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청년일보 】 당뇨병 치료제 ‘자디앙(엠파글리플로진)’이 지난해 매출 1천억원을 돌파하며, 유한양행의 대표상품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번 자디앙의 성장은 경쟁 약물인 포시가 철수에 따른 반사이익 등이 작용한 가운데, 올 10월 특허 만료 이후에도 자디앙이 계속해서 성장할 수 있을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한편, ‘자디앙’은 베링거인겔하임과 릴리가 공동 개발한 신약으로, 지난 2016년부터 유한양행이 협약을 맺고 공동 판매하고 있다.
◆ 유한양행, 지난해 매출 2조원 달성…‘자디앙’ 매출 1천억원대 등극
17일 유한양행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별도 기준 지난해 매출액은 2조83억원으로 전년(1조8천90억원) 대비 11%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701억원으로 전년(572억원)보다 22.5% 늘었고, 당기순이익은 967억원으로 전년(935억원) 대비 3.4% 증가했다.
주요 제품·상품 실적은 전문의약품(처방약)의 경우 당뇨병 치료제 ‘자디앙’이 전년(845억원) 대비 23.6%(199억원) 증가한 1천4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당뇨병 치료제 ‘트라젠타’가 2022년에 매출 1천191억원을 세운 지 2년 만에 매출 1천억원을 돌파한 제품이 탄행했다.
이어 진해거담제 ‘코푸시럽’이 전년(332억원) 대비 32.9%(109억원) 증가한 441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자디앙’과 함께 100억원대의 매출 상승을 보여줬다. 이외에도 ‘트윈스타’, ‘빅타비’, ‘베믈리디’ 등도 전년 대비 매출이 증가했다.
일반의약품(비처방약)의 경우 비타민씨를 제외한 주요 품목 모두 전년 대비 매출이 상승했다.
◆ 트라젠타, 범람하는 제네릭으로 추락…자디앙, 독점 무너진 ‘트라젠타’ 제쳐
특히 이번 ‘자디앙’의 실적은 단순히 매출 1천억원을 기록했다는 점을 넘어 유한양행의 매출 실적 1위 상품으로 등극함과 동시에 기존에 유한양행의 매출을 주도했던 ‘트라젠타’를 대체하게 됐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최근 3년간 ‘자디앙’은 2022년 682억원, 2023년 845억원, 2024년 1천44억원 순으로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 이와 달리 ‘트라젠타’는 2022년 1천191억원이라는 매출 실적을 기록한 후 ▲2023년 984억원 ▲2024년 891억원 등 계속해서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트라젠타’의 추락은 트라젠타 특허 만료에 의한 제네릭 의약품 출시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6월 DPP4억제제 계열 당뇨병 치료제 ‘트라젠타(리나글립틴)’의 조성물 특허가 만료됐다. 이후 트라젠타의 특허 2개를 회피한 16개 제약사가 지난해 6월 9일부터 지난 8일까지 오리지널인 ‘트라젠타’를 제외한 동일 의약품 등에 대한 판매금지 기간을 확보할 수 있는 우선판매품목허가(이하 우판권)를 획득했다.
이어 지난 8일 16개 제약사가 가지고 있던 우판권이 종료되면서 한미약품 등 12개 제네릭 품목이 지난 9일부터 경쟁에 합류하면서 무한경쟁 시대가 열리게 됐다.
◆ 자디앙, ‘포시가’ 철수로 반사이익…관건은 오는 10월 ‘특허 만료’
이번에 자디앙이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로는 자디앙의 경쟁 약물인 아스트라제네카의 ‘포시가(성분명 다파글리플로진)’가 국내에서 철수했다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포시가’는 지난해 4월 25일 품목 허가를 자진 취하했다. 이에 2013년 11월 26일에 허가를 획득한 지 10년 5개월 만에 국내시장에서 철수했다.
업계에서는 2023년 4월 ‘트라젠타’의 특허 만료 이후 많은 제네릭이 쏟아져 나왔으며, 느린 보험급여 적용 확대 속도와 약가 인하 압력 등을 철수 배경으로 평가했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자디앙은 포시가와 시장을 양분하고 있던 제품”이라면서 “포시가가 국내에서 철수하면서 포시가와 동일한 성분의 제네릭 처방이 증가하고 있지만, 자디앙도 반사이익을 누리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SGLT2 시장 역사가 짧아 계속 성장하고 있다”면서 “자디앙을 주력 품목으로 집중해서 키워나가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자디앙에게도 앞서 ‘트라젠타’와 ‘포시가’처럼 특허 만료가 다가오고 있다. 예정된 특허 만료 기간은 오는 10월로, 자디앙과 자디앙듀오 제네릭을 허가받은 업체 60여곳이 자디앙의 물질특허가 만료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유한양행은 제네릭으로 인한 매출 감소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제네릭 출시 이후 치료제 성분 시장이 커질 수 있는 가능성 등을 고려해 다소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일시적으로 매출이 하락하는 부분이 있을 수 있는데, 해당 성분에 대한 처방 자체를 늘리는 결과를 불러오기도 한다”면서 “자디앙 성분인 ‘엠파글리플로진’에 대한 시장 자체를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으므로 보다 적극적으로 영업과 마케팅을 펼칠 계획이다”고 말했다.
【 청년일보=김민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