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금형이 무조건 수익률 높이는 건 아냐…전문인력 얼마나 있는지가 좌우”

2025-11-20

“퇴직연금 운용 방식을 기금형으로 전환한다고 무조건 수익률이 높아질 것이라고 보는 건 단순한 생각입니다. 운용이라는 전문적인 일을 할 수 있는 인력이 얼마나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다부치 에이이치로 나카노자산운용 상근 감사역은 지난달 28일 일본 도쿄 사무실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한국에서 논의 중인 기금형 퇴직연금제도 도입과 관련해 이 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다부치 감사역은 1978년 노무라자산운용에 입사해 집행임원, 노무라 펀드·리서치 상무 이사, 민카부 상근 감사역 등을 역임한 경력 47년의 일본 자산운용 업계 베테랑이다. 나카노자산운용에는 지난해 7월 합류했다.

다부치 감사역은 외부의 독립된 기금운영위원회를 통해 연금을 관리한다는 기금형 퇴직연금의 구조 자체가 장점이 될 수도, 동시에 단점이 될 수도 있다고 짚었다. 그는 “사실 일본에서 가장 모범적인 기금형 퇴직연금이라고 한다면 일본공적연금(GPIF)”이라며 “260조 엔(약 2450조 원)이라는 거액을 제대로 운용할 수 있었던 건 일본 최고의 전문가들이 모여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일본에서도 일반적인 기금형 퇴직연금의 경우 운용 인력의 연로화, 보수적 태도 등으로 투자 리스크를 지지 않으려 하는 데 대한 문제가 지속해서 제기돼왔다”고 지적했다.

기금화를 통한 ‘규모의 경제’를 노려도 GPIF에 비해 전문 인력 수준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면 GPIF와 같은 운용 성과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한국에서도 국민연금의 운용 성과를 기금형 도입 찬성 근거로 드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의미심장한 지적이다. 실제로 일본에서 2014∼2023년 10년 동안 평균 퇴직연금 수익률은 계약형 3.8%, 기금형 3.6%로 계약형의 수익률이 조금 더 높게 나타났다.

다부치 감사역은 한국과 일본 모두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 상품에 원리금 보장형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디폴트옵션 상품의 리스크를 얼마나 감수하고 선택지를 확대할지 관리 기관의 인식 변화가 중요하다”고 했다.

자산운용 산업을 통해 국민 투자 소득을 늘리겠다는 기시다 후미오 내각의 ‘자산운용 입국’ 기조는 다카이치 사나에 내각에서도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부치 감사역은 “기시다 내각에서 이시바 시게루 내각으로 넘어오면서도 최근 2~3년간 도쿄증권거래소와 금융청 모두 자산운용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정책·제도적 개선과 연금 관리 기관의 적극적 태도 등도 물론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 “국민의 노후는 결국 국민 개인이 스스로 준비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노후 자금은 공적연금만으로는 당연히 부족하다”며 “자기 책임하에 (투자) 리스크를 감수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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