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가 홍원식 전 남양유업(003920) 회장에게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전이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업계에선 한앤코의 일부 승소 가능성에 무게를 두면서도 재판부가 최종 배상 액수를 얼마로 결정할 지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10일 투자은행(IB) 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한앤코가 2022년 홍 전 회장에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관련 변론이 이달 16일 속행될 예정이다. 당초 재판부는 올 7월 말 1심 선고를 내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양측 변호인단의 요청으로 변론기일이 한차례 더 잡혔다. 법조계 관계자는 “이번 변론 전 거의 마지막 단계의 자료 제출이 이뤄졌다”며 “1심 선고가 임박했다고 보는 기류가 강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재판부가 한앤코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을 높게 보는 가운데 일각에선 배상액이 수백억 원에 달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앞서 양측이 진행한 여러 건의 민·형사 소송에서 한앤코 측 주장이 대부분 인용된 반면 홍 전 회장의 비위 행위가 다각도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홍 전 회장은 2021년 5월 한앤코에 남양유업 경영권 지분을 넘기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그러나 그는 돌연 계약 해지를 선언하고 이 계약을 이행하지 않았다. 이에 한앤코는 SPA 이행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고 2024년 1월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했다.
홍 전 회장이 SPA를 이행하지 않는 동안 남양유업은 물론 한앤코의 펀드가 입은 손해 역시 일부 입증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2월 홍 전 회장 등을 약 261억 원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로 구속 기소한 바 있다.
검찰에 따르면 홍 전 회장은 도관 업체 끼워 넣기, 현금 리베이트, 가장 급여 지급 후 돌려받기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사적 이익을 챙겼다. 또 홍 전 회장과 가족들이 회사 자금을 사적으로 유용했다면서 “홍 전 회장 일가는 상장기업을 사(私)금고화 해왔다. 회사 전반에 도덕적 해이가 만연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감소하고 기업의 주식 가치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쳤다”고 적시했다.
한앤코 역시 SPA가 이행되지 않으면서 한때 남양유업 주가가 절반 가까이 하락해 주주들이 피해를 입었고, 인수 직후 회사가 흑자 전환에 성공한 점을 고려하면 홍 전 회장의 무리한 경영권 지키기가 회사에 막대한 손해를 미쳤다고 주장했다.
반면 홍 전 회장 측은 이들의 주장은 가정일 뿐 실제 손해액이 크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는 변론을 펼치고 있다. 2021~2024년까지 유통업계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좋지 않았고 이것이 회사 실적 악화의 주된 원인이라는 설명이다. 홍 전 회장은 법무법인 바른을 선임하고 막판까지 재판부를 설득하는데 주력하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