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건설사 평균 원가율 92%…"공사해도 남는게 없다"
작년 매출보다 낮은 목표치 설정…이마저도 달성 여부 불투명
[미디어펜=조성준 기자]국내 1군 건설사들마저 건설 원가율이 치솟으며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끝을 알 수 없는 불황에 이들 건설사는 매출 목표를 낮추는 등 위기관리에 들어간 모양새다.

20일 전자공시시스템 다트에 따르면 국내 10대 건설사 중 상장된 6개 사의 지난해 매출 원가율 평균은 92.2%였다.
현대건설은 원가율이 100.6%였고, GS건설(91.3%), 대우건설(91.2%), HDC현대산업개발(90.9%)도 원가율이 90%를 넘었다. 그나마 원가율이 낮은 DL이앤씨(89.8%)와 삼성물산 건설 부문(89.4%)도 90%에 가까웠다.
건설사가 공사를 하면서 지출한 모든 비용의 매출 대비 비중을 뜻하는 원가율은 통상 80%대를 안정적인 수준으로 본다. 90%를 넘으면 공사를 해도 남는 게 거의 없는 셈이다.
원가율 상승 주요인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치솟은 원자잿값에 있다. 여기에 고물가와 인건비 상승도 더해졌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공사비지수는 2020년 이후 30% 가까이 급등했다. 2020년을 기준으로 100이었던 공사비지수는 2021년 117.37, 2022년 125.33 상승한 후 지난해 9월 130.45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원가율 상승은 비단 건설사만의 문제는 아니다. 치솟은 공사비를 맞추기 위해서는 결국 분양가를 올릴 수밖에 없다 보니 내 집 마련 수요자들에게도 부담이 가중된다. 지난해 높은 분양가 등의 이유로 전국에 미분양이 속출하면서 건설사 수익성이 악화하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주요 건설사들마저 연간 매출 목표를 지난해 매출보다 낮추며 보릿고개 넘기에 전념하고 있다.
다트에 따르면 삼성물산 건설 부문은 올해 매출 목표치를 15조9000억 원으로 잡았다. 이는 지난해 매출액(18조6550억 원)보다 2조7550억 원(14.8%) 적다.
현대건설도 지난해 매출 32조6944억 원 대비 2조3107억 원(7.1%) 감소한 30조3837억 원을 연간 목표로 설정했다.
대우건설도 지난해 매출(10조5036억 원)보다 20%(2조1036억 원)나 낮춘 연간 목표를 공개했다.
DL이앤씨는 지난해 대비 5184억 원(6.2%), GS건설은 2638억 원(2.1%) 적게 목표를 잡았다.
전문가들은 낮춰 잡은 연간 목표치도 달성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최근 부동산 시장은 서울시의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조치로 잠시나마 활성화되는 듯싶었지만, 제도 취소로 침체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지방 미분양 문제도 해결되지 않고 있고, 주요 건설사들마저 신규 주택 공사를 최소화하는 추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원가율이 너무 올라 이대로 가다가는 건설사들이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면서 "대외적 요인이 공사비 상승을 불러온 만큼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책이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