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위적인 주가 부양으로 369억여원 부당이득
삼부토건 주가조작 ‘윗선’ 김건희 등 언급 없어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구속기소된 이기훈 삼부토건 부회장 겸 웰바이오텍 회장의 공소장에 ‘세계적인 복싱선수 매니 파퀴아오의 경기 홍보도 주가조작에 활용했다’는 취지의 내용을 적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회장의 공소장에는 앞서 구속기소 된 삼부토건 이일준 회장과 이응근 전 대표와 마찬가지로 이 사건의 ‘윗선’으로 지목된 김건희 여사 관련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9일 경향신문이 국회로부터 입수한 이 부회장 공소장을 보면 특검은 삼부토건 전·현직 임원들이 관계사인 DYD(디와이디), 웰바이오텍을 동원해 허위·과장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인위적으로 주가를 올려 369억여원의 부당이득을 취득했다고 적시했다. 그 과정에서 필리핀 출신의 세계적인 복싱선수 파퀴아오의 스페셜 경기 수익금을 우크라이나에 기부한다는 취지로 홍보했다고도 밝혔다.
이 부회장이 직접 나서 홍보한 파퀴아오의 경기는 2022년 12월11일 무술가 유대경(D.K. YOO)과 진행된 ‘스페셜 매치’다. 특검은 공소장에서 “2022년 10월 중순경 이기훈은 이일준 등과 협의해 웰바이오텍이 파퀴아오의 스페셜 매치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그 수익금은 우크라이나에 기부한다는 취지로 홍보하면서 관계사인 삼부토건과 DYD가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을 적극 지원한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고 밝혔다. 이어 “시장에서 삼부토건 등 관계사들을 우크라이나 재건사업 테마주로 인식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했다”고 공소장에 적었다. 외관상으론 스포츠 경기 홍보처럼 보이지만, 이면엔 이를 통해 삼부토건을 ‘우크라이나 재건사업 테마주’로 인식하도록 꾸민 것이라는 것이다.
이외에도 특검은 이 부회장이 유라시아경제인협회와 MOU를 체결했다는 허위 보도자료를 DYD 명의로 배포했다고 공소장에 적었다. 삼부토건 측은 허위 보도자료 작성으로 협회 측으로부터 항의를 받자 뒤늦게 협회에 3000만원의 후원금을 냈다. 특검은 “사후적으로 후원금을 내 MOU를 체결하는 방법으로 항의를 무마시키고, 삼부토건을 ‘우크라이나 재건사업 테마주’로 각인시켰다”고 밝혔다.
특검은 삼부토건 측이 재무상황이 열악해 해외사업을 진행할 의사와 능력이 없었으면서 허위·과장 보도자료를 배포해 ‘삼부토건=우크라이나 재건사업 테마주’로 인식하게끔 했다고 봤다. 이런 수법으로 인위적으로 주가를 올려 부당이득을 취득했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이 회장과 이 전 대표, 조성옥 전 회장, 정모·신모 전 대표와 공모해 주가를 올린 뒤, 보유 주식을 매도해 369억7086만7964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본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를 받는다.
다만 특검은 이 부회장 공소장에서도 김 여사의 이름을 언급하지 않았다. 남은 수사기간에 김 여사가 연루된 정황을 찾아내는 것이 수사 성패의 관건이다. 삼부토건 주가는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2023년 7월 예정에 없던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재건 지원을 약속한 시기와 맞물려 5배가량 급등했다. 블랙펄인베스트 전 대표 이종호씨가 주가 급등 전 메신저 단체 대화방에 “삼부 내일 체크”라는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도 2023년 5월 삼부토건 임원들과 우크라이나 재건 포럼에 참석해 수사 대상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