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부순 이들, 학교 못 부술까…신입생 오티도 걱정” ‘외부 극우’ 설치는 서울대

2025-02-17

성조기로 지나가는 학생들 위협에

학교측 “집회 쪽에 지나가지 말라”

학생들 “정말 참담하다” 큰 우려

“신입생들한테 이런 모습을 어떻게 보여줘요. 정말 참담하네요.”

서울대 사범대 졸업 후 교직원으로 일하는 김효성씨(28)는 17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 캠퍼스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바라보며 착잡한 표정으로 말했다. 김씨는 캠퍼스 내에서 벌어진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보면서 “법원도 부쉈는데 학교라도 못 부수겠냐”라며 이날 예정된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제대로 진행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했다. “캠퍼스 투어 중에도 집회 쪽은 지나가지 말라고 공지됐어요. 부정선거는 이미 조사도 끝난 일인데 왜 학교까지 와서 이러는지 이해가 안 가요. 대통령이 서울대 출신이라 그러는 건가요?”

12·3 비상계엄 사태를 일으켜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극우 세력이 연일 대학가에 나타나고 있다.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서울대인’이라고 밝힌 서울대 학생·졸업생 10여명은 이날 오전 11시쯤부터 학생회관 앞에서 윤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앞서 지난 10일에는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15일에는 서울대에서 ‘반탄 집회’가 열렸다.

극우 성향 유튜버을 포함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외부에서 들어와 이날 집회 참가자는 200여명으로 불어났다. 주최 측은 “재학생과 2030이 앞쪽으로 나와달라”고 청했다. 참가자들은 부부젤라와 확성기를 불고 “이재명 구속” “대통령 석방” 등 구호를 외쳤다. 이날 오전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집 앞에서 욕설을 남발한 한 유튜버도 서울대를 찾아 탄핵 찬성 시위대를 향해 “빨갱이” 등 욕설을 했다. 극우 집회에서 경찰과 기자를 위협해 입건된 격투기 선수 출신 유튜버도 현장을 찾았다.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김찬영씨는 “윤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를 훼손한 것이 아니라 무너져가는 법치주의와 삼권분립을 지키기 위해 계엄 선포라는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대통령이라고 계엄이 좋아서 했겠냐” “계엄령은 계몽령이다” 등 그간 윤 대통령 측이 탄핵심판 변론에서 내세웠던 주장을 반복했다.

서울대 공동행동은 같은 날 오전 10시부터 윤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들이 탄핵 반대 집회 쪽으로 행진하면서 학생회관 앞은 아수라장이 됐다. 학교 교직원들과 경찰 30여명이 인간 띠를 만들어 양측을 분리했지만 서로를 향한 고성·욕설이 이어졌다.

퇴진 촉구 회견에 참여한 서울대 학생·동문들은 “극우세력 물러가라” “민주주의 지켜내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한 중년 여성은 ‘내란 옹호 웬 말이냐? (박)종철이가 울고 하늘이 통탄하고 우리는 억장이 무너진다’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었다.

자유전공학부 이시헌씨는 “민주화 운동을 폄훼하고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트루스포럼이 서울대 아크로폴리스를 차지해 성조기로 학생들의 얼굴을 내리치고 현수막을 찢으려 했다”며 “아크로폴리스는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학생들과 시민들의 것인데 어찌 감히 차지하려 하느냐”고 했다. 공과대학원 2학년 임모씨(27)는 “학교는 공부와 연구를 위한 공간인데 외부인들이 들어와서 큰 소음을 내는 것이 맞느냐. 행정 업무도 전부 마비됐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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