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가자지구 전쟁 휴전 1단계 합의를 끌어내는 과정에서 보여준 외교 전략이 주목받고 있다. 외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조 바이든 전 대통령과 달리 이스라엘·아랍 국가와 친밀하게 지내며 독특한 외교 스타일을 구축한 점에서 차별점을 보였다고 전했다.
BBC·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은 10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휴전 1단계 합의를 끌어낼 수 있었던 정치·외교적 전략을 분석했다.

외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을 “친구”라 부르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행동으로 옮긴 점에 주목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는 국제사회가 중립적 입장을 유지해 온 예루살렘 주권 문제에서 주이스라엘 미국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이전하며 친이스라엘 노선을 분명히 했다. 또한 요르단강 서안지구에 있는 이스라엘 유대인 정착촌을 불법으로 본 미국의 기존 입장을 바꿔 국제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해석을 제시했다. 2기 행정부 들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월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군사 시설을 공격한 직후 벙커버스터로 이란의 지하 핵시설을 타격했다.
반면 전임 바이든 행정부는 이스라엘을 포용하겠다는 ‘곰의 포옹’ 전략을 택했다.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인정하는 동시에 민간인 보호 필요성을 언급하며 압박 수위를 조절했다. 바이든 전 대통령은 이로 인해 민주당 내부는 물론 젊은 유권자들과 아랍계 미국인들로부터 지지 기반이 약화됐다.
외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광폭 지지 행보가 이스라엘에는 전례 없이 강력한 휴전 압박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에런 데이비드 밀러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선임연구원은 BBC에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 총리에게 직접 ‘내 말을 따르라’고 한 적은 없다”면서도 “사실상 전례 없는 수준의 압력이 가해졌다”고 말했다.

하마스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는 데 있어 아랍 국가와 쌓아온 친밀함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평가받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카타르·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과 사업적 관계를 맺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일가가 운영하는 트럼프 오가니제이션은 중동 등지에서 부동산과 암호화폐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첫 순방지로 중동을 택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카타르 도하 공습 등 역내 분쟁을 확대하려 하는 이스라엘에 압박을 가하면서 중동 무슬림 국가 지도자들의 지지를 받았다. BBC는 “트럼프 대통령이 순방 당시 전쟁 종식을 바라는 아랍의 목소리를 접하게 됐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무슬림 지도자들과의 우호적 관계가 하마스를 협상에 참여하도록 설득하는 데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존 올터먼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 중동프로그램 책임자는 BBC에 “명확하게 일어난 일 중 하나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뿐 아니라 하마스에 간접적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라며 “그 점이 큰 차이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전 대통령들이 어려움을 겪던 것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분쟁 당사자들의 요구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타이밍에 영향력을 발휘하는 일을 비교적 잘 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신은 가자지구에서 인도주의적 위기가 심화하자 이스라엘을 향한 비판 여론이 확산한 점도 협상 진척에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다. 특히 최근 프랑스·영국 등 주요 안보 동맹국들이 ‘두 국가 해법’에 따라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면서 미국이 외교적으로 고립되는 상황이 연출됐다. BBC는 “동맹국 사이 역사적 외교 분열이 일어나자 트럼프 대통령은 걸프 지역의 친구들을 선택했다”고 전했다. 튀르키예·카타르·이집트 국가가 하마스를 압박하는 사이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종전 압박을 가하는 전략을 택했다는 설명이다.
외신은 트럼프 대통령만의 독특한 외교 전략이 결과적 성공을 이뤄냈다고 평가했다. WP는 “평화 협정을 강행 처리하기 위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오만하고 냉정한 성격이 필요했다”며 “이스라엘·하마스뿐 아니라 아랍 및 유럽국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 방식으로 평화 협정을 성사시켰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