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월 23일 유튜브가 창립 20주년을 맞이했다. 유튜브는 참으로 우연한 기회로 탄생했다. 2004년 세계적인 팝스타 자넷 잭슨이 생방송 공연 중 가슴이 0.5초 노출되는 사고가 유튜브 창립의 계기가 되었다. 이른바 니플게이트(Nipplegate)로 세상이 난리가 나고 인터넷에서 이를 검색하려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을 자베드 카림이 놓치지 않았다. 그는 다른 두 명의 동업자와 함께 2005년 동영상 검색 전용 플랫폼을 만들었다. 작명도 멋졌다. 유튜브(Youtube)는 ‘당신’의 ‘You’와 브라운관 TV의 ‘Tube’를 딴 것으로 곧 ‘당신의 TV’를 뜻한다. 유튜브가 창립된 지 1년 만인 2006년에 유튜브의 잠재력을 알아본 구글이 16억 5,000만 달러(약 2조 3,400억 원)에 인수했다. 구글이 인수한 뒤 처음부터 유튜브가 잘 나간 것은 아니었다. 2009년까지 연간 4억 달러 이상의 적자를 보는 골칫거리였다. 그러다 구글의 검색 및 광고 기능이 제대로 결합하면서 2010년에 이르러서야 흑자로 돌아섰다. 유튜브는 2024년 542억 달러(약 77조 3,6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기업가치가 4,750억~5,500억 달러(약 785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구글이 유튜브를 인수할 때보다 가치가 무려 333배 상승하였다.
유튜브는 돈만 많이 버는 게 아니다. 세계 최대 규모의 동영상 플랫폼으로 성장한 유튜브는 사회적 영향력도 단연 압도적이다. 우리나라에서 유튜브는 뉴스 시장뿐만 아니라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음원, 쇼트폼 등 국내 플랫폼 시장에서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뿐이 아니다. 컨슈머리포트의 조사에 따르면 수입차를 구매하려는 소비자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주는 것으로 '영업사원'을 제치고 '유튜브'(유튜브 시승 영상)가 1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한 전문가는 국산 차도 머지않아 같은 길을 갈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나라 뉴스 시장에서 유튜브가 차지하는 위상 역시 독보적이다. 작년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SNS는 카카오톡( 98.9%), 유튜브(84.9%)이었다. 뉴스·시사 정보를 많이 이용하는 소셜 미디어로는 유튜브가 60.1%로 단연 1위이다.
유튜브의 막강한 전달력과 영향력, 무한한 확장성을 인식한 레거시 미디어들도 자사 플랫폼과는 별도로 유튜브 내에 채널을 운영하는 등 유튜브 세계에 뛰어들었다. 이제는 <김어준의 뉴스공장> 등 유튜브 전용 시사 채널은 물론이고 지상파 방송, 종편, 보도채널, 여기에 종이 신문까지 모두가 유튜브 세계에서 소화되고 있다. 이처럼 유튜브가 메인 플랫폼이 되면서 미디어와 권력의 관계도 크게 변했다. 이제 인터넷과 유튜브를 폐쇄하지 않는 한 권력에 의한 미디어 통제가 불가능하게 되었다는 점은 매우 긍정적이라 하겠다.
문제는 추천 알고리즘으로 인해 이용자가 특정 성향의 콘텐츠에만 집중적으로 노출하여 특정 집단에 대한 편견과 혐오를 조장하는 등 집단 양극화의 주범으로 비판받고 있다. 또한 가짜 뉴스를 만들어도 처벌받는 게 아니라 오히려 후원금으로 보상받는 시스템은 문제가 있다. 유튜브 등 외국 사업자도 국내 사업자와 동일한 규제를 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만 간다. 밖으로 전혀 알려지지 않은 알고리즘의 공개나 개선 등을 포함한 사회적 책임을 강화할 수 있는 정책을 신중히 마련할 때가 되었다고 본다.
권혁남 전북대 명예교수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유튜브 #사회적 책임
기고 gigo@jjan.kr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