데 본사가 믿음을 저버렸다”고 했다.
대리점주들과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대리점 ‘갑질’ 피해사례 발표회를 열었다. 이들은 대리점법이 시행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본사 측의 갑질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며, 본사와의 협상권을 보장하는 등의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겪은 대표적 불공정 행위 유형은 A씨 사례처럼 ‘일방적 계약 해지’다.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결과, 계약기간이 포함된 표준대리점 계약서를 사용한다는 응답은 지난해 기준 45.3%에 불과했다. 또 본사가 계약기간을 임의로 변경하더라도 별다른 불이익이 없다.
KGM 점주 B씨는 “공급사가 기존에 온라인 판매는 전기차만 하겠다는 약속을 뒤집고 2025년부터 전차종 온라인 판매 약정을 체결했다”면서 “그래놓고 매출 하위 10% 대리점과는 일방적으로 계약을 중단하겠다고 한다”고 했다.
인기 제품 일방적 납품 중단·재고 밀어내기 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롯데칠성 델몬트 대리점주 C씨는 “공급사가 2022년 연말쯤 주요 제품 10개 단종시키면서 대리점당 월매출이 2억원 수준에서 5000만원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고 주장했다.
대리점주의 권리를 보호하는 대리점법이 시행된지 10년이 지났으나 지금도 여전히 공급업체의 일방적 계약해지 등 불공정행위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게 점주들 주장이다. 가맹점과 달리 대리점은 물건을 납품받아 자체적으로 운영되는 업체로 봐 상대적으로 법 규제가 느슨하다는 것이다.

이성원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사무총장은 “대리점은 본사와 거래상 지위의 현격한 차이가 있어 거래 조건상 불이익을 받더라도 거부가 어렵다”며 “계약갱신 요구와 기간이 명시되지 않아 을의 위치에 있게 된다”고 했다.
실제로 최근 불공정 피해는 증가 추세다. 공정위의 ‘2024년도 대리점거래분야 서면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불공정거래 행위를 경험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16.6%로 전년(15.9%) 대비 0.7%포인트 증가했다. 불공정행위 항목은 판매목표 강제, 불이익제공, 경영정보 제공요구 순으로 많았다.
이에 대리점법의 실효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주들 사이에서 나온다. 일방적인 계약해지를 제한하는 계약갱신 요구권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공정위도 대리점주의 사업자단체 구성권을 보장하는 등 제도 개선책을 올해 주요 업무계획으로 포함했다.
이주한 참여연대 변호사는 “공급업자가 대리점과 1년 단위로 재계약을 체결하고 있어 특별한 사유가 없어도 계약을 해지하는 경우가 빈번하다”면서 “대리점 계약을 해지하는 경우의 절차와 요건을 규정해 이유 없는 계약 해지를 방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