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이 횡단보도에서 무단횡단을 하던 보행자와 부딪힌 오토바이 차주에게 치료비 전액 지급을 요구했으나 법원이 차주의 손을 들어 전체 손해액의 30%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25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광주지방법원 해남지원은 A씨에 대해 “구상금 채무는 107만6158원을 초과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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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2020년 12월 오후 7시쯤 어머니 소유의 오토바이를 운전하다가 빨간불 들어온 보행자용 횡단보도를 건너던 B씨와 부딪혀 약 6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입혔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B씨의 상해에 대한 치료비 중 공단부담금 등 요양급여를 지급함으로써 B씨에 대한 치료비 손해배상채권을 대위 취득하였다. 이를 이유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은 A씨와 A씨의 어머니에게 요양급여 전액에 대한 구상금을 지급하라고 했다.
A씨는 당시 녹색 차량 신호에 따라 직진 중이었고 B씨는 무단횡단을 해 상대적으로 B씨의 과실이 더 큼에도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요양급여 전액을 청구하는 것은 억울하다고 생각했다. 이후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채무부존재 확인의 소를 청구하기 위해 법률구조공단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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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단은 A씨와 A씨의 어머니를 대리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채무부존재확인소송을 제기했다. 공단은 “이 사건은 B씨가 횡단보행자용 신호가 적색 신호인 상태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다 발생한 사고여서 B씨의 과실이 70% 이상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사고 당시 겨울철 야간으로 어느 정도 가까워지지 않고서는 A씨가 B씨를 미리 식별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며 “A씨가 과속이나 신호위반, 음주 운전과 같은 비난 가능성이 높은 과실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공단의 청구를 인용해 A씨의 책임을 전체 손해액의 30%로 제한한다고 판결했다.
A씨를 대리해 소송을 진행한 공단 소속 김경일 변호사는 “이번 사건처럼 법을 잘 몰라 어려움을 겪는 국민을 구제하는 것이 공단의 중요한 역할”이라며 “이번 판결이 향후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구상금 청구에 있어 피해자의 과실을 반영하는데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천=배소영 기자 sos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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