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황금연휴가 이어진 10월 첫째 주에도 전국에서 많은 사건사고가 벌어졌다. 중국인 단체관광객 무비자 입국이 허용된 첫날 크루즈 관광객 6명이 사라지는가 하면 데이트 폭력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들이 오히려 신고자를 제압·연행해 과잉체포 논란도 일었다. 전북 군산에선 여자 친구를 살해한 뒤 시신을 김치냉장고에 넣어 1년 가까이 숨겨온 40대 남성이 구속됐다.
◆ 무비자 입국 첫날부터…크루즈 입항은 2189명, 출항은 2183명뿐

법무부와 인천항만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오전 중국 톈진을 출발해 인천항에 들어온 크루즈선 ‘드림호’(승객 2189명)에서 6명이 하선 후 귀선하지 않았다. 드림호는 같은 날 오후 10시 출항했지만 승객은 2183명뿐이었다. 승무원 563명은 전원 확인됐다. 사라진 6명의 구체적인 신원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이들은 비자 없이 최대 3일간 상륙을 허용하는 ‘관광상륙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했다. 이 제도는 크루즈 관광객이 비자 없이 단기 관광을 할 수 있도록 한 특례로, 출항 시 반드시 다시 승선해야 한다. 정해진 시간에 귀선하지 않으면 곧바로 불법 체류자가 된다.
사라진 드림호 승객들의 체류 기한은 지난 1일까지였고, 하루가 지나 불법 체류자가 됐다. 법무부는 단속반을 투입해 이들의 행방을 쫓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체류 기간이 끝난 만큼 현재 소재 파악에 나섰다”고 전했다. 무비자 입국 첫날부터 이탈자가 나오면서 제도에 허점이 있다는 지적이 다시금 제기되고 있다.
◆ ‘데폭’ 신고자 갈비뼈 5개 부러뜨린 경찰…과잉체포 논란

폭행 장면을 목격하고 신고한 시민이 출동한 경찰관과 말다툼을 벌이다 체포되는 과정에서 갈비뼈 골절 등 부상을 입어 논란이 일고 있다. 울산 남부경찰서에 따르면 30대 남성 A씨는 지난달 27일 오전 2시53분쯤 울산 남구 도로에서 ‘한 여성이 남성을 폭행하고 있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지구대 경찰관인 B 경장과 C 경위가 현장에 출동했지만 별다른 조치가 없는 것처럼 보이자 A씨는 경찰의 대응이 미온적이라고 생각해 항의했다. 경찰관들은 A씨에게 참견하지 말라는 취지로 말했고 A씨는 “폭행 장면을 봤는데 신고도 못 하느냐”고 맞서면서 시비가 붙었다. 당시 시민들 제지로 다툼이 마무리되는 듯했으나 몇 분 뒤 담배를 피우기 위해 다시 밖으로 나온 A씨와 순찰차 안에 타고 있던 B 경장이 서로를 바라보면서 분위기가 다시 험악해졌다.
이때 A씨가 B 경장을 향해 욕설을 하고 머리를 들이미는 등 위협적 태도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B 경장이 접근을 제지하는 A씨 지인의 손을 내치며 A씨 코앞까지 다가가면서 서로 이마를 맞대는 상황이 됐다. 그 순간 C 경위가 A씨 목을 뒤에서 감아 바닥에 넘어뜨렸고 B 경장은 넘어진 A씨 위로 몸을 덮쳐 무릎으로 머리와 목을 짓눌러 제압한 뒤 A씨에게 수갑을 채워 연행했다. A씨는 체포 과정에서 갈비뼈 5개가 부러졌고 얼굴에 찰과상 등을 입어 전치 2~4주 진단을 받았다.
B 경장 등은 A씨가 욕설해 모욕죄로 현행범 체포했으며 A씨가 폭력을 행사하려는 것처럼 보여 물리력을 행사했다는 입장이다. 또 A씨가 순찰차 안에서 침을 뱉어 공무집행방해 혐의도 추가했다. 남부경찰서 측은 A씨 체포 과정을 면밀히 검토해 과잉이 있었는지 조사할 방침이다. A씨는 위협이나 반항이 없는 상황에서 경찰관이 강압적으로 제압한 것은 경찰이 권력을 남용한 것이라며 B 경장과 C 경위를 독직폭행치상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 1년간 문자만 보내던 딸…김치냉장고서 시신으로

전북 군산경찰서는 살인, 시체유기 혐의로 40대 남성 D씨를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고 2일 밝혔다. D씨는 지난해 10월21일 군산시 조촌동의 한 빌라에서 당시 사귀던 40대 여성 E씨를 목 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D씨는 범행 후 김치냉장고를 구입해 E씨의 시신을 넣고, E씨가 살던 빌라에 그대로 보관해왔다. 시신이 1년 가까이 냉장고에 보관돼 있어 부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E씨를 살해한 뒤 그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가족들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며 의심을 피하려 한 것으로 조사됐다. 장기간 E씨와 연락이 닿지 않자 가족들은 지난달 29일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다. D씨는 E씨 휴대전화로 ‘무사히 잘 있다’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경찰은 “직접 연락을 하거나 대면해야 조사가 끝난다”며 행적을 물어왔다. 계속된 질문에 압박감은 느낀 D씨는 교제 중이던 또 다른 여자친구에게 “경찰의 연락을 대신 받아달라”고 부탁했다. 이 과정에서 D씨는 해당 여자친구에게 범행 사실을 털어놓으며 사건이 드러났다.
D씨는 범행 뒤 E씨의 카드를 무단 사용해 대출을 받거나 주거비를 납부한 정황도 확인됐다. 조사 결과 D씨는 E씨에게 1억원가량을 빌려 주식에 투자한 것으로 조사됐다. D씨는 “주식 문제로 다퉈 E씨를 살해한 뒤 구입한 김치냉장고에 사체를 보관했다”고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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