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자동차보험 부정수급 개선대책 마련
경상환자는 8주만 치료 받을 수 있어…8주 이상 치료시 추가 서류 제출해야
[서울=뉴스핌] 이동훈 선임기자 = # A씨는 후진을 하다 뒤에 있는 차를 살짝 들이받았다. 차량수리가 필요 없을 정도의 경미한 접촉 사고였지만 뒷차 운전자는 뒷 목이 이상하다며 명함을 받아갔다. 이후 피해 운전자는 58차례 통원치료를 받으며 350만원 상당 보험금을 타냈다.
# 주행 중 끼어들기 차량으로 인해 운전자는 급정거를 했지만 다행히 차량은 접촉을 하지 않아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피해 운전자는 급정거로 인한 근육 긴장과 삠(염좌) 등의 부상을 호소하며 202회 통원치료를 받았고 1340만원 상당의 치료비가 발생했다.
# 두대의 차량이 사이드미러끼리 부딪히는 접촉사고가 일어났다. 이 때 과실 20%로 피해자가 된 운전자는 척추 삠(12급 경상) 진단을 받고 2주 입원 후 6개월 통원치료를 받았고 치료비 500만원과 함께 합의금 300만원을 받고 나서야 치료를 중단했다.
'무한 치료'가 가능한 자동차 보험 제도의 '향후 치료비 제도'의 헛점을 이용해 막대한 합의금을 타내는 이른바 '나이롱 환자'에 대해 철퇴가 내려진다. 향후 치료비의 제도적 근거를 마련해 무분별한 향후 치료비 수령을 방지하는 것이다. 내년 이후 갱신되는 자동차 보험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26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토부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은 국민의 자동차보험료 부담 완화와 사고 피해자에 대한 적정 배상을 지원하기 위한 '자동차보험 부정수급 개선 대책'을 마련하고 후속 조치를 조속히 추진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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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우선 그동안 자동차보험 약관 등의 근거 없이 관행으로 지급하던 '향후치료비'에 대한 제도적 근거를 마련한다. 이에 따라 장래 치료 필요성이 높은 중상환자(상해등급 1~11급)에 한해서만 향후치료비를 지급할 수 있도록 했으며 피해 정도에 맞는 치료비 배상을 유도한다.
관절·근육의 긴장·삠염좌) 등 진단을 받은 경상환자(상해등급 12~14급)에 대해서는 통상의 치료기간인 8주를 초과하는 장기 치료를 희망하는 경우 보험사가 치료 필요성을 확인할 수 있도록 진료기록부 등 추가 서류를 보험사에 제출하는 절차를 마련한다. 단순히 의사 진단서 만이 아닌 진료기록부를 첨부하도록 해 치료 과정을 전체적으로 살펴보는 것이다.
보험사는 추가 서류를 검토해 통상의 치료기간을 초과해 치료할 당위성이 낮다고 판단하는 경우 해당 환자에 대해 지급보증 중지계획을 서면으로 안내한다. 환자가 보험사의 계획에 동의하지 않거나 분쟁이 생긴 경우 이를 중립·객관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기구와 절차를 마련한다.
향후치료비를 받을 경우 건강보험 등 다른 보험으로 동일 증상에 대해서 중복 치료를 받을 수 없다. 보험사는 이를 안내해야하고 타 보험 관련 기관의 중복수급 탐지를 위한 지원도 함께 추진한다. 또한 치료비 외 환자가 갖는 경제적 부담을 경감할 수 있도록 휴업손해 등 손해배상 지급 기준 정비를 위한 연구와 그간 자동차보험 약관에 규정된 보상금 지급 항목의 법제화에 대한 논의도 추진할 계획이다.
과잉 정비에 따른 보험료 손실도 막는다. 보험사기와 관련해 금고 이상 형이 확정된 정비업자는 지금은 횟수에 따라 최대 30일의 영업정지를 받게 되지만 앞으로는 1회만 적발돼도 사업 정지 조치를 받게 된다.
아울러 중대 교통법규 위반을 예방하고 국민의 경각심을 고취할 수 있도록 마약·약물 운전에 대해서도 음주운전 등 다른 중대 교통법규 위반과 마찬가지로 보험료 할증 기준(20%)을 마련한다. 이에 따라 마약·약물 운전, 무면허, 뺑소니 차량 동승자도 음주 운전 차량 동승자와 같이 보상금을 40% 감액해 지급한다.
보험료 산정 요율, 지급보증 절차 등 자동차보험의 세부 운영 방식도 현실에 맞게 개선한다. 취업·결혼 등으로 독립해 처음 자동차보험에 가입하게 되는 사회초년생 자녀의 보험료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부모의 보험으로 운전한 청년층(19세~34세 이하) 자녀는 무사고 경력을 신규로 인정하고 배우자도 운전자한정특약 종류와 무관하게 무사고 경력을 최대 3년 인정한다. 지금은 배우자의 경우만 '부부한정특약'으로 운전한 경우 무사고경력을 인정한다.
OEM 부품 중심의 고비용 수리구조도 개선한다. '자동차관리법'상 품질인증부품이 OEM 부품과 동급으로 인정된 만큼 차량 수리 시 사용 가능한 신부품의 범위에 품질인증부품을 포함하도록 자동차보험 약관에 명시한다.
이밖에 자동차 사고로 치료를 받는 환자의 편의를 제고하고 의료기관의 진료 행정을 효율화할 수 있도록 자동차보험 환자가 병원을 방문할 때 병원 측이 보험사에 유선으로 연락하면 보험사는 지급보증서를 팩스로 송부하는 현행 지급보증 절차를 전자적으로 처리하는 시스템 도입을 추진한다.
아울러 자동차 의무보험에 대한 회계처리 결과를 매년 국토부에 제출하도록 하고 가입자·피보험자 보호를 위해 필요한 경우 보고 의무를 신설해 자동차 의무보험 체계적인 관리 기반을 구축한다.
이번 개선 대책의 주요 내용인 향후치료비 지급 근거 마련, 경상환자 장기 치료 추가 서류 제출은 관계 법령, 약관 등 개정을 연내 완료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내년 이후 보험을 갱신할 때부터 적용되도록 할 방침이다. 또 무사고 경력 인정 확대, 전자 지급보증 등은 올해 상반기 내 후속조치를 완료해 시행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 따라 불필요한 보상금 지급이 감소돼 개인의 자동차 보험료가 약 3% 내외 인하되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963년 시작된 자동차보험은 사고 피해자의 보호를 위해 피해자의 치료를 최대한 보장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이를 악용한 부정수급, 보험사기 및 과도한 합의금 지급 등의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실제 지난 2023년 한 해 동안 6만5000명이 5476억원의 자동차보험 사기로 적발된 바 있다.
관절·근육의 긴장과 삠(염좌) 등의 진단을 받은 경상환자에게 지급되는 치료비의 경우 최근 6년간 연평균 증가율이 중상환자(연 3.5%)의 경우보다 2.5배 이상 높은 9%를 기록하며 2023년 한 해에만 약 1조3000억원에 이르고 있다.
더욱이 보험사는 조기 합의를 목적으로 제도적 근거가 없는 향후치료비를 관행적으로 지급해 2023년 기준 그 규모가 치료비보다 많은 1조4000억원에 달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2400만명 이상 가입자의 보험료를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향후치료비는 치료 종결 이후 장래 발생이 예상되는 추가 치료에 대해 사전 지급하는 치료비로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다.
백원국 국토부 차관은 "이번 개선 방안을 통해 자동차보험 운용 질서를 합리적으로 개선함으로써 자동차보험 가입자의 부담은 낮추면서 사고 피해자에 대한 합리적인 보상을 지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투명하고 건전한 자동차보험 체계를 구축하면서도 사고 피해자가 적정 수준에서 보호받을 수 있도록 관계기관, 보험업계, 소비자단체 등과 소통하며 자동차보험의 사회보장 기능 제고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번 개선방안을 통해 불필요한 자동차 보험금 누수의 문제가 개선될 것이라 기대한다"며 "제도개선이 보험계약자의 편익으로 직결될 수 있도록 금융감독원과 함께 보험회사의 부당한 보험금 지급거절이나 보험료 조정의 합리성에 대한 감독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dong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