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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지난해 운전하다가 황당한 일을 경험했다. 조심히 차선을 바꾸던 중 길을 걷던 50대 남성이 갑자기 타이어에 발을 밟혔다며 넘어졌기 때문이다. 대수롭지 않은 사고였는데도 남성은 곧바로 한방병원에 입원했고 A씨에게 합의금으로 500만원을 요구했다. A씨는 합의금을 조정하려고 했으나 통하지 않아 결국 상당한 합의금을 줘야 했다.
이러한 사고가 앞으로는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 자동차보험 제도가 개편되면서 가벼운 부상을 입은 사고 피해자의 합의금 지급 기준이 강화됐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은 26일 이러한 내용을 담은 자동차보험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보험금 누수를 막고 보험료 인하 효과를 기대하는 조치로 자동차보험료는 약 3% 낮아질 전망이다.
개선안의 핵심은 향후치료비(합의금) 지급 기준을 명확히 하는 것이다. 기존에는 명확한 근거 없이 관행적으로 지급되던 향후치료비가 앞으로는 중상환자(상해등급 1~11급)에 한해 지급된다. 2023년 기준 경상환자에게 지급된 합의금이 1조4000억원에 달해 치료비(1조3000억원)보다 많았던 점을 고려한 조치다.
경상환자(상해등급 12~14급)의 장기 치료 기준도 강화된다. 앞으로는 염좌 등 비교적 가벼운 부상으로 8주 이상 치료를 받으려면 진료기록부 등의 서류를 보험사에 제출해야 한다. 국토부는 비접촉 사고 피해자가 급정거로 근육 긴장과 염좌를 호소하며 202회 통원치료를 받고 1340만원의 치료비를 받은 사례를 언급하며, 과잉 진료와 보험금 누수를 막으려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또 보험사는 장기 치료가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지급보증 중지 계획을 환자에게 안내할 수 있게 된다. 향후치료비를 받으면서 건강보험 등으로 중복해서 받는 행위도 ‘이중 수급’으로 간주해 제한할 방침이다.
마약 및 약물 운전에 대한 보험료 할증 기준이 새롭게 마련된다. 기존 음주운전과 동일하게 보험료를 20% 할증하며 마약·약물 운전, 무면허, 뺑소니 차량 동승자에 대한 보상금도 40% 감액된다.
사회초년생의 보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제도 개선도 이뤄진다. 부모의 자동차보험으로 운전한 청년층(19~34세)의 무사고 경력을 최대 3년까지 인정하기로 했다. 또한 배우자 차량을 이용할 때도 특약 종류와 관계없이 최대 3년간 무사고 경력을 인정받을 수 있게 된다. 현재는 ‘부부한정특약’으로 운전한 경우에만 무사고 경력을 산정하고 있다.
정부는 이런 개선안을 통해 불필요한 보험금 지급을 줄이고 자동차보험료를 평균 3% 인하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국토부와 금융위는 올해 안으로 관련 법령과 약관 개정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박준하 기자 june@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