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간 마크롱, 미국인 마음 사로잡고자 ‘안간힘’

2025-02-24

100세 미군 참전용사부터 먼저 만나

“프랑스 자유·평화 위한 희생에 감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미 수도 워싱턴을 방문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의 해방에 기여한 미국 참전용사부터 먼저 만났다. 올해는 프랑스가 나치 독일의 압제에서 완전히 벗어나 전승국 반열에 오른 지 80주년이 되는 해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유럽과 미국의 관계가 위태위태한 가운데 미국인의 환심을 사려는 마크롱의 의도를 읽을 수 있다.

마크롱은 24일(현지시간) 백악관으로 가기에 앞서 미국 2차대전 참전용사 알레스터 브라운 목사와 만나 대화를 나눴다. 1924년 4월 태어나 현재 100세인 브라운은 1944년 6월 미국, 영국 등 연합국의 노르망디 상륙작전 성공 직후 프랑스로 건너가 벨기에, 네덜란드, 독일 남서부까지 진격하며 숱한 전투를 소화한 베테랑이다. 전쟁이 막바지에 다다른 1945년 1월 독일군의 폭탄 파편에 맞아 생긴 상처가 지금도 남아 있다.

루이지애나주(州)가 고향인 브라운은 18세 때인 1942년 미 육군에 징집됐다. 기초적 군사 훈련을 마친 뒤 그가 속한 부대는 대서양을 건너 영국으로 이동했고 곧 나치 독일이 점령 중인 프랑스 공격에 투입됐다. 전후인 1945년 12월 제대한 브라운은 대학에 진학했고 목사가 됨은 물론 신학으로 박사 학위도 취득했다.

브라운은 노르망디 상륙작전 80주년을 한 해 앞둔 2023년에야 미국 내 참전용사 후원 단체의 주선으로 프랑스를 방문해 전쟁 당시 치열한 싸움터였던 노르망디 일대를 둘러보고 그곳에 조성된 미군 묘지도 참배했다. 그런 브라운을 향해 마크롱은 “80년 전 프랑스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싸운 모든 참전용사들께 경의를 표할 수 있어 영광”이라는 말로 감사의 뜻을 전했다.

마크롱은 2019년 6월 노르망디 상륙작전 75주년 기념식을 주관한 바 있다. 당시 대통령으로서 첫번째 임기 중이던 트럼프도 노르망디를 찾아 마크롱의 안내로 미군 묘지를 둘러봤다. 기념식 연설 도중 마크롱은 미국 측 참석자들에게 영어로 “프랑스는 우리 나라의 자유를 위한 여러분의 희생을 잊지 않는다”며 “조국을 대표해 여러분께 정말 고맙다는 말씀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특별히 트럼프를 향해선 “미국은 인류 보편의 가치를 위해 싸울 때 가장 위대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트럼프와의 정상회담에 앞서 2차대전 당시 프랑스에서 복무한 미군 참전용사부터 찾은 마크롱의 행보는 미국과 프랑스, 미국과 유럽이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점을 트럼프, 그리고 미국 국민들에게 상기시키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이제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위해 미국과 유럽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분석된다.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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