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지나고 선고, 명절에 문제 생길 수도"
작년 추석 가정폭력 신고 62.3% 급증
경찰, 2주간 종합치안대책 기간 운영
'법조 1번지' 서울 서초동에서는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법 때문에 울고 웃습니다. [서초동 법풍경]은 법원과 검찰·법조계 인물·실제 재판의 이면 등 취재에 다 담지 못한 에피소드를 알기 쉽게 전합니다.
[서울=뉴스핌] 백승은 기자 = 최장 10일간 이어지는 추석 황금연휴를 앞두고 들뜬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지만 수사 기관은 긴장 상태다. 통상 명절에는 가족폭력·교제폭력 등 관계성 범죄가 급증하기 때문이다. 실제 작년 추석 연휴 기간 하루 평균 112 가정폭력 신고 건수는 62.3% 급증했다. 교제폭력 역시 30.5% 늘었다.
가정폭력의 경우 명절 연휴가 길수록 발생 위험도가 커진다. 추석 연휴가 6일이던 지난 2023년 가정폭력 관련 112 신고 건수는 5700여건이었다. 추석 연휴가 5일이었던 2020년과 2021년 추석은 각각 약 4300~4500건에 그쳤다. 연휴가 4일이었던 2022년은 3700여건이었던 것과 확연한 차이다.
연휴에 앞서 경찰은 9월29일~10월12일 2주간 종합치안대책 기간 운영에 나섰다. 가정폭력 재범 우려 가정과 고위험 대상자 등에 대한 전수 점검도 실시한다.

◆ 처벌 불원 원하는 처제에 "이번 추석에 같이 보낼 수 있겠냐"
추석을 목전에 두고 가정폭력 사건을 심리하던 한 판사는 아예 "명절에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지나고 선고하겠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지난달 30일 서울고법 형사2부(재판장 김종호)는 '처제 살인미수' 항소심 결심공판에서다.
피고인 이 모 씨는 취한 상태에서 가족들과 말다툼 중 감정이 격해져 처제를 향해 칼을 겨눴다. 이 씨는 살인미수 혐의로 1심에서 2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이날 검찰 측은 항소 기각을, 이 씨 측은 집행유예를 요청했다.
이 씨는 항소심에 앞서 보석을 청구했다. 이 씨 측 변호사는 피해자인 처제가 1심에서 처벌불원서를 제출했고, 탄원서도 계속 제출했다며 선처를 구했다. 반면 검찰 측은 "두 사람 사이를 영원히 안 보는 사이가 아니고 인척 관계이기 때문에 피고인이 또 시기가 되면 또 다른 위해를 끼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라며 보석을 허가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양측의 말을 들은 판사는 이 씨에게 말을 건넸다. "왜 이렇게 모든 사람을 피곤하게 만드냐. 어떻게 (사람에게) 칼을 겨누냐"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 사건에 대해 진심으로 하고 싶은 얘기가 있으면 해 봐라"라고 했다.

이 씨가 미리 준비한 종이를 부시럭거리자, 판사는 "그거 내려놓고 얘기해라"고 짚었다.
판사의 말대로 종이를 내려놓은 이 씨는 "죄를 지은 것, 가족들에게 피해를 준 점에 대해 반성하고 있다. 다시는 이런 일 없도록 술도 끊고 열심히 살겠다"라고 했다.
법정 방청석에는 처제가 앉아 있었다. 판사는 처제에게도 "당장 이번 주 추석 연휴에 같이 지내라고 하면 지낼 수 있겠냐. 마음의 준비가 돼 있냐"라고 물었다. 처제는 "100% 확신은 없지만 전보다 마음을 놓았다. 이제는 죄를 용서해 주고 싶은 마음도 든다. 한 번 더 기회를 주고 싶다"라고 밝혔다.
처제의 말에도 판사는 "아직 (피고인은 범행을) 100% (저지르지 않는) 상태는 아닌 것이 분명하다"고 언급했다
선고 역시 추석 이후로 미뤘다. 그는 "선고는 설 연휴가 지나고 나서 해야겠다. 또 시빗거리가 돼 다시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고, 피고인이 '이 정도면 이제 다 이렇게 됐나 보다'라고 생각하는 게 정당한가 싶고, 그런 위험성이 완벽하게 제거됐는지도 의문"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이 사건은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등을 미뤄볼 때 집행유예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형사 사건을 주로 다루는 곽준호 법무법인 청 변호사는 "추석이 지나고 선고한다는 말은 감형해 주겠다는 나름의 힌트일 수도 있다. 재판부마다 다르지만, 주로 잘 봐주려고 할 때 재판에서 호통치는 경우가 많다"라고 봤다.
100win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